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보낸 징계 해고 서면 통지에 해고 사유가 불분명하더라도 그 사유는 소명 과정에서 구체화되기 때문에 정당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한 사립 여고 전직 기간제 교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5년부터 해당 학교에서 근무한 A씨는 학생들에게 신체 접촉 등 부적절한 행동과 외모 지적 등을 했다는 이유로 2018년 해고됐다.
 
A씨 반의 일부 학생은 학급회의를 통해 A씨의 신체 접촉을 거론했다. 한 학부모의 연락을 받은 학교는 2018년 6월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A씨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심의위에서 A씨는 "일부 학생에 대한 언어 표현과 신체 접촉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며 "내가 하지도 않은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유포되고 있어 억울하다"고 말했다.
 
교장이 사직과 계약 해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자 A씨는 같은 해 7월 사직서를 냈다. 반 학생 35명 중 32명은 담임 교체를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내자 A씨는 사직 의사를 철회했다.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씨의 불쾌한 신체 접촉이나 발언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무기명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300명가량의 학생 중 40여명이 사례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2019년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구제 재심을 기각하자 소송을 냈는데, 1심과 2심은 A씨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학교 측은 "A씨가 학생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백허그하듯 팔을 잡은 행위, 계단 밑에서 '치마 안이 보인다'고 한 행위 등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심은 "해고 통지서에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발언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는 언급만 있어 문제"라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사유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며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징계 해고의 경우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 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 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해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해고 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성비위 행위는 해고 대상자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체적으로 상황이 특정돼야 하지만, A씨 사례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행위가 존재하고 해고 대상자가 행위 자체를 인정한다면 서면 통지에서 모든 행위가 언급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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