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합병 불발 예상에 한국조선해양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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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2-01-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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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조선, 대규모 유증 없고 여유자금 확보

  • 대우조선해양은 씁쓸… 새주인 찾기 나서야

  • 삼성중공업은 대형 라이벌 탄생 무산에 안도

  • 금투업계 "합병 무산돼도 악재 아니다" 분석

[자료=각사 공시 취합]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종목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려던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인 가운데 인수자금을 쌓아뒀던 한국조선해양은 표정관리에 나서는 중이다. 최근 새롭게 상장한 현대중공업은 시너지가 아쉽지만 대형 라이벌 등장에 긴장했던 삼성중공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연합(EU)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사와 항공사 등 다국적 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해당 회사 본사 소재 국가뿐만 아니라 주요국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조선사의 M&A는 고객이 집중된 EU의 벽을 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EU는 독점에 대한 우려로 이번 합병을 불허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의 분야에서 점유율이 60%가 넘는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의 합병 시도는 2019년부터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구심점이 된 이슈다. 현대중공업 그룹이 한국조선해양을 지주사로 구조개편에 나선 것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염두에 둔 작업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 무산이 한국조선해양 입장에서 악재가 아니라는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쉽게 말해 '돈이 굳는다'는 논리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EU가 합병에 미승인할 경우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으로의 1조5000억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철회하고 여유 자금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된다"며 "이는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 이슈"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대규모 제3자 배정 증자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가지고 있는 차입금을 해소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인수할 때부터 밝혀왔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증자에 참여하는 곳은 조선합작법인으로 현재 한국조선해양을 말한다.

하지만 인수가 무산되면 한국조선해양의 증자 참여도 없던 일이 된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상장으로 지주할인 문제가 불거지며 주가하락을 겪고 있는 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 고민 하나를 덜어낸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을 놓치더라도 최근 슈퍼사이클로 불릴 정도로 수주상황이 좋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은 없다.

인수전을 지켜보던 삼성중공업에도 호재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3년간 LNG 운반선 수주 비중이 61.7%로 조선 4사 중 가장 높다. 만약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이 한 지붕으로 엮였다면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 기업결합 시 경쟁력 약화를 걱정했다"며 "하지만 결합이 무산되면 반대"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남는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그룹사를 대상으로 엔진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시장이 확대되면서 현대중공업의 주력상품인 친환경 엔진에 대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이번 딜이 깨질 경우 가장 아쉬운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차입금 상환을 약속한 한국조선해양을 놓치기 때문이다. 당분간 새로운 주인을 찾을 때까지 다시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의 인수가 무산되면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매각 시도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상존하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 주가 회복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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