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6G·양자·우주기술, 통상·안보·산업 지렛대로"…정부 송곳전략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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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12-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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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중국·EU·일본 등 기술 선도국 비결은 '선택과 집중'

  • 한국, 부처별 9개 체계 5000여개 기술 지원…추격 난항

  • R&D 예산 22% 확대…첨단기술 산실 DARPA 모델 활용

  • 산·학·연 역량 결집, 독자기술 개발, 국제협력 확대 추진

  • "자체기술 없으면 국제 외톨이" "기술주권 확보에 노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첨단기술 산업에 국가주의가 확산하고, 미국·중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정부가 인공지능(AI)·6G·양자·항공우주를 비롯한 10개 분야를 '국가 필수전략기술'로 선정, 오는 2030년까지 집중 육성하는 송곳전략을 가동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중심의 선도국 간 기술동맹 움직임이 가시화함에 따라, 한국의 전략적 통상·안보 협력에 협상카드가 될 대체불가 원천기술 확보에 한정된 연구개발(R&D) 예산과 국가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구상이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주요국이 중시하는 전략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최고 기술국 대비 60~90% 수준으로, EU·일본과도 격차가 크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의 6G·양자·우주·바이오 등 전략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지만, 당장 한국은 기술패권 경쟁에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원천기술이 부족하다. 반도체·배터리·5G 등을 제외하면 선두권 밖의 '추격자' 위치에 있다. 정부가 9가지 기술체계로 5000여개에 달하는 기술을 지원·육성해 왔지만, 이대로는 격차를 좁히지 못할 우려가 크다.

'선택과 집중'이 기술 선도국의 전략이다. 미국은 '무한국경법(EFA)'으로 10대 핵심기술 R&D에 5년간 1500억 달러(약 178조원)를 쓰고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예산을 2배로 늘린다. 중국은 '14차5개년규획(14.5規劃)'으로 7대기술·8대산업 R&D 투자를 작년 2조4000억 위안(약 447조원)에서 매년 7% 이상 늘린다. EU는 6대기술 육성과 핵심품목 대외의존도 완화를 꾀한다. 일본은 10대기술 육성과 경제안보를 강조한다. 이에 더해 EU는 합동무역기술위원회를 설치하고 일본은 경제안보상을 신설하는 등 대미협력·공조 강화에도 나선다.
 

기술패권 확보를 위한 주요국 정책동향 [자료=과기정통부]


우리 정부도 국가차원에서 집중 육성할 기술 분야를 도출하기 위해 기존 지원대상 기술을 수십개로 재분류하고 공급망·통상, 국가안보, 신산업 육성 관점에서 전략적 중요성, 주도권 확보가능성과 지원 시급성을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AI, 5G·6G,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수소, 첨단로봇·제조, 양자, 우주·항공, 사이버보안을 '10개 국가 필수전략기술'로 선정해 집중 지원에 나선다고 최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선도국의 90% 이상 기술력을 확보하고, 10년 내 EU·일본을 능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우선 R&D 지원 규모를 확 키운다. 기존 10대 전략기술 분야의 R&D 예산을 올해 2조7000억원에서 내년 3조3000억원 규모로 22% 이상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수년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대규모 국책과제 R&D사업 추진시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을 9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민간의 R&D·시설투자 세제 지원, 수요기반 인력양성·유치 지원, 빠른 특허 취득을 위한 우선심사 지원, 전문가의 국제표준화 기구 리더직 진출 확대 지원, 기술유출 방지 강화를 추진한다.

인터넷, 위성항법장치(GPS), 애플 음성AI, 자율주행, 코로나19 백신 '전령리보핵산(mRNA)' 등을 낳은 DARPA의 방식으로 독보적 원천기술 확보를 촉진한다. 국가 R&D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자리에 세계최고 전문가를 영입하고 사업 전권과 자율성을 맡긴다. 혁신도전프로젝트(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키미스트(산업통상자원부), 미래도전국방기술개발사업(방위사업청) 등으로 도전적 목표를 세우고 다수경쟁·중도탈락, 외부자원 활용, 인수합병(M&A) 등 수단을 총동원해 치밀하게 달성도를 관리한다.

정부는 10개 필수전략기술의 분야별 중요성·경쟁력·특허동향을 분석해 R&D투자, 인프라·세제, 법·제도 개선, 통상·협력, 인재확보 등 육성·보호 방안을 마련했다. 각 분야별 선도국과의 기술격차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과학기술·산업통상 외에도 외교·국방·국가안보 등의 통합적 관점에서 다부처 협력을 전제로 국내 민간 지원과 국제 공급망 지원, 타국과의 공동연구·공조 등 국내외 정책을 전개한다는 구상을 담았다.
 

국가 필수전략기술 10개의 선정 배경과 각 기술을 위한 지원·육성 전략 유형 3가지. [그래픽=김효곤 기자]


일례로 AI에 대해선 "기술종속시 경제·안보에 타격" 우려가 있고 빅테크 기업의 스타트업 M&A경쟁이 심화 추세임을 짚고, 미흡했던 민간서비스 활성화, AI반도체 등 하드웨어 개발 지원과 미국과의 AI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5G·6G 영역에선 미·중 무역갈등 상황과 오픈랜(OpenRAN) 표준 확산에 따른 시장진입 가능성 증가를 기회로 보고, 한미공동연구 강화와 원천기술·표준화 선점을 추진하고 핵심부품 의존도를 낮출 소재·부품·장비R&D를 지원할 계획이다.

산·학·연 역량을 결집한 추격 발판 확보를 절실하게 바라보는 양자 분야에선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대비해 2035년까지 요소기술개발·인력양성, 산업 가능성 입증, 상용화 등을 단계별 추진하고 미국·EU와 공동연구로 협력한다. 후발주자로서 '누리호' 발사 등으로 최근 꾸준히 기술자립 수준을 높이면서 미래시장 개척 의지를 다지고 있는 우주·항공 분야에선 '재점화·다단연소' 액체엔진과 항공용 엔진 독자개발 등 과감한 독자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아르테미스·위성항법 등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다.

향후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에 장관급 '국가 필수전략기술 특별위원회'와 기술별 '민·관 합동 협의회'를 설치하고, 기술·여건의 변화와 정책수요를 반영한 필수전략기술 추가·변경·해제 절차를 만든다. 내년 분야별로 3~5개의 세부 중점기술을 찾아 R&D 청사진을 마련한다. 부처별 R&D사업 시행계획과 예산에 이를 반영한다. 법·제도 기반인 '국가필수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반도체 등 산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과 상호보완적으로 운영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제20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첨단기술 보유국가 간 기술블록화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며 "자체 기술 없이는 국제 외톨이가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전적 R&D를 강화하겠다"며 "성과가 없으면 과감히 멈추고, 가능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대체불가능한 독보적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해 기술주권 확보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20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현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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