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에 배달 나섰는데 배달료 인상...자영업자, 자구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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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권성진 기자
입력 2022-01-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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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대행업체들, 새해 일제히 배달료 인상

  • 배달로 영업제한 타개하려던 자영업자들

  • "남는 것 없다" "배달마저 포기" 울상

5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노량진동의 한 카페에 배달기사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권성진 수습기자]


5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노량진동의 한 카페. 5분여 만에 “배달의민족, 주문”이라는 알람이 6번이나 연거푸 울렸다. 이 가게 사장인 60대 여성 A씨는 주방 안을 바삐 돌아다니며 과일을 갈고 얼음 담기를 반복했다. 이내 노란색 점퍼에 검은 헬멧을 착용한 배달기사가 “배민이요”를 외치며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 계산대 앞에 놓인 과일주스 3개를 들고 황급히 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매장에 있던 테이블 3개를 다 치우고 배달에 집중하고 있어요.” A씨는 주방 너머 매장 내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배달료가 올라 너무 힘들어요. 하루 매출이 10만원 이상 줄었어요.” 한숨과 함께 말을 덧붙이던 A씨는 또다시 울리는 배달 요청 알람에 주방으로 눈길을 돌렸다.
 
새해를 맞아 자영업자들이 다시금 시름에 빠졌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식당·카페 등에서 매장 운영만 하다가 배달까지 겸하는 곳들이 늘어났지만 올해부터 단행된 배달료 인상으로 배달도 자영업자들에게는 타개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손님을 받는 시간이 제약을 받고 손님을 받더라도 인원 제한에 걸려 배달 병행으로 자구책을 찾았던 자영업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전국 각지 배달대행업체들은 지난 1일부로 배달료 인상에 나섰다. 서울, 인천 등에선 적게는 500원부터 천안 일부 지역은 1100원이나 추가로 올렸다. 업체들은 배달 기사 부족과 ‘한 번에 한 집만’ 배송하는 단건 배달 도입, 수요 폭증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거리두기로 영업이 제한된 오후 9~10시 이후에도 장사를 할 수 있는 배달로 줄어든 매출을 메꿔보려고 했는데 배달료가 오르며 배달 장사를 해도 수중에 떨어지는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연희동의 갈빗집 사장 50대 조모씨는 “매장에 200여 석을 갖춰 홀 운영만 하다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반년가량 지나면서 배달을 병행했다”며 “코로나19 이전부터 배달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배달 영업을 시작하며 ‘배달료 무료’를 나름의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조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을 이어가는 중이다. 조씨는 “손님에게 배달료를 아예 받지 않는 만큼 배달료 인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라며 “매출만 보자면 저희한테 순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 인건비에 중개수수료, 배달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서울 성산동에 양식집을 연 30대 김모씨도 “배달료가 오르면서 배달팁이나 메뉴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을 병행했다가 배달료 인상으로 배달을 중단하는 가게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B씨는 “배달료를 내다보면 남는 게 없어 사장님이 배달 주문을 받지 말라고 했다”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에 등록은 해 놨지만 최근에는 배달 주문을 아예 닫아놨다”고 털어놨다.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 제한을 견디다 못해 배달 서비스를 하려다 포기한 노량진의 한 덮밥집 사장 C씨도 “배달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생각을 접었다”며 “배달을 하면 저희 가게 기준으로 대략 4000~5000원 하던 메뉴들의 가격이 3000원가량 오른다고 보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 영업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곳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D씨는 “차마 음식 가격을 올리지는 못하겠더라”며 “배달대행업체 대신 아예 배달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게 더 수지에 맞을지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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