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 ⑬학교에서 케이팝을 배운다면?...일본서 찾은 '미래 아티스트' 발굴의 대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지현 기자
입력 2021-12-24 07:2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日 오사카 소재 코리아국제학교 '케이팝·엔터테인먼트 코스'

  • 올해 4월 정규 교육과정 신설 후 두 학기 만에 17명으로 늘어

  • "꿈을 꾸면서도 장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 학생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케이팝 트레이닝

지난 4월 아사히신문의 한 기사가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에서 크게 화제를 끌었다. 일본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에 소재한 '코리아국제중고등학교(コリア国際学園·KIS)'가 올해 'K-POP·엔터테인먼트 코스(K-POP・エンターテイメントコース·케이팝 코스)'라는 정규 교육 과정을 신설했고, 지난 4월 10일 해당 과정에 13명의 일본인 학생이 입학했다는 소식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입학한 학생들의 커버댄스·보컬 무대와 인터뷰를 자세히 전하면서 자국의 K-POP(케이팝) 열풍의 단편을 소개했다. 이후에도 코리아국제학교의 케이팝 코스는 우리나라의 국제 보도는 물론, 일본 NHK와 ABC(아사히방송) 등에서도 여러 차례 방송을 타며 유명세를 탔다. 
 
        코리아국제학교의 'K-POP·엔터테인먼트 코스' 입학자는 모두 일본인이다. [출처=유튜브/朝日新聞社]
그간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을 익히 듣고 있었지만, 케이팝을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했다는 소식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일본 교육 과정에서 흔한 일인지 최근까지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후배에게도 물었지만, 그 역시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일본 학교는 물론 한국·조선 계열 학교라도 입시를 치러야 하기에 한국의 중·고등학교와 비슷한 분위기라며 아직까지는 저곳이 유일하다는 답변이었다. 

이에 본지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코리아국제학교와 만나봤다. 본지는 약 2시간에 걸쳐 코리아국제학교의 김정태 교장과 후지사와 게이코 케이팝 코스 코디 교사, 현재 케이팝 코스에 재학 중인 중학교 3학년 다케나카 미즈키양과 고등학교 1학년 가토 하루군에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리아국제학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다"

(일본에서 케이팝이) 인기가 있기 때문에 동아리라든가 개인적으로 하는 경우(취미 등)는 많지만, 학교에서 정식 과정으로 생긴 것은 처음이 맞습니다. 간혹 고등학교 과정을 두고 있는 전문학교에서 이와 유사한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우리 학교와 같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이러한 교육을 병행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김정태 교장은 자교의 케이팝 코스가 실제 일본에서 처음으로 생긴 정식 교육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코리아국제학교 역시 케이팝 코스를 설치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지난해 10월 김 교장이 양호석 일본주재 한국대사관 수석교육관과 식사를 하며 나눴던 대화가 발단이었다. 

코리아국제학교가 일본에서 케이팝 인재를 키우는 일을 할 수 있는 '적임지'라는 권언을 들은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케이팝이 한국이나 일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세계로 퍼져가는 인재를 키우는 코리아국제학교의 교육 이념과 딱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김정태 코리아국제학교 교장(왼쪽 아래)과 일본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에 있는 코리아국제학교 본관 전경. 오른쪽 아래 사진은 수업 모습. [사진=코리아국제학교]

케이팝 아티스트야말로 '월경인(越境人)'이라는 말이었다. '월경인'은 국경과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인을 길러낸다는 '중립교육'의 실험을 진행 중인 코리아국제학교의 설립 이념이다. 코리아국제학교는 오사카에 모여 사는 재일동포 2세들이 중심이 돼 새 시대 재일동포를 위한 새로운 교육을 정립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08년 설립됐다. 

이는 또한 한국과 북한으로부터 각각 지원을 받는 기존의 한국학교와 조선학교가 아닌 '새로운 민족학교’를 설립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개교 과정에서 어느 정부로부터의 재정적인 지원도 고려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과 북한, 어느 한쪽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처럼 '분단된 민족 교육'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0세기 형성된 국가주의적인 가치관은 이 시대 재일동포들에게 알맞지 않습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재일동포들은 이제 한국과 북한, 일본의 국경을 넘어선 존재입니다. 일본의 기존 학교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남도 북도, 일본도 해외도, 세계도 다 우리 것'이라는 생각으로 떳떳한 자기를 가지고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학생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코리아국제학교의 교육 과정도 국가를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어학 과목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한국어나 조선어가 아닌 '코리아어'와 영어, 일본어 등 3개 국어를 각각 매주 5시간과 7시간, 4시간씩 할애하고 있다. 

또한 재일동포의 뿌리와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한 '재일코리안사' 과목과 다문화 교육, 시사토론 등은 필수 과정 중 하나다. 재일동포(전체 학생의 40%)와 일본인(30%), 한국과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모이면서 최소 2개 국어에서 4개 국어를 사용하는 학교 환경을 고려한 커리큘럼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에 따른 문화적 충돌을 막고 균형 잡힌 교육을 실현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교육의 성과로 재학생 규모도 2008년 27명에서 70명가량으로 늘었고, 졸업생들도 70%가 일본 대학에, 나머지는 한국과 영어권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입시 성적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국제학교 재학생들의 모습. [사진=코리아국제학교]

김 교장은 당시 대화를 가슴속 깊이 담았지만, 케이팝 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터라 섣불리 일을 진행할 순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또다시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도쿄에서 케이팝 관련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연락을 받은 것이다. 같은 해 11월 오사카에서 케이팝 오디션을 진행하려고 하니 놀러오라는 용건이었다.  

김 교장은 당시 오디션이 무려 6시간이나 이어진 강행군이었다면서도, 이날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에 케이팝 코스를 자교에 설립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회상했다. 10~20살 청소년들이 부끄럼 없이 노래와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에, 그리고 잘하지 못하는 한국어를 더듬더듬 한마디라도 열심히 말해보려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그날 바로 오디션장에 한데 모인 오사카 케이팝 댄스스쿨 관계자들과 안면을 트고 교류 협정을 진행했다. 또한 현재 케이팝 코스 운영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후지사와 교사와도 처음 만나게 됐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쳐 코리아국제학교는 올해 1월 처음으로 케이팝 코스에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처음 5명이 모였던 '스몰 스타팅(small starting)'은 지난 4월 올해 1학기를 시작할 당시 13명으로 불어났고, 올 가을 2학기는 17명이 함께했다. 

올해 시작한 케이팝 코스는 코리아국제학교의 유명세에도 도움을 줬다. 과거 전체 재학생의 20% 수준이었던 일본인 학생들은 불과 1년 사이 10%p(포인트)나 늘어났고, 전체 재학생들 사이의 문화 교류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아주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며 세계로 나아가는 학생을 키우기 위해선 여러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언어와 국제 관계를 중심으로 교육했지만, 이제 우리가 선택한 아이템은 바로 '케이팝'입니다.

 
        코리아국제학교 케이팝 코스 재학생들이 결성한 보이즈 유닛인 '디섭프(DESUP)'의 커버댄스 공연 모습. 같은 과정의 걸즈 유닛은 '벨린다(Belinda)'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유튜브/KIS-KPOP]
 
◇"꿈을 꾸면서도 장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코리아국제학교의 케이팝 코스가 상업적 목적의 인력 육성 시스템이 아닌 교육 과정의 일환인 만큼, 김 교장과 후지사와 교사는 케이팝 코스 재학생 각각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이다. 인터뷰 동안 김 교장은 케이팝 코스 재학생들이 코리아국제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세세한 일들을 모두 기억하며 한 명 한 명 세심히 챙겼다. 후지사와 교사는 그 누구보다 아이돌 지망생인 학생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저희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꾸면서도 자신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또 이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케이팝 코스에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아닌, 코리아국제학교에 입학한 다음, 그리고 학교를 떠난 다음을 내다보고 교육하기 위해 커리큘럼을 만들어왔습니다.


경영학 연구자인 후지사와 교사는 일본 도시샤여자대학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론'과 케이팝의 미디어 전략 등의 내용을 포함한 '아시아 글로벌 전략' 등에 출강하고 있다. 또한 코리아국제학교에서는 케이팝 코스 재학생들의 전반적인 일과 생활을 관리하고 각 수업과 활동에 필요한 강사를 초빙하는 등 전반적인 커리큘럼을 조율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후지사와 게이코 코리아국제학교 케이팝 코스 코디 교사(위)와 올해 4월 10일 코리아국제학교 입학식 당시 케이팝 코스 학생들의 공연 모습. [사진=코리아국제학교]

특히 후지사와 교사는 파트너인 가와타 다카오 일본 도시샤여자대학 미디어·창조학과 교수와 함께 케이팝 산업에 대한 공동연구 활동을 진행해오며 느꼈던 일들이 케이팝 코스 커리큘럼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도 설명했다. 
 

과거 연구 과정 중 한국에서 아이돌 연습생 활동을 하다 온 일본인분들을 상담하며 숨어있는 어려움들이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코리아국제학교 케이팝 코스를 맡기로 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한국 케이팝 산업계에 가서 (어려운 일들을) 감당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어요. 케이팝을 꿈꾸는 일본의 많은 아이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 하지만, 거기에 적응하려면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후지사와 교사는 케이팝 코스 학생들을 위해 '종합적인 교육'을 준비했다. 연예계 진출과 아이돌 데뷔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닌, 이후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아이돌 활동을 할 경우까지 대비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학생들이 아이돌을 꿈꾼다고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작곡을 비롯해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가르쳐야 하지만, 한국의 문화와 역사, 업계의 상식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폭넓게 교육하려고 합니다.


특히 교육기관으로서 코리아국제학교가 상업적인 케이팝 인력 양성 시스템과 차별점을 두고 있는 지점은 '학생들의 미래'였다. 케이팝 코스가 학생들의 미래를 여러 방향으로 열어두고 어떤 방향에서라도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 한국 대학에 케이팝 코스 커리큘럼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 '자신의 꿈을 꾸면서도 장래를 꿈꿀 수 없는 상황이 한국 학생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돌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속사 오디션에 합격하는 일 자체도 어렵지만, 연습생으로서 데뷔를 할지도 모르고, 데뷔를 한다고 해도 아이돌로서 인기를 얻을지도 모르고요. 학생들이 혹시라도 나중에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연출가나 조명·음향 기술자와 같이 인접 업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케이팝 코스가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올해 4월 10일 코리아국제학교 입학식 당시 케이팝 코스 학생들의 공연 모습. [출처=유튜브/コリア国際学園中等部高等部]

 코리아국제학교 케이팝 코스 재학생들의 단체사진. [사진=코리아국제학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