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봉 중소기업 옴주브만 인터뷰
  • 옴부즈만 최초 현직 기업인 출신… 30년간 기업 경영 애로 잘 알아
  • 연간 규제비용 50.6조… 공무원 일하는 방식만 바꿔도 30% 해결
  • 헐값 납품·이익 감소·취업 기피 악순환… '중기 제값 받기' 이룰것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중소기업‧소상공인들과 만나고 규제 애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엔도르핀이 나옵니다. 기업을 경영할 때보다 젊고 건강해졌단 이야기를 듣는 이유죠.”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규제 애로를 개선하는 과정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힘들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관계 부처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그만큼 보람이 크다는 의미다.
 
옴부즈만 최초로 현직 기업인 출신인 그는 “경영자에서 옴부즈만이 되고 바뀐 점이 있다면, 기업 경영 당시에는 ‘나’를 위해 일한 반면 옴부즈만으로선 ‘기업’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기본법 제22조에 따라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관련 불합리한 규제와 애로를 개선하는 정부기관이자 개인이다. 박 옴부즈만은 2018년 2월 제4대 옴부즈만에 임명된 뒤 지난해 2월 연임돼 3년간 활동을 지속하게 됐다. 올해로 업무를 맡은 지 5년 차지만 아직도 갈증을 느낀다고 그는 말한다.
 
박 옴부즈만은 “지난 4년간 깨알 규제부터 덩어리 규제까지 참 많은 규제와 애로를 접했고, 이를 관련 부처와 협업하거나 때론 호소하며 지금까지 달려왔다”면서 “하지만 이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할수록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기‧소상공인의 애로를 알게 된 이상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성에 찬다”고 털어놨다.
 
백방으로 뛰는 ‘현장형 옴부즈만’··· 지난해 2000여 개 규제 처리
 
박 옴부즈만은 규제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매주 2~3회씩 지역 및 업계 간담회, 기업 방문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그가 이동한 거리만 2만1658㎞. 서울과 부산을 약 22회 왕복한 거리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총 1282명을 만나 현안을 경청했다. 그에게 ‘현장형 옴부즈만’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박 옴부즈만은 “정부는 기업 목소리를 소중히 듣고 현장과 규제 체계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을 결코 게을리해선 안 된다”며 “현장과 규제 체계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기업이 부담하는 규제 비용은 늘어나고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현장 지향적인 태도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현장 활동을 통해 발굴한 규제‧애로는 257건이며, 이중 60건을 개선했다. 택배 상하차 업무에 한해 외국인 근로자(H-2) 고용 허용, 부채비율 개선 기업 보조금 신청 가능 개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장 발굴 규제를 포함한 지난해 전체 규제 개선 사례는 2000건이 넘고, 2018년 취임 이후 누적 건수는 1만4000여 건에 달한다. 월 평균 300건에 가까운 규제를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진 않았다. 매달 약 370건의 규제 애로가 추가로 접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규제 애로는 해결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쌓이기에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해결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박 옴부즈만은 “지난해 규제 발굴 성과로는 스스로에게 80점을 주겠지만 개선까지 이룬 건 60점 정도”라며 “코로나19로 대면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중기‧소상공인 애로 전달에 한계가 있었다. 올해는 대면 협의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피력했다.
 
규제로 연간 50.5조 소요··· 부처 간 칸막이 없애 해결 속도 내야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업무도 각 부처와 소통하는 것이다. 그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옴부즈만이 규제 개선을 건의하더라도 각 부처마다 규정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부처 간에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있어서다.
 
박 옴부즈만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핵심 규제나 덩어리 규제는 부처 칸막이 허들을 넘기 어렵고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각 부처는 협업이 살길이라는 문제 의식을 갖고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 등 각 부처 장관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환경부 간담회 수용률은 70%에 육박한다”며 “올해도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와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이다. 중앙부처뿐 아니라 광역지자체장 간담회도 마련해 지방 규제를 상당수 뿌리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의 적극행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법률 개정 없이도 담당 공무원의 유권해석을 통해 규제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박 옴부즈만은 “조사 결과 연간 50조 6000억원이 규제로 인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법이나 시행령을 바꾸지 않고 적극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가 30%로 약 15조원에 달한다”며 “규제혁신과 적극행정은 돈을 들이지 않고 가장 효과적으로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규제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 같은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담당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 변화”라며 “감사원의 감사를 적발 위주에서 지도 위주로 바꾸고 적극행정을 한 공무원에 대해선 승진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적극행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임기 4년간 성과는··· 옴부즈만 인지도 높이고 적극행정 이끌어
 
박 옴부즈만의 문제의식은 실제 공직사회 관행을 바꾸고 적극행정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 그는 공무원이 적극행정으로 징계 대상이 됐을 때 감경 또는 면제를 건의할 수 있는 ‘면책건의권’을 처음 시행했고, 적극행정으로 규제 개선에 기여한 공무원에게 수여하는 ‘망치상’을 제정했다.
 
옴부즈만의 규제 발굴 노력과 공공기관 적극행정이 빛을 발휘한 사례도 나왔다. 도로공사의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채권 양도를 금지하는 현행 규제를 개선하면서 약 35개 기업이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박 옴부즈만은 이를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규제 개선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기관 위상도 달라졌다. 지금은 중소기업은 물론 청와대와 중앙부처에서도 옴부즈만의 중요성과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가 처음 취임했을 때는 기관의 대내외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박 옴부즈만은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소관 부처장을 직접 만나 규제 개선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려고 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옴부즈만이 뭐하는 거냐’고 묻더라. 옴부즈만의 위상을 높여야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낙연 총리에게 편지를 써서 총리 주재로 중앙부처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를 계기로 중앙부처 장관들에게 옴부즈만을 알리고 현장에서 만난 기업 목소리도 직접 전하며 규제 개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30년간 기업 이끈 경영인, 후배들 위해 활동 폭 넓혔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 옴부즈만은 ‘맨주먹’ 성공 신화를 써낸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1987년 종잣돈 150만원으로 산 8톤짜리 덤프트럭 한 대로 무연탄 운송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대주‧KC그룹으로 키웠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기업의 애로를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해결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스스로도 지난 30년간 기업을 경영한 경험을 옴부즈만으로서 가장 큰 업무 능력으로 꼽는다.
 
그는 “지난 30년간 기업을 경영하며 고비가 있을 때마다 마땅한 버팀목이 없어 어려웠던 적이 많았다”며 “일례로 과거 공장을 지을 때 채광과 겨울철 난방에 도움을 받고자 천장을 유리로 설계했으나 지자체 규정 미비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아이디어가 충분히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면 규제를 개선해서 시행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후배 기업인들에게는 이런 시행착오를 하나라도 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했다”며 “그동안 기업을 키우며 갈고닦은 기량과 다양한 경험이 옴부즈만으로 활동하는 데 든든한 밑천이 될 거란 자신이 있었다. 지금도 매 순간 기업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규제 개선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 내 목표로는 ‘중소기업 제값 받기’를 꼽았다. 박 옴부즈만은 “대다수 중기는 대기업과 정부기관에 납품을 하는데, 납품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익이 감소해 근로자 임금이 증가하지 못하며 결국 청년들이 중기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중기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옴부즈만은 올해도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활동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기‧소상공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이들이 규제 개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에 대해 끝까지 두드리고 협의해서 성과를 내는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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