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베트남 8대 뉴스]역대 최악의 해...코로나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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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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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2021년은 역대 최악의 한 해였다. 1년 내내 코로나19의 악몽에 시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차 대유행이 시작하면서 행정력은 한계에 이르렀고 사회안전망은 무너졌다. 장기간의 봉쇄 여파로 내수는 바닥을 쳤고 국민의 생계는 역대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렸다. 경제성장률 역시 도이머이 이후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한국의 IMF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비견되는 ‘백신기금조성 운동’도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목표액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백신 또한 베트남 자체 개발을 목표로 분주히 추진했지만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정부 부채는 크게 늘었고 이제는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경고음마저 나왔다.

베트남 증시는 주요국 증시 상황과 맞물려 최고점을 경신했다. 미주 노선 개통, 지하철 개통 등 목표를 달성한 일부 성과도 있었다. 삼성, LG 등 해외투자(FDI) 기업이 떠받친 수출은 큰 어려움 없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본지는 현지 주요 언론의 보도, 기업협회 등 의견을 종합해 베트남 8대 뉴스를 선정했다.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찌민시 전경 [사진=인민일보(nhan dan) 누리집 갈무리]

①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호찌민 장기 봉쇄
2021년 4월 27일 북부 옌바이(Yen Bai)성의 한 호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외 유입을 제외하고 지역 감염자로는 3차 확산이 끝난 후 한 달여 만이었다. 당시 정부와 현지 언론은 확진자 발생에 대해 큰 경각심을 보이진 않았다. 지난 3차 대유행과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을 통제하고 확진자 추적에 나서면 그동안 유지되던 코로나19 청정국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다.

하지만 상황은 지난 3차 확산과 다르게 전개됐다. 확산세는 빠르게 퍼지면서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 곳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초 발생지였던 빈푹성, 흥옌성 등을 넘어 5월 초부터는 다낭과 호찌민에서도 확진자가 나타났다. 사상 최악의 봉쇄 기간으로 이어졌던 코로나19 제4차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4차 확산의 주요인으로는 정부의 늑장 대처와 시민들의 코로나19 불감증이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확산이 막 시작된 2021년 4월 30일부터 5월 2일은 베트남의 통일기념일, 노동절이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이었다. 베트남 정부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여파로 침체한 관광업계를 살리기 위해 ‘베트남인은 베트남을 여행한다’는 기치를 걸고 국내 여행을 장려했다. 이미 수십만의 인파가 전국 관광지에서 뒤섞여 있다가 연휴가 끝나고 각자의 도시로 돌아갔지만 때는 늦었다.

4차 확산세는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의 목표였던 코로나19 종식이 이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7일부터 지난달까지 4차 확산세로 인한 확진자는 150만명이며 이 중 3만명이 사망했다. 특히 이번 4차 확산세의 중심이었던 호찌민시는 거의 50만명의 확진자와 1만9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정부는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몇 달 동안 계속해서 봉쇄 기간을 연장했다. 호찌민의 경우 도시 자체의 봉쇄령이 거의 넉 달간 이어졌다. 또한 확산세가 두드러졌던 지난 7~8월에는 호찌민을 포함해 하노이, 다낭 등 사실상 전국의 절반 이상이 가장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총리령 16호가 적용됐다.
 

[그래픽=아주경제DB]

② '뉴노멀'을 선언하다
5개월 이상 장기간의 봉쇄를 풀고 베트남 정부가 결국 ‘뉴노멀(일상 복귀·코로나19와 공존)’을 선언했다. 정부의 뉴노멀 방침이 최초로 전해진 건 지난해 9월 1일이다. 팜민찐 총리는 관련 회의에서 “경제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봉쇄가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9월 11일 베트남 정부는 상임위원회에서 그동안의 코로나19 종식 방침을 공식 중단하고 백신 접종, 검사·치료에 중점을 둔 코로나19 퇴치 계획을 발표했다. 총리는 방역에만 집중하면 경제 자원은 바닥날 것”이라며 “경제와 사회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전염병에 대해 효과적인 통제와 안전한 적응을 유도하는 뉴노멀 정책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기 시작했다. 9월 중순부터는 하노이와 호찌민시, 기타 일부 지역은 배달 서비스 및 기타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10일 베트남 국내 노선이 재개됐다. 10월 말부터는 대부분 지역에서 유흥업을 제외한 영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시작됐다. 11월부터는 각급 학교의 등교가 시작됐다. 1월 1일부터는 국제 정기 노선 재개와 해외 입국자 3일 격리 방안도 발표했다. 확산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뉴노멀 방침은 굳건해 보인다.

최초 계획안에 따르면 베트남의 뉴노멀 단계는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필수 업종 활성화(1단계·2021년 9월 16일~10월 31일)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비필수 서비스업 활성화(2단계·2021년 10월 31일~2022년 1월 15일) △모든 활동 재개(3단계·2022년 1월 15일 이후) 등으로 구분된다.
 
③ 예상치 넘은 백신 접종률
베트남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캠페인이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운동은 올해 유일하게 목표보다 먼저 달성한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당초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1억7500만회분을 확보해 새해 1분기까지 인구의 3분의2 이상 예방 접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미 베트남은 1억8000만회분 이상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21년 12월 27일 기준 전 국민의 68,8%가 2차 접종을 마쳤다. 1차 접종은 90%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3월 7일 첫 코벡스퍼실리티(국제 무상 제공)의 공여분인 아스트라제네카 100만회분이 도착해 접종을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는 예방접종 순위를 총 5단계로 나누고 접종을 실시했다. 4차 확산 이전까지만 해도 접종률은 2~3%에 불과했다. 아세안 국가에서도 최저 순위였다. 베트남 정부는 전국적인 백신기금모금운동, 백신외교 등을 통해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에서 다량의 시노팜 백신을 들여오면서 크게 숨통이 트였다. 현재까지 베트남 정부가 승인한 백신만 8개에 이른다. 반면 베트남 정부가 계속해서 강조하던 토종 백신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하노이의 한 접종 센터에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vnexpress 누리집 갈무리]

④ 경제지표는 35년 만에 ‘최악’
-6.17%. 지난 3분기 베트남 경제의 성장률 성적표다. 베트남은 지난 1987년 도이머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후 역대 최악의 경제지표를 기록했다. 과도한 방역 정책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차 확산 동안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찌민시에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베트남 남부 지역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호찌민시는 전례 없는 -24.39%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베트남 전체 경제성장률은 2.5%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당초 베트남 정부의 목표치는 6.2~6.8%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업장 운영 중단, 폐업, 실업 급증 등으로 3분기에만 실업자가 170만명 이상으로 전 분기보다 50만명 가까이 늘었다. 실업률은 3.98%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약 1900만명이 소득 감소를 보고했고 매달 약 9700개 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해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다만 수출만큼은 버팀목 역할을 했다. 봉쇄 여파로 인해 공급망 중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등 외자기업들의 수출이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총 교역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약 6600억 달러를 달성하고 무역흑자는 2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⑤ 4대 권력 기둥 선출···제13차 전당대회 개최
제13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당대회)가 2021년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개최됐다. 전당대회는 5년마다 열리는 베트남 공산당의 최대 정치행사다. 이 행사는 향후 5년간 베트남을 이끌어가는 당 주요 지도부와 중앙집행위원회 대의원들이 공식 임명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당초 제13차 지도부는 응우옌푸쫑 전 주석 겸 서기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먼저 열렸던 당 중앙위원회에서 서기장 지지세가 결집하고 전당대회가 개최되면서 응우옌푸쫑 서기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서기장의 세 번째 연임은 공산당 창당 이래 두 번째다. 

정치국원은 총 18명이 선출됐다. 정치국원 1번인 서기장을 제외하고 2~4번에는 응우옌쑤언푹(국가주석), 팜민찐(총리), 브엉딘후에(국회의장)가 각각 임명됐다. 이 밖에 정치국원은 대폭 물갈이되면서 중부 지방 출신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약 200명을 뽑는 중앙집행위원회 대의원에는 40대 비율이 50%를 넘었다. 1970년대생의 정계 진출이 본격화한 것이다. 쫑 서기장은 제13차 전당대회 개막 연설문을 통해 "베트남을 2045년까지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베트남 제13차 전당대회 폐회식 [사진=베트남 정부공보(VGP)]

⑥ 베트남 증시, 최고점 경신
베트남 증권시장(VN지수)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어 또다시 최고점을 경신했다. 2021년 11월 25일 VN지수는 1500을 돌파해 주식시장이 정식 개장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12월 28일 기준 VN지수는 1494.39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34% 오른 수준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증시 활황의 동력은 무엇보다 활발해진 베트남의 개인 투자가 꼽힌다. VNX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2020년 신규 계좌가 170만개 개설됐으며, 2021 신규 계좌 역시 2020년에 비해 3배를 넘는다. 2021년 VN지수의 한 세션당 평균 거래 금액은 2020년보다 2배 이상 오른 37조2000억동(약 1조9120억원)에 도달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과 발행 채권 잔액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63%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⑦ 베트남, 첫 지상철 개통···하노이 2A 노선
베트남의 지상철이 첫 운행을 시작했다. 베트남의 지상철은 공사대금 비리, 건설 지연, 주관사 재선정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10년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앞서 정부는 2021년 5월에도 지상철을 개통한다고 발표했지만, 시범 운행이 또다시 미뤄지면서 11월부터 정식 운행이 시작됐다.

첫 번째 노선인 깟린~하동(Cat Linh~Ha Dong) 구간은 총연장 13㎞로 12개 역사가 있다. 노선은 하노이 동남부에서 중심부로 이어진다. 베트남 메트로는 이번 하노이 2A 노선을 시작으로 2050년까지 하노이에 총 8개 노선(총연장 355.5㎞)과 호찌민에 총 6개 노선(총연장 168.6㎞)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⑧ 20년 만에 첫 미주 노선 개척
베트남 항공업계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베트남 국영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은 지난해 11월 28일 첫 미주 직항 노선인 샌프란시스코발 정기노선이 운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20년의 준비기간 끝에 이뤄진 베트남 항공업계의 쾌거였다. 

베트남은 그간 필리핀 등 경쟁국가와 비교해 미주 직항 노선이 없었다. 베트남에서 미국에 가기 위해선 외국 항공사의 환승 편을 이용해야만 했다. 베트남 항공은 이번 미주 노선 취항을 계기로 미주 거주 베트남인의 모국 방문 편리성 증가, 미주 관광객 유치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2021년 11월 28일 베트남항공 소속 항공기가 호찌민 떤선녓공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의 첫 출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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