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표 임명 철회하라"...카카오 첫 파업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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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신승훈 기자
입력 2022-01-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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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쟁의' 배수진 친 카카오 노조..."주주와 사내 구성원 신뢰 회복해야"

  • 노사 대립 원인으로 떠오른 '유연근무제'...MZ세대 중심 반발 목소리

  • "쟁의 예고는 인사·경영권 침해" vs "근무조건 바뀔 가능성 높아 정당"

류영준 카카오 신임대표 내정자 [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카카오의 노조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가 신임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설립 후 첫 쟁의행위(파업·태업·직장폐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노총 산하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카카오 노조가 대주주의 고유 권한인 경영권마저 간섭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신임 대표 임명으로 인해 카카오 직원의 근로조건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당한 파업 예고라는 주장도 있다.
 
9일 민주노총 화섬노조 카카오지회는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신임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류 대표가 최근 카카오페이 지분을 대량 매각한 것이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류 대표가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책임 경영’ 의지를 밝혔지만, 노조는 류 대표가 퇴진하지 않으면 첫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며 배수진을 쳤다.
 
표면적으로 이번 노사 갈등은 소액주주들을 고려하지 않은 류 대표의 무리한 스톡옵션 블록딜로 인해 일어났다.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취득한 회사 주식 44만933주(900억원)를 블록딜 방식으로 대량 매각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지난 5일 카카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최근 카카오페이 집단 블록딜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류 대표의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 주주와 사내 구성원 신뢰 회복을 위해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IT 업계에선 신임 대표를 둘러싼 카카오와 노조의 대립은 '유연근무제'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2년간 지속해서 유연근무제를 실시했다. 이에 대다수의 직원이 판교 카카오 사옥으로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분기부터는 '유연근무제 2.0'을 시행할 계획이다. 유연근무제 2.0은 관리자의 재량껏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카카오 내부에선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유연근무제 2.0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류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카카오페이를 운영하며 지금까지도 유연근무제를 시행하지 않는 등 유연근무제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정책이 카카오 직원들의 반발을 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연근무제 2.0을 시행하는 이유는 오랜 재택근무에 따른 부작용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년 새 카카오에 합류한 직원이 기존 직원을 대면하지 못해 카카오만의 고유한 근무 문화를 체득하지 못하고 사업부별 시너지도 약화됐다는 판단이다. 협업 효율 저하로 인해 신규 서비스 출시도 지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쟁의 여부와 별개로 노조의 이번 압박은 조만간 있을 단체협약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조 카카오페이 분회는 첫 단협에서 포괄임금제 폐지·유연근무제 도입 등을 주요 안건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 노조의 첫 쟁의행위 예고를 두고 카카오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재계에선 카카오 노조의 이번 쟁의 예고를 두고 신임 대표 선임 등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법원도 노조가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경우 쟁의행위에 대한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일관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선 신임 대표 선임으로 인해 카카오 직원들의 근무 조건이 유연근무제에서 사무실 출근으로 현저히 바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카카오 노조의 쟁의행위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는 "노동관계법령의 해석상 회사의 경영권에 관한 부분인 지배구조·지분구조 처분에 대해선 원론적으로 쟁의가 금지된다"면서도 "이른바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면서 주주나 채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선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주식회사는 한두 사람이 끌고 가는 자가용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싣고 가는 배"라며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이나 과거 쌍용차 사건을 비교해보면, 카카오 근로자들의 주장은 무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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