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업고 파운드리 '新강자' 노리는 인텔
  • 공급망 재건, '장장 1년' 조사에도 묘수 없어
  • 내셔널리즘, 예견된 귀결...對중국 체제 경쟁
  • 동맹국, 반도체 산업 보조금 허용이 갈림길

이는 미국에 대한, 그리고 미국 노동자들에 대한 역사적인 투자입니다. 미국에 대항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닙니다. 여기,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실력 있는 이들(the most qualified folks)이 모여 있습니다.

 
        [출처=유튜브·NBC4]

지난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 자리에 나란히 선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한껏 추켜세웠다. 이날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사인 인텔은 지난해 3월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했던 약속을 이행했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약 120조원)를 투자해 철수 3년 만에 반도체 직접 제조(파운드리) 사업에 복귀 하겠다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2.0' 비전이다. 

이날 인텔은 미국 오하이주 콜럼버스에 향후 최대 8개의 생산 라인이 들어서는 새로운 반도체 파운드리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일환으로 인텔은 200억 달러를 우선 투입해 2개의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향후 오하이오주에는 3000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25~30년 전 우리(미국)가 항상 말할 수 있었던 '메이드 인 오하이오(Made in Ohio)'를 이제 다시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행정부 출범 첫날부터 누누히 말해왔듯이, 우리는 '미국에 투자할 것'이며 반도체 칩을 비롯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란 상표를 찍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미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개발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의회가 '미국의 혁신과 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통해 미국이 기반시설(인프라) 투자 부문에서 20년 만에 중국을 앞지를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 일자리, 가족을 모두 되살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는 설명이다. 

해당 법안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위해 반도체 제조시설을 비롯한 각종 산업·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행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담았다. 앞서 미국 상·하원이 각각 발의한 '미국을 위한 반도체 법안(CHIPS for America Act)'과 '미국 파운드리 법안(American Foundries Act)'을 종합해 상원이 지난해 6월 재발의해 통과시켰다. 다만, 하원에선 지원 규모와 대상을 놓고 격론이 이어지며 아직 계류 중이다. 

이에 따라 당초 2000억~2500억 달러 규모였던 계획은 약 90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으며, 이 중 520억 달러는 미국에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품의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대한 산업보조금으로 배정된다.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사진=유튜브·NBC4]

◇공급망 재건, '장장 1년' 조사에도 묘수 없어
25일 미국 상무부 역시 해당 법안의 발효를 재차 촉구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간한 '인터넷·통신 기술(ICT) 공급망 보고서'는 지난 1년 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왔던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건' 정책의 1차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바이든 대통령이 100일 간의 공급망 긴급 점검을 명령한 이후, 같은 해 4~9월 백악관과 상무부 등은 세 차례에 걸쳐 '반도체 회의(Semiconductot Summit)'를 진행했다. 반도체 회의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150여곳의 반도체 제조·수요사에 지난해 11월까지 세계 반도체 공급망 현황을 파악할 각종 산업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이를 분석한 결과가 바로 해당 보고서다. 

이날 보고서는 "취약한 반도체 공급망으로 미국 기업이 위험에 처했다"면서 공급망 병목현상(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반도체 수요와 수십년간 꾸준히 약화한 자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각 기업의 반도체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7%나 급증했지만, 평균 재고량은 같은 기간 40일치 수준에서 5일치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각 기업 관계자들은 반도체 공급난이 향후 6개월 이내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 여파가 향후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현재 정교한 군사 장비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칩조차 우리의 생산량은 거의 제로(0)이며 거의 대만에서 구입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자국 중심 공급망 재건)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역설해 자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 회복을 재차 강조했다. 

문제는 해당 보고서가 사실상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건을 제외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보고서에서 '민간 부문은 생산 증대, 공급망 관리를 통해 현재 부족 사태로 인한 단기 도전 과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서술하며 기업 등의 협력을 재차 강조했는데,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할 힘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제1차 반도체 회의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내셔널리즘, 예견된 귀결...동맹국에 보조금 허용이 갈림길
다만, 이와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결론은 이미 예견된 귀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정책의 기초가 된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2020년 9월 보고서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는 "1990년 세계 반도체 공급의 81%(각각 37%·44%)를 차지했던 미국과 유럽 지역의 점유율이 2020년 21%까지 쪼그라들었다"면서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채택했던 대규모 산업보조금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BCG와 SIA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200억~500억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해야 자국의 반도체 생산시설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해 세계 시장 점유율도 14~24%까지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의 혁신과 경쟁법이 잡고 있는 반도체 산업 보조금과 일치하는 규모다. 

특히, 해당 법안의 갈림길은 향후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얼마나 강경한 입장을 취할지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산업보조금을 해외 기업에도 제공할 것인지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전부터 '중국과의 체제 경쟁'을 선언하며 중국에 대해 전략 기술 등 경제·산업 '억누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 국적의 인텔과 매파 성향의 정치권 인사들은 지원 대상을 자국 기업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만 TSMC 등은 이에 반대해 여러 방면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 미국의 산업단체인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역시 '공평한 보조금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보조금을 차별해 지원할 경우, 미국 공급망 생태계에 구멍이 생겨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TSMC에도 지원 자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90년 이후 세계 반도체 생산량(시장 점유율) 추이. 아래서부터 차례대로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대만, 중국, 기타 순. [자료=보스톤컨설팅그룹(B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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