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금이 자국 기업에 소송하는 나라 없어"
  • 복지차관 "우려 경청"…내달 말 최종 결정하기로
경제계가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해 기업 대상 소송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재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 부회장단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위가 판단하는데 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려는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다음 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경제단체들은 주주대표소송의 결정권을 수탁위로 일원화할 경우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특히 기업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경제계는 개정안에 앞서 의견 수렴도 없었던 만큼 최종 결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어느 나라에서도 국가나 국가에 준하는 기관이 운영하는 연기금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사례는 없다"며 "소송의 실익이 없기 때문인데, 복지부가 그것을 간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문기구에 불과한 수탁위가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문제를 결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민연금의 기업 대상 소송이 남발되거나 여론이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도 '경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면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내달 말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도 "저희 의견을 말씀드렸고, 차관님이 잘 반영해서 검토하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양 차관도 이날 논의 후 "경영계에서 문제점을 말씀해주셨고 잘 경청했다"며 "서로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답했다. 다만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남발 가능성에 대한 경제계 우려에 대해서는 "얘기할 것은 아니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 20여 곳에 기업 주주가치 훼손 사건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묻는 주주 서한을 보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것이 소송 제기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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