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실질실효환율 50년 만에 최저…"일본 자산 헐값 팔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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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1-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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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의 약세가 심상치 않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긴축이 본격화하면서, 달러 대비 엔의 가치는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질실효환율(이하 실질환율)은 50년 만에 최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전했다.

실질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국가 간의 물가상승률 차이도 반영했기 때문이다. 명목환율이 하락했거나, 국외 물가상승률이 국내 물가상승률보다 높을 때 실질환율은 떨어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각국·지역의 통화에 대한 엔의 실질환율은 2021년 11월 기준으로 67.79로 지난 2015년 6월(67.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서 더 떨어지면 1972년 6월(67.49) 이후 약 5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게 된다. 

실질환율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기준시점 대비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고평가, 100 이하이면 저평가를 나타낸다. 1980년대 고물가로 골머리를 앓았던 일본은 이제 '저물가' 리스크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실질환율 기준으로 엔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는 1995년 4월이다. 당시부터 현재까지 하락률은 50%가 넘는다. 같은 시기 명목환율 기준 엔화는 15% 하락에 비해 엄청난 변화다. 이는 국외에 비해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닛케이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데이터에 의하면, 2021년 7월 기준 빅맥 가격은 일본에서 390엔, 미국에서 5.65달러다"라면서 "당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0엔 정도였는데 일본 빅맥은 달러로 환산하면 3.55달러로 낮아진다. 미국인이 일본에서 빅맥을 구입할 경우 약 60%의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실질환율이 낮아진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생산성 정체를 꼽았다. 제조업 생산성 상승률은 2001~2010년 사이 3.2%에서 2011~2020년 0.4%로 하락했다. 서비스업은 0.2%에서 0.3%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닛케이는 "제조업의 생산성 상승 속도가 낮아져 임금이 정체된 것이 국내 전체의 임금 상승률 부진으로 이어졌다"면서 "(임금의 정체가) 실질환율 하락의 한 원인이다"라고 강조했다. 

엔의 실질환율 하락은 일본인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국외 제품 구입비를 비롯해 여행 가격이 높아진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수입 물자의 가격과 국외기업 M&A(인수합병) 비용도 높아지게 된다. 반면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자가 더욱 쉬워진다. 때문에 일본의 자산이 마구잡이로 팔릴 리스크도 없지는 않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엔화 약세는 본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이후 무역흑자가 늘면서 엔고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제조업의 해외 생산의 확대로 수출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 사사키 유리 메이지학원대학 교수는 "향후 금융 등 서비스 수출을 늘리도록 개선하는 것이 엔저 해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종합연구소의 야마다 히사시 부이사장은 "생산성 상승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과 임금인상이라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물가도 건강한 상승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러지스의 몬마 가즈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이후는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다시 하락할 것이다"라면서 "다만 일본 물가가 국외와 함께 발맞추어 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엔 실질환율 회복은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긴축금융으로 바뀌어도 다른 국가들의 긴축 영향에 따라 엔의 상승력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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