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 ⑮"세계 속 우뚝 선 한국대중문화, 지나친 오만과 혐오는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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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최지현 기자
입력 2021-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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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석경 서울대 교수 화상 인터뷰(下)

  • "케이팝 성공, 간단한 '정부 지원' 효과 아냐...정부는 일회성 아닌 '지속적' 지원해야"

  • "한류, '국제적 보편성' 확보...이런 위상서 '민족·국수주의적 혐오'는 싸워야 할 대상"

지난 12월 2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3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문화강국 위상 공고화'를 꼽았다. 한국대중문화 확산 흐름의 장기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K-POP(케이팝) 그룹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한국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최근 국내외에서 부쩍 한국대중문화의 미래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아주경제는 앞서 게재한 '한국대중문화의 황금기, 아카이브 통해 미래의 길 열어야'(23일자 아주경제) 기사를 통해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대중문화 아카이브 구축이라는 과제에 대해 짚어본 바 있다. 홍 교수는 이와 더불어 달라진 한국대중문화의 위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과연 한국 문화의 어떤 부분이 세계 수용자들의 마음을 열게 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질 때 이후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그늘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홍 교수는 강조했다. 창작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 문화우월주의 등은 우리가 돌아봐야 할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음은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진=아주경제 23일자 지면 ]


-케이팝 문화의 확산에 대해 수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교수님은 특히 정부 주도의 문화 '수출' 정책이 아닌 '수용'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해 오셨다. 이번 기획을 하면서도 수많은 외신을 봤지만, 여전히 이런 시각은 계속되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많은 외신이 쉽게 한국대중문화 성공의 배경으로 정부의 지원을 꼽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매우 쉬운 해답을 찾은 것이라고 본다. 국가의 지원이라는 것은 결국 돈인데, 만약 이 공식이 성립하려면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한 중국이 최고의 문화 강국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는 물론 일본 등 선진국들도 문화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한국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 한국 문화 성공의 열쇠라는 결론을 내는 것은 선진국들이 아직 한국의 문화적 역량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한국대중문화의 세계적인 성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의 접근과 디지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어려운 길을 가기보다는 간단한 '정부 지원' 효과로 몰고 가는 잘못된 해석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아카데미 등 정부의 지원들이 커지고는 있는데, 한류에 대한 정부의 지원 중 긍정적인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었다고 평가하나? 

케이팝에 관심이 있어서 배우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상호호혜적 프로그램들은 무척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 공공외교에서 공공문화외교가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성'이다. 예전에는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한식, 한복 등을 국가와 연결시켜 (일방적으로) 홍보를 했다. 여기에 많은 예산을 투자했지만, 아시다시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도 지금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외 공관에서 많은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상당히 이벤트 중심적이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산은 많이 들어가지만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페스티벌류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지원이라고 본다. 창의노동자라고 하는 이들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지원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경우도 있고 여기에서 배제되는 이들도 많다. 이런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작자들이 생활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할 일이라고 본다. 한류 테마파크와 같은 사업들은 돈이 될 경우 민간이 알아서 진출하기 때문에 (정부는) 지원사업 등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출처=유튜브/서울대학교]

-케이팝이 국제적 문화 트렌드로 발전하면서, 이른바 현지화된 케이팝 스타일의 문화생산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케이팝 스타일에 대한 외국 그룹을 폄하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다른 사례이기는 하지만, 블랙핑크 리사의 솔로 앨범에 대해서도 태국 팬들이 열광적 반응에 대해 비난하는 등 민족주의적 현상이 강화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민족주의 성향 강화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석사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BTS)과 오징어게임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인 단계로 갔다. 이는 결국 한국이 세계에서 보편적 메시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주체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대중문화가 국제적 호응을 얻으면서,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여주는 그런 지위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BTS의 유엔 연설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대중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나라에서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는 싸워야 할 대상이다. 어떤 식으로든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케이팝 문화에서 이를 지속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우리 안의 인종주의다. 피부색과 나라의 경제력에 따른 차별이 같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이 가장 큰 일이라고 본다. 이런 민족주의·차별주의적인 목소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이런 말이 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서구에도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공론의 장에서 이걸 언급하지 못한다. 프랑스 같은 곳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차별적 발언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느슨하다. 인종, 지역, 성에 대한 차별 등 혐오가 넘쳐나고 있는데 이걸 한 번에 없앨 수는 없어도 사회 전체가 동의하는 마지노선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민족주의적인 담론은 어디에나 있지만, 여기에서 인종 우월주의적 측면이 강해지는 것을 우리가 막아야 하고 교육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케이팝의 성공에 따라, 지금 BTS가 미국 빌보드에서 1위를 하는 것처럼 필리핀에서 만들어진 케이팝 그룹 SB19이 멜론에서 '그 해의 앨범'을 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야 말로 한국대중문화가 진짜 헤게모니를 쥐게 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지금 BTS가 미국에서 1등을 한다고 미국 음악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사진=해외문화홍보원]

[사진=해외문화홍보원 ]


-최근 나오고 있는 혐오주의 넘어서지 못하면 케이팝 전성기에도 역풍이 불 수 있을까? 

당연하다. 드라마에서도 이게 드러난다. 해외 팬들에 대한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가장 유의미한 드라마가 '이태원 클래스'다. 외국 수용자들은 젊은 사람들이 이태원이라는 굉장히 다문화적 공간에서 (인종·성별적) 다양성이 구현되어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외국 수용자들은 동아시아에서 이런 것은 한국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굉장한 메시지다. 이들은 한국을 자신들이 투사할 수 있는 국가로 보고 있다. 전쟁과 가난, 개도국, 식민지배의 경험을 모두 했으며, 이게 대중문화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전통이 함께 모여있는 열린 창작 공간을 만들어내는 곳은 한국, 일본, 중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외국 수용자들은 이야기한다. (정치적으로 경직돼 있는) 중국과 일본 외에 오직 한국만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외국 대중들이 봐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평가들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위상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국내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라켓소년단'이라는 드라마가 인도네시아 비하로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인도네시아는 넷플릭스 시청 순위가 1위부터 10위까지 한국 드라마일 정도로 한국대중문화를 굉장히 많이 소비한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매우 예민하다. 예전 우리는 멀지 않은 시기에 얼굴에서 까만 칠을 하고 나오는 예능이 있기도 했다. 이런 (인종차별주의적) 사례를 모아서 창작자들에 대한 다문화 교육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한국대중문화 보도에 대해 초점을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최근 한국대중문화와 관련한 논문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아까 말씀드린 민족주의와 같은 것은 매우 큰 이슈다. 얼마전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폐지 결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가도, 시장도 하지 않은 검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은)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사람을 알아서 조심하게 만드는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 만큼 강력한 역할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한류나 한국대중문화는 일정한 작품의 형태 외에도 먹방, 케이뷰티 등 다양한 문화 형태로도 많이 퍼져나가는 데 여기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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