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에 퇴직연금 잔혹사… 실적배당형 갈아탔더니 마이너스 수익률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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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서민지 기자
입력 2022-01-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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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평균 2.28%… 퇴직연금 펀드 1년 수익률 마이너스 전환

  • 불확실성 요인 해소 없이 새로운 변수만 추가… "해소되기까지 시간 필요"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연말 퇴직연금에 처음 손을 댔다가 고민이 많아졌다. 7년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100% 운영하다가 실적배당형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의 비중을 70%로 높인 지 보름 만에 수익률이 3.9%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변 동료들이 지난해 평균 6%까지 수익률을 낸 것을 보고 A씨 역시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노후 자금을 불리려고 했지만 증시 부진과 맞물려 원금보장형보다 오히려 수익률이 주저앉은 것이다. A씨는 차라리 1%대 후반인 '확정급여(DB)형'이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주변에선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볼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오를 것"이라고 A씨를 위로했지만 급락하는 수익률을 보니 후회만 밀려올 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대표 노후자금 중 하나로 꼽히는 퇴직연금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퇴직연금 내에서도 안전자산인 예·적금의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최근 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TDF 비중을 늘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 같은 영향으로 수익률도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 국내 43개 금융사 퇴직연금(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 개인형 퇴직연금 합산) 가입자들의 최근 1년간 운용수익률은 평균 2.28%를 기록했다. 종류별로는 IRP의 수익률이 2.78%로 가장 높고 DC형과 DB형이 각각 2.58%, 1.47%로 뒤를 이었다.
 

퇴직연금 '3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적극적인 운용을 위해 예·적금 대신 주식, 펀드 등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은 늘고 있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편입 비중은 2018년 90.3%에서 2020년 89.3%, 2021년 3분기 86.4%로 줄었다. 반면 IRP 내 실적배당형 상품 편입 비중은 2018년 24.3%에서 2021년 3분기 33.7%로 늘었다. DC형에서도 같은 기간 15.9%에서 20.9%로 확대됐다.

그러나 주식 시장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관련 상품의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90개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은 2022년 들어 –3.59%를 기록 중이다. 이로써 2021년 12월 말까지만 해도 6.81%에 달했던 퇴직연금 펀드 1년 수익률이 약 1개월 사이에 –0.62%로 돌아섰다.

뿐만 아니라 새해 들어 코스피가 9.01%, 코스닥이 14.69% 각각 떨어진 데다 국내 주식형 ETF의 수익률도 연초 이후 6.22% 하락한 상황이다. 이르면 2022년 6월 도입이 예상되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에 따라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TDF 역시 178개 상품이 평균 4.22% 떨어졌다.
 

국내 주식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 B씨는 "약 1억원을 굴리는데 며칠 사이 몇백이 빠지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며 "그래도 미국과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해 들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도 연준의 긴축 우려와 지정학적 갈등 여파에 출렁이면서 실적배당형 상품 편입 비중을 늘린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상품뿐만 아니라 대부분 2022년 1월 금융사의 펀드 상품 수익률은 마이너스(-) 4~5% 정도 될 것"이라며 "IRP 가입자 중에서도 ETF 투자 수익률이 급락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외 증시를 억누르고 있는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초부터 약세 국면이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요인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 새로운 변수들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변동성 요인들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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