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택소노미, 역내 정치갈등 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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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1-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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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친환경 사업 분류 기준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을 지구온난화 대책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회원국들에 보냈다. 2050년까지 지역 내 탄소배출 제로 달성이라는 EU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가려내는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EU 집행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 일부 회원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은 1일 EU 집행위의 초안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를 통해 EU의 그린 택소노미가 초안대로 확정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베슬러 장관은 원자력에 대해 "위험할 뿐만아니라, 기후 변화와의 싸움을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독일의 슈테피 렘케 환경부 장관도 같은날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은 "대단히 파괴적인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독일 연정을 이끄는 사회민주당(SPD) 소속 마티아스 미르슈 의원은 dpa에 "원자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닐 뿐만아니라 경제적 타당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독일은 천연가스 투자를 녹색 사업으로 분류하는 방안에는 동의하고 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2일 "천연가스는 온실가스 중립으로 가는 데 다리를 놔주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유는 국가별 에너지 발전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EU 회원국 중 전력생산의 70%를 원자력 발전에 기대는 프랑스를 비롯해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반대하고 있다.

만약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 금융 조달이 쉬워지면서 관련 산업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 택소노미를 통해 지속하능한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될 경우 EU로부터 보증서를 받는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들에는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증표를 주는 것이다. 그 때문에 관련 산업들에 포함되는 것은 투자 유치 측면에서 커다란 이익이 된다. EU 입장에서는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된 기업들로 투자금을 쏠리게 하면서, 탄소배출 저감 목적 달성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EU의 집계에 따르면 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의 매년 민간과 공공을 합해 적어도 3500억 유로(471조8840억 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원자력 발전이 택소노미에 포함된 것은 원자력발전 의존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의 포함은 또한 남유럽과 동유럽의 가스 수입에 의존하는 많은 EU 경제 국가들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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