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브랜드에서 기피 브랜드로...추락한 '압구정 현대'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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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2-0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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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C현대산업개발, 광주서 퇴출 이어 전국적으로 기피 확산

  • 비난 여론 확산에 "기업 이미지 타격...올해 추가 수주 어려울 듯"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용섭 광주시장의 보고를 받으며 사고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저작권자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연이은 건물 붕괴사고로 추락하고 있다. 건설사 이미지의 전부로도 볼 수 있는 '안전'에 대한 신뢰도 하락, 그로 인한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공사중단에 대한 막대한 경영 피해 등 악재가 도미노처럼 펼쳐졌다. 특히 공사중단 명령이 선포된 광주에 이어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아이파크' 불매 운동 조짐이 보이면서 최악의 경우 주택시장에서 퇴출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위시 브랜드에서 기피 브랜드로..."'아이파크' 보이콧" 확산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사고로 기업 이미지 추락은 물론 올해 수주에도 막대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이미 맺은 계약은 취소 가능성이 커졌고, 향후 몇 년간은 추가 수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주택매출이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HDC현산으로서는 기업 존폐와도 직결된다.
 
이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날 "컨소시엄에서 HDC현산을 도려내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시공 철회를 하던가, 안되면 아이파크라도 빼야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에서도 '아이파크'를 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 4월 입주예정인 역삼센트럴 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모임에서도 "입주 코앞에 붕괴 사고가 나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면서 "입주를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HDC현산은 전국 65개 현장의 공사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전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한 뒤 품질을 확인하고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 광주시는 이 회사가 광주에서 짓고 있는 5개 단지에 대해 공사 전면 중지 명령을 내렸다. 시공계약 철회를 요청하는 조합도 늘고 있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 계약을 취소했고, 부산시민공원 촉진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창원 신월2구역 등도 이날 회사 측에 추가 안전조치가 없다면 시공 계약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어느 조합, 시행사가 HDC현산에 일감을 맡기겠냐"면서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광주는 물론이고 한동안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수주가 힘들지 않겠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허 취소사유까지는 아니라고해도 그룹의 신용도 하락과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국계 자본의 이탈, 금융비용 인상 등을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1년 사이에 2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아이파크가 전국적인 기피 브랜드가 되버렸다"고 말했다.
 
 ◆재시공, 환불, 보상금 등...어느 선택지도 기업 피해 막대
 
화정동 아이파크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이번 외벽 붕괴사고와 관련해 △아파트 전체 철거 후 재시공 △계약 취소후 환불 △입주지연에 따른 보상금 등 크게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 예정인 박모(40)씨는 "모든 입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동 뿐 아니라 전체 동에 대한 전면 철거와 재시공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시행사 측에 보내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도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브리핑에서 "전문가들과 철저히 점검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건축법에 따르면 허가권자는 건축법 또는 건축법에 따른 명령, 처분에 위반되는 건축물에 대해 허가, 승인 취소, 공사중지, 건축물 해체 등을 명령할 수 있다. 600가구 이상 아파트는 광주시장, 그 이하는 구청장이 허가권자다. 화정아이파크의 경우 전체 847가구가 1, 2블록(단지)으로 나뉘었는데 사고가 발생한 201동을 포함한 2단지는 600가구에 못미쳐 서구청장이 허가권자다. 서구청장도 시민 안전과 여론 등을 고려하면 이 시장과 뜻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취소 후 환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아파트 입주 예정인 김모(38)씨는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짓지 않으면 입주하지 않겠다"면서 "계약 취소 후 환불과 청약통장 부활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분양자 역시 "계약 취소를 원하는 사람들만 모아서 단체 행동을 해보자"면서 "이 상태로면 입주 후에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면 철거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입주 지연에 따라 HDC현산이 지급해야 할 지체보상금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이 사고로 아파트 입주가 최소 1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총 840여가구의 수분양자에게 입주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 지연에 따른 배상금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 현재까지 계약자가 지급한 금액에 지체 기간을 일 단위로 곱한 뒤, 연체료율을 곱해 계산한다. 화정아이파크 2단지는 현재 4차 중도금(2021년 12월24일)까지 납부된 상태인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년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금은 약 200억원으로 예상된다.

한편, HDC현산은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독립해서 출범한 한국도시개발과 한라건설을 모태로 출범했다. 고 정주영 회장의 '현대가 만든 아파트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줘라'는 지시에 따라 만든 '압구정 현대(아파트)'신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실제 이 회사 매출의 약 65%(2020년 기준)가 주택부문에서 발생할 정도로 주력 분야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기업과 오너에 대한 이미지 타격이 장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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