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움켜쥔 中...'자원 만리장성' 쌓는 진격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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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2-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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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수요 급증 따른 원자재난 대비

  • 전 세계 코발트 절반 매장된 콩고 공략

  • 말리·짐바브웨 등에선 리튬 공급망 확보

  • 작년 중국서 팔린 신에너지차 169% 늘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땅속에 매장된 금속'을 배터리로 만드는 모든 과정을 통제하고 지배하고자 한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행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가 이같이 비유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서 주요 배터리 원자재 공급 부족난이 예상되는 만큼 중국의 원자재 '독식'이 심화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운데에서도, 특히 코발트·리튬을 향한 중국의 식욕은 왕성하다. 
 
◆中, 코발트 싹쓸이···콩고서 생산량 2배 늘려
많은 원자재 중에서도 코발트만큼 배터리 안정성에 중요한 물질은 없다. 특히 매장량이 적어 가격도 가장 비싸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710만톤 규모다. 리튬 매장량 1700만톤이나 니켈 8900만톤에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중국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침'을 흘리는 이유다. 콩고에는 세계 매장량의 절반가량인 350만톤의 코발트가 매장돼 있다. 이미 콩고의 코발트 광산을 대부분 차지한 중국은 계속해서 투자 규모를 늘리며 코발트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따르면 세계 2대 코발트 생산업체인 뤄양몰리브덴(洛陽鉬業·차이나몰리브덴)은 오는 2023년 콩고의 신규 생산 라인 가동에 25억 달러(약 2조9867억원)를 투자해 코발트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뤄양몰리브덴은 2023년 한해에만 콩고에서의 생산량이 3만4000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2배가량 많은 규모다. 지난 2019년 기준 뤄양몰리브덴이 콩고에서 생산한 코발트는 1만6098톤이다. 

뤄양몰리브덴은 '코발트 채굴업체'로서 글로벌 시장의 선도적인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뤄양몰리브덴이 코발트 생산량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1999년 중국 허난성에 설립된 뤄양몰리브덴은 스위스 배터리 금속기업 글렌코어에 이은 세계 2위 코발트 생산 기업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뤄양몰리브덴과 글렌코어의 코발트 생산량은 각각 1만8000톤, 4만2000톤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영향력 면에서 보면 양사는 비교 불가다. 

하지만 내년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23년 뤄양몰리브덴의 생산능력이 강화해 글렌코어를 바짝 따라잡고, 2025년엔 뤄양몰리브덴이 글렌코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뤄양몰리브덴은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광산 개발 사업에 72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NAR는 전했다. 2016년 앵글로 아메리칸의 브라질 니오븀 및 인산염 광산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콩고 텐케 풍구루메 구리광산도 사들였다. 2020년 말엔 세계 최대 구리기업인 프리포트 맥모란(FCX)으로부터 키산푸 코발트 광산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외에도 콩고에서만 100억 달러(약 11조9400억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NAR는 뉴욕타임스를 인용해 2020년 기준 콩고의 코발트 생산 광산 19곳 중 15곳이 중국 기업 소유이거나 중국 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와 독일경제연구소는 전기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30년이면 코발트 수요가 2020년보다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알려진 코발트 매장량으로는 오늘날 예측 가능한 수요를 8~11년 동안만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코발트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0일 기준 코발트 가격은 톤당 7만500달러로 지난 1년간 약 93% 상승했다.
 

[그래프=아주경제]

 
◆리튬 확보에도 열 올리는 중국...올해도 대규모 투자 예고
코발트뿐만 아니다. 중국은 리튬도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채굴 회사를 인수하거나 리튬 광산 지분을 확보하는 등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중국 최대 리튬 기업 강봉리튬(贛鋒鋰業·이하 간펑리튬)이다. 지난해 간펑리튬의 리튬 관련 광산·기업 지분 확보 소식은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멕시코 광산업체 바카노라리튬으로부터 리튬 채굴 사업인 ‘소노라 프로젝트’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6월엔 서아프리카 말리 리튬광산, 9월엔 아르헨티나 살타주의 또 다른 리튬 광산 프로젝트 지분을 추가 확보했으며, 10월엔 아르헨티나 마리아나 염수호 개발권을 가진 리티오미네라를 사들였다.

또 지난해 말 
멕시코 소노라주 리튬 광산을 보유한 영국 바카노라리튬의 지분 100%를 1억9000만 파운드(약 3082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소노라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도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캐나다 네오리튬 지분 8%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사모펀드 쑤저우CATH에너지테크놀로지스와 호주 AVZ미네랄스가 추진 중인 콩고민주공화국 리튬·주석 개발 프로젝트 지분 24%를 확보했다. 이 외에도 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기업 YPF와 리튬 채굴 프로젝트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기업 밀레니얼리튬을 인수하는 데 실패했지만 CATL은 투자를 늘려 리튬 생산량을 늘리는 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 중국 리튬이온전지 생산업체인 둥환신에너지 지분을 확대하고, 탄산리튬을 비롯해 다양한 리튬 화합물을 활용한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장시쯔춘리튬과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관련 생산설비를 설립하는 데 대규모 투자도 예고한 상황이다. 


중국 간판 코발트 생산기업 화유코발트(華友鈷業)도 지난해 자회사를 통해 짐바브웨 아르카디아 하드록 리튬 광산을 인수하기로 했다. 총거래액은 4억2200만 달러다. 아직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말 또는 2분기 초에 거래가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튬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1일 리튬의 가격은 1톤당 30만6500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12일 4만6500위안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559%이나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 신차 100대 중 15대는 전기차...전기차 수요 급증 전망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하는 업체가 '전기차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수요 급증세로 올해도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에너지차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11일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가 공개한 지난해 승용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169.1% 급증한 298만9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14.8%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 2020년보다 5.8% 늘었다. 판매된 차량 100대 중에서 15대가 전기차라는 얘기다.

지난해 한 해 승용차 판매량은 
214만6000대로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2017년 이래 4년 만에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신에너지차의 판매 급증에 크게 힘입었다. 신에너지차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정부 지원책과 시장 수요 확대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는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중국 신에너지차 성장세가 시장 예상보다 가파르다며, 목표치 달성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신에너지차 로드맵을 통해 전기차 침투율 목표를 2025년 25%, 2035년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CPCA는 2022년 신에너지차의 판매 대수 예상치를 원래 480만대로 잡았다가 급증세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550만대 이상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올해 신에너지차 침투율이 25%에 달하고 판매량은 600만대 고지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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