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칼럼] '말잔치' 기후변화협약에 드리운 1.5℃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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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공정한투자연구소장
입력 2021-12-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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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2021년 10월 이후 대한민국 국민은 예상하지 못한 한 단어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바로 요소수다. 이것은 디젤 엔진이 내뿜는 배기가스 중 대기 오염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저감장치(SCR)에 사용되는 촉매제다.

요수소는 석탄에서 추출된 암모니아로 생산되는데 중국이 긴박한 사정으로 수출을 제한하자 국내 화물 운송업을 시작으로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가 요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12월 4일 6개월 물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하는 등 제한적 공급을 시작하면서 요소수 사태는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왜 느닷없이 중국에서 요소수 공급 문제가 발생했을까?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매장량 보유국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석탄 생산의 50%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소비도 54%를 차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석탄 부국인 중국에서 석탄 부족 사태가 일어나며 석탄 가격은 연초 대비 190% 이상 급등했다.

주요 광산이 몰려있는 신장, 내몽고 등 내륙 지역의 폭우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석탄 생산 제한이 원인이었다. 고탄소 배출 국가와 기업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와 탄소세 도입 등 비용 증가, 국제 기관투자가의 투자 제한 등으로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석탄 생산과 사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부작용으로 한국의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모두 기후변화 위기가 원인이었다.

한편 많은 국내 여론은 요소수 사태를 현 정부의 무능 그리고 정권교체의 정치적 필요성으로 각인하려 하지만, 요소수 사태에서는 더 큰 위험의 경종 소리가 들린다. 즉, 이 사건은 약 1만2000년 전에 끝난 빙하기처럼 상상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위험에 대한 조기 경보이면서 2015년 파리기후 협약의 탄소 배출 감축 모티브인 1.5℃가 서서히 저주로 바뀌며 나타나는 일종의 미세한 이행위험이다.

이행위험은 이미 2015년 잉글랜드은행 총재 마크 카니가 기후변화의 금융 안정성에 대한 영향을 강조하면서 등장했다. 기후변화는 홍수, 산불,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재난에 앞서 장기적인 대응 과정에서 경제, 산업, 기업에 충격을 주고 금융에 시스템 리스크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1.5℃의 저주다.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세계 대전망에서 주목해야 할 10가지 주제와 트렌드 중 7번째로 기후 위기를 선정했다. 세계 정치인과 소비자 그리고 기업인들은 과거 2010년에는 무관심했고 최근까지도 배출 감축 목표 설정처럼 돈이 들지 않는 말 잔치를 해왔지만 2022년부터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나타난다고 전망했다.

한편 2021년 말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논쟁에는 이미 그린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2021년 초에는 백신 개발과 접종률 상승, 경제봉쇄 해제 등으로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출현했고 중앙은행들은 이것을 경제회복에 불가피한 신호이며 일시적 현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연말로 가면서 일시적 인플레이션 견해가 장기적, 구조적인 문제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유가, 석탄 등 에너지와 농산물의 가격이 큰 폭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는 모습이어서 금리 인상 등 물가상승 억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매파적 견해가 늘고 있다. 이 원자재 가격 상승 배경에 화석원료 생산과 이용 제한으로 인한 1.5℃의 저주가 있다.

기후변화의 이행위험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11월 13일까지 있었다. 197개 국가 정부는 물론 산업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에서 4만여 명이 참석했는데 회의 결과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불러왔다. COP26는 첫째 1.5℃ 기온 상한 유지, 둘째 석탄 발전의 단계적 축소(phase down), 셋째 각국 탄소 감축 목표(NDC)를 22년 재설정하고 25년부터 5년마다 10년간 감축 목표 설정, 넷째 선진국의 25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 재정지원 약속, 다섯째 미국과 중국 기후변화 위기 상호협력 약속, 여섯째 ’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량 30% 감축, 일곱째 삼림벌채 금지 등을 합의했다고 성과를 자랑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COP26 결과가 주로 약속과 의지 등 선언적인 것들이어서 당장 실천, 이행할 내용이 빠져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파리협약 이행을 점검하는 국제적 환경기구 CAT(Climate Action Tracker)에 따르면 현 상태가 유지되면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2.7℃ 상승하며 이번 COP26에 제출된 NDC를 이행하더라도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2.4℃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파리협약의 지구 기온 상승 제한 1.5℃를 기준으로 2021년 새로 제시한 NDC는 0.9℃를 초과하고, 아주 최선의 시나리오에도 0.3℃ 초과 상승할 것으로 CAT는 추정한다.

말뿐인 잔치로 파리협약 이행 전망이 불투명한데도 COP26에서 인도, 러시아, 중국 등의 최대 탄소 배출국들은 그나마 반발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는 2022년 1~3월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 2편을 발표할 예정이며 그 결과는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 강화에 대한 시급성을 일깨워 줄 것으로 전망했다.

지체된 기후변화 대응으로 위험을 줄여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므로 이제는 급진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즉 이행위험의 충격과 1.5℃의 저주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 요소수 사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세하더라도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만큼이나 이행위험의 불확실성과 충격은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고 분리수거 잘하는 것이 최선일까?

그렇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기후변화 위기 대응 방법의 하나가 기후변화 관련 활동과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녹색금융(Green finance)이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은 막대한 연구, 개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지만, 특히 투자 결과의 불확실성이 높고 투자의 회임기간도 초장기에 이르기 때문에 현재의 투자 기준으로는 적격 투자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러므로 금융 측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능이 필요한데 일반인은 이 녹색투자(Green Investment)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한국거래소가 지난 7월 KRX 기후변화지수 3종을 개발한다고 발표했고, 10월에 기후변화 솔루션 지수 ETF가 여러 가지 상장되었다. 이것은 또한 일반인이 녹색투자를 할 길이 열린 것을 의미하니 뜻있는 투자자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조수연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 석사 △하나금융투자 상무 △ 금융투자분석사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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