​공시위반 논란에 입 닫은 LG생건…'소통'일까 '내통'일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현창 기자
입력 2022-01-27 16: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최근 LG생활건강 주가와 거래량 추이[데이터=한국거래소]


실적과 관련된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일부 증권사에만 미리 알렸다는 의혹을 받는 LG생활건강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포기했다. 한국거래소의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다. 

27일 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전날인 26일까지 신청할 수 있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에 따른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LG생활건강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이의신청기간 종료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심의를 진행한다. 이후 심의일로부터 3일 이내에 LG생활건강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실적 정보 유출, 과거 CJ E&M은 법정까지 간 중대사안

거래소의 고민은 LG생활건강이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준 정보가 '소통'인지 '내통'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은 정보를 준 사실은 인정했다. LG생활건강은 본보의 'LG생활건강, 4분기 전망 증권사에 미리 알렸다' 기사에 대해 지난 17일 해명공시를 내며 "실적(매출, 영업이익)에 대한 가이드 제공은 없었지만 12월 면세점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정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적에 대한 정보를 공정공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외부에 전달하는 것은 심각한 법규 위반이다. 지난 2013년 CJ E&M이 분기 실적 관련 정보를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알렸다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물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의 조사를 거쳐 검찰 고발까지 이어진 바 있다. 

당시 금감원과 검찰의 조사 결과 CJ E&M의 정보를 애널리스트를 통해 미리 접한 펀드매니저들은 대량의 매도주문과 함께 공매도까지 하면서 CJ E&M 주가를 10% 이상 폭락시켰다. 

이번 LG생활건강 사태도 비슷하다. 지난 7일 LG생활건강 측으로부터 미리 정보를 받은 증권사는 10일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추는 리포트를 냈다. 이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도 크게 증가했다. LG생활건강에 대한 대차잔고 규모도 크게 늘면서 주가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에 대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 동안 주요 기관투자자별 매매 규모는 보험 14억원 순매도, 투신 27억원 순매수, 은행 110만원 순매수 등이다. 대부분이 '사자'에 베팅한 셈이다.

하지만 리포트가 나온 10일 단 하루 동안 보험 36억원 순매도, 투신 33억원 순매도, 은행 18억원 순매도 등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의 기반이 되는 대차거래 잔고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41만3464주 규모의 LG생활건강 대차거래 잔고 주수는 10일 이후 급격하게 늘면서 지난 12일에는 57만1395주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번 LG생활건강과 당시 CJ E&M의 차이는 실적과 관련된 숫자를 직접 알렸느냐다. LG생활건강 측은 "실적 수치를 직접적으로 제공한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 공정공시 운영기준 제4조에 따르면 '공정공시대상정보를 각종 비율 및 증감 규모 등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모두 공정공시 위반이다. 이 규정을 적용한다면 LG생활건강에 대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추가 제재 가능성이 높다. 
 
'내통'이 아니라 '소통'이라면 주주피해는 누구 책임?

반면 일각에서는 LG생활건강이 증권사에 미리 제공한 정보는 일상적인 소통의 수준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기업의 공시 담당자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내용이라는 얘기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그 정도의 정보소통을 금융투자업계와 나누면서 주가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거래소나 금융당국이 이번 정보 교환을 '내통'이 아니라 '소통'으로 인정할 경우 문제는 주주다. 증권사의 리포트가 쏟아진 이후 LG생활건강의 주가가 그 영향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110만원이 넘던 주가는 LG생활건강과 증권사의 정보 '소통' 직후 95만원대로 떨어졌다. 약 13% 이상 떨어진 것이다. 과거 CJ E&M 사태 때보다 낙폭이 더 크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집단 소송 등을 언급하며 회사 측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당국의 제재를 안받거나 약한 수위의 제재를 받더라도 주주들을 달랠 다른 방법이 없다면 1분기 중 있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분노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 E&M 사건 이후 시간이 흐라다보니 다시 업계의 긴장이 풀어진 듯하다"며 "미국처럼 공정공시 규정이 엄격한 해외의 경우 책임자가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