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내년 가계대출 한도 '미궁 속'…업계는 발 동동

인터넷전문은행 3사[사진=아주경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기준이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다. 확정된 대출 규모를 기준으로 내년 계획 수립에 나서야 하는 은행들은 금융당국 ‘입’만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까지 인터넷전문은행 3곳에 대한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이달 중으로 (가계대출 총량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그에 맞춰 움직일 텐데 늦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현재 해당 업계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대해 소통 중”이라며 “(확정되더라도) 개별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정부·여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이는 올해(~6.99%) 대비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쉽게 말해 내년에 은행들이 일반 차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올해 취급분 대비 4~5% 이상 늘릴 수 없다는 의미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우려는 다소 지연되는 가계대출 총량 확정 시기 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적용받을지 여부에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지난 10월 카카오뱅크 등이 마이너스통장과 고신용대출 등 일부 대출상품에 대한 신규 취급을 연말까지 중단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시중은행들의 대출 제한 등으로 차주들이 인터넷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내년 대출 증가율을 최대 7~8% 수준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 인터넷전문은행 규모와 기초체력을 감안할 때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실제로 ‘3대 인뱅’ 중 업력이 가장 긴 '4년 차' 케이뱅크의 여신 규모는 올해 11월 말 기준 6조8300억원 수준이다. 그나마 해당 업계에서 여신 규모가 가장 큰 카카오뱅크는 25조원이며, 지난 9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올해 취급한 여신 잔액이 5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1월 기준 708조원대로 개별 은행당 평균 140조원이 넘는다.

만에 하나 시중은행과 동일한 '5%' 수준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인터넷은행에 적용된다면 내년 토스뱅크가 취급할 수 있는 여신 잔액 증가치는 250억원에 그치게 된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전체 가계대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인터넷은행들의 가계대출까지 전년 여신규모 대비 퍼센테이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대출 총량 규제가 까다롭게 적용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들에 요구되는 '중금리대출' 강화 기조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취급규모에 따른 신용평가모형 검증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금융당국이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중저신용대출에 대한 대출총량 규제 제외 역시 당국 내부 이견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