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의 선제적 혁신을 기대하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입력 2022-01-03 00: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방송시장은 코로나19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방송 매출액이 총 18조118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2% 가깝게 증가하였다. 특히 IPTV(인터넷TV)산업은 전년대비 약 11%나 성장한 4조2836억원, 지상파 산업은 1.4% 성장한 3조5665억원, 케이블 산업은 전년대비 4.4% 감소한 1조9328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IPTV의 높은 성장이 이채롭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와의 유료방송 산업과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국가가 성장 정체 또는 후퇴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글로벌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의 진출과 함께 발생한 코드 커팅으로 인해 가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은 OTT와의 경쟁에서 밀리거나 유료방송 사업자가 OTT로 전환되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은 매우 이례적이다. 항상 유료방송은 위기라고 하지만 IPTV만을 지켜보면 매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14%나 된다. 이제는 우리나라 유료방송이 IPTV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더욱 공고히 되어감을 알 수 있다.
 
물론 IPTV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IPTV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간의 경쟁에서 다양한 요소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유료방송 산업 내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결합상품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많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VoD(주문형비디오)에 투자하였으며, 국내외 OTT사업자와의 빠른 연계를 통해 고객의 미디어 콘텐츠 수요를 충족해 왔다. 더불어 케이블TV 사업자와는 규제의 누적 차이가 있는 행운도 지금의 결과를 이끌었다. 이러한 차이는 IPTV가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고 유료방송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게 하였다. 정리하면 IPTV는 유료방송 내 경쟁자들이 하지 못한 서비스 및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현실은 어떠한가? OTT와의 경쟁상황을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던 모든 경쟁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먼저, 가격 경쟁력은 OTT도 매우 저렴하다. IPTV가 통신사와의 결합상품으로 공급하는 수준의 가격이다. 게다가 OTT사업자는 장르의 구분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소위 몰아보기를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콘텐츠 품질도 점차 OTT에 밀리고 있다. 앞서 자신들이 쟁취한 경쟁력을 OTT에게 빼앗기고 있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난 것일까? 우리는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레드퀸 효과란 주변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제자리에만 머물려고만 해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인 “거울의 나라 앨리스”에서 등장하는 레드퀸에서 나온 말이다. 경영학자 세스 고딘이 붉은 여왕의 저주라고도 하였다. OTT사업자가 불러온 변화는 매우 빠르다. 공급망 측면에서 콘텐츠 사업자나 이용자 모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IPTV는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잡고 있는 것일까?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경쟁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노력에 비해 훨씬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IPTV의 선제적 혁신이 필요하다. IPTV는 서비스 및 기술 혁신을 통해 이용자 경험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OTT가 제공하기 힘든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글로벌 OTT가 쉽게 제공할 수 없는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게임이나 영화, 지역 기반의 관광 서비스 등과의 연계를 통한 서비스 혁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다시 한번 초기 출범과 같은 대규모의 투자와 혁신활동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이러한 혁신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편성권 등 투자 확대 없이 운영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 생존을 위한 전력 질주가 필요한 때가 다가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