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황'이 바꾼 뉴욕증시...미 SEC 내부자 거래·자사주 매입 규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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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2-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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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융 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이는 올해 3~4월 미국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사건으로 촉발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는 SEC가 금융시장의 내부자 거래와 자사주 매입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10b5-1 계획'의 개정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SEC는 해당 개정안을 이날 연방관보에 게재했으며, 게재일 이후 45일 동안 공개 협의 기간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해당 개정안은 공개 협의를 거쳐 내년 1월 말~2월 경 SEC 위원회(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5명)의 투표로 확정될 예정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10b5-1 계획' 개정안. [자료=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이번 개정안의 핵심 방안은 크게 △기업 내부자 거래 계획 △자사주 매입 공시 △스와프 거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대한 규제 강화다. 

우선, 개정안은 기업 내부자(상장사 임원)의 자사주 거래 계획에 대한 공개 의무를 대폭 강화한다. 해당 규정은 임원들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를 거래하지 못하도록 매도 시점과 물량을 사전 계획서로 제출하도록 한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에는 매도 당일 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이유로 계획서를 사후에 작성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그간 일각에서는 해당 규정을 준수했더라도 내부 정부를 이용해 부당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기업 내부자가 자사주 거래 계획을 수립하거나 수정할 때마다 이를 모두 공개하도록 강제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 내부자들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중요한 내부 정보를 획득하지 않았다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 또한, 다수의 중복되는 자사주 거래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금지된다. 

아울러, 거래 계획 수립과 실제 거래 사이에는 120일의 대기 기간(cooling-off period·냉각 기간)을 둬야하며, 기업 차원의 자사주 거래 시에는 해당 대기 기간을 30일로 제시했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강화한다. SEC는 종전 각 기업에 자사주 매입 정보 공개를 분기별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자사주 매입 거래일 이후 바로 다음 거래일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이로부터 다시 10거래일 안에 회사 내부자의 자사주 거래 내역 여부 밝히도록 했다. 

또한, 로이터는 SEC가 향후 개정안은 기업이 내부자 거래가 포함된 자사주 매입 계획에는 매입 목적과 근거, 가격 책정 절차와 기준 등도 밝히도록 하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증권 기반 스와프 거래의 경우 개인 또는 집단이 특정한 기준값 이상의 포지션을 소유할 경우 SEC에 즉시 소명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는 또한 공시로도 공개된다. 이전의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정보 공개 의무도 강화한 것이다. 

SEC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해서는 구조적 위험을 축소하는 방안에 집중했다. 펀드 중 유동 자산의 보유 비율을 높이고 투자자들의 출금을 유도하는 수수료 부과와 환매 정지 등의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MMF의 유동성 개선과 상환 억제를 유도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들은 지난 4월 취임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중점 과제 중 하나였다. 자사주 매입과 복합 파생 상품 등의 금융 거래에서 투명성을 높여 기업의 부정행위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겐슬러 위원장은 이날 서명에서 "내부자들이 일반 투자자들과는 달리 정기적으로 중요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이슈였다"면서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이번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상장 기업과 각 기업의 최고 경영진뿐 아니라 블랙록·뱅가드·피델리티·골드만삭스 등 주요 대형 은행과 자산관리사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집단 역시 이를 환영했다. 미국 기관투자자협의회(Council of Institutional Investors·CII) 측은 매체에서 "그간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악용되던 각종 관행을 정리할 경우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아케고스 사건이란 빌 황의 가족 회사인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매입한 주식이 올해 3~4월 급락하면서, 해당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사들이 100억 달러(약 11조8000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일을 말한다.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소유자인 한국계 투자자 빌 황. [사진=유튜브/Hawaiian Islands Minis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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