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車 반도체 대란이 가져온 일깨움…삼성·현대차, '新동맹' 무르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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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1-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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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6대 기업 총수 간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차량용 반도체 협업을 당부했다. 재계 1, 2위 협업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멋지게 타개해보자는 덕담이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양사 협업이 단순한 논의에서 끝날 차원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코앞에 높인 미래 모빌리티 패권 경쟁에 ‘신(新)동맹’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다.

◇차량용 반도체, 낮은 수익성에 발목 잡힌 시장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녹다운시킨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자동차 부품 공급망의 급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충격이 아닌, 가치사슬이 언제라도 붕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일종의 통념도 깨뜨렸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1% 이하의 점유율에 그친다는 사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편중 고민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 원인을 복기하면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인 시장 규모와 낮은 수익성, 공급망 편중이라는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MCU는 대만 TSMC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를 위탁 생산할 정도로 독과점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TSMC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전체 약 3% 수준에 그칠 만큼 존재감이 미미하다.

더욱이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낮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 NXP(네덜란드)를 비롯해 르네사스(일본), 인피니언(독일), ST마이크로(스위스), 마이크로칩(미국) 등 일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차량용 공급망은 이러한 이유로 MCU 공급망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약 98%를 글로벌 시장에서 조달해왔다.
 

수출 대기 중인 완성차들 [사진=연합뉴스]

◇공급난 이면의 패러다임 전환

전문가들은 이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이면에 MCU 중심의 시장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P는 데이터 연산과 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고성능 반도체다. CPU를 비롯한 GPU, 통신칩, ISP 등 여러 종류의 인터페이스를 탑재하면서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일반적으로 차량 1대에 MCU 기반의 분산처리형 전자제어장치(ECU)는 약 40개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 AP 기반의 집중처리형 고성능 제어기 약 3개만으로 ECU의 역할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마크 로이스 GM(제너럴모터스) 사장은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에서 퀄컴, TSMC, 르네사스, NXP, 인피니언, STM, 온세미 등 초호화 군단으로 새로운 차량용 MCU를 개발한다고 밝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MCU의 개수를 기존 95%까지 줄일 수 있는 신형 MCU라는 점을 언급해 AP 기반의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추정케 했다.

GM의 이러한 구상은 차량용 반도체 대란을 겪으면서 반도체 공급망의 자국 중심 재편을 추진하겠다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와 맞물린다. 더 나아가 GM의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전략부터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반도체 역량을 한층 견고하게 다지겠다는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GM 외에도 TSMC 세계 최대 파운드리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동시에 차량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28㎚(나노미터) 반도체의 대단위 투자에도 나서며 기민하게 대응하는 중이다.
 
◇“삼성전자 M&A 시점부터 협업 구체화 가능성”

'현대차그룹'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4분기 실적은 제외하더라도 1~3분기 글로벌 완성차 누적 판매량에서 폴크스바겐그룹(695만대)과 도요타그룹(632만대)에 이어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3위 자리를 놓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549만대), 현대차그룹(505만대), 스텔란티스(504만대)가 경합 중이다. 4분기 상황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빅3에 오를 수 있다.

판매 신장 비결에는 높아진 성능과 디자인, 적재적소의 신차 출시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특히 전동화 전략의 발빠른 추진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발판으로 ‘아이오닉5’, ‘EV6’ 등 전용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시장 호평을 이끌어냈다. 향후 ‘아이오닉6’ 등 후속 신형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라 원활한 생산과 성능 고도화를 위한 반도체 기반 다지기는 필수다.

재계가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의 협업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단순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으로 몸집을 불려 시장 참여 이유를 뚜렷하게 해준다. 이미 퀄컴, 인텔,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이들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부문에서 축적한 AP와 운영체제(OS) 노하우를 자동차에 접목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비전 컴퓨팅 시스템, 자동차용 데이터 통신 솔루션 등을 개발하면서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를 통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며 M&A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인피니언, NXP 등 차량용 반도체 주요 기업들의 인수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7년 차량용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를 시작으로 2019년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V9'을 납품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그래픽 D램 등을 해외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고도화에 몸을 데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피니언과 NXP 등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들의 몸값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삼성전자는 현금 보유만 100조원 이상이기에 인수금액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가 실제 이뤄진다면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구체화하면서 시너지 창출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동개발이나 위탁생산 등 협업 범위는 필요에 따라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 이해관계가 묘하게 맞아떨어져 삼성전자의 M&A 대상과 성사 시점이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향후 사업 비전과 M&A 계획 등을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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