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296번째로 흔한 성과 헷갈릴까봐...'크시' 건너뛴 '오미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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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1-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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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새로움 의미하는 'New'와 겹치는 Nu, 성과 겹치는 Xi 생략"

  • 외신 "시진핑 주석 성 Xi와 같은 철자 피해 크시(Xi) 생략해 논란"

  • Xi를 성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소수..."WHO가 중국 두려워하는 것"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이름 ‘오미크론(Omicron)'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크시(Xi)'를 생략하고 새 변이 바이러스 이름을 결정한 것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이름을 의식하는 등 중국 눈치를 봤다는 의혹이 나온다.

30일 보건계에 따르면 WHO가 지난 26일 긴급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B.1.1.529’ 정식 명칭을 ‘오미크론’이라고 지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은 앞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 델타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WHO는 오미크론을 알파·베타·감마·델타에 이어 다섯 번째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에 포함했다. WHO는 각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전파력과 증상, 백신 효과 등을 고려해 ‘우려 변이’와 ‘관심 변이’로 나누어 관리한다.

그동안 WHO는 새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역에 대한 낙인 효과를 막고 혼란을 줄이기 위해 그리스 알파벳 순으로 이름을 붙였다. 앞서 WHO는 12번째 알파벳인 ‘뮤(Mu)’까지 새 변이 바이러스 이름으로 사용했다.

그다음 순서대로라면 뉴(Nu)와 크시(Xi)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WHO는 이 두 개를 건너뛰고 오미크론을 택했다. WHO는 AP통신, 폭스뉴스 등 주요 외신에 성명을 보내 “뉴(Nu)는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너무 쉽게 혼동되며 크시(Xi)는 흔한 성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주요 외신은 WHO가 시진핑(Xi Jinping) 주석의 성과 크시의 철자가 같다는 이유로 크시 사용을 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CNN은 “그리스 문자 Xi가 시진핑에서와 같이 중국 성 Xi과 다르게 발음되지만 같은 철자라는 이유로 WHO가 이름을 건너뛰었다는 추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크시 변이를 영어로 ‘xi variant'라고 쓰면 영어권 국가에서 시진핑 주석 이름을 표기하는 Xi가 연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WHO의 해명과 다르게 중국 성 Xi가 중국 내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성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밝힌 2월 공안부 자료에 따르면 시진핑의 성 Xi는 중국 내부에서 296번째로 흔한 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SCMP는 “성조가 다른 Xi를 사용하는 성도 중국 내 상위 300개 성 중에서 169위와 228위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테드 크루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WHO가 중국 공산당을 이렇게 두려워하면 중국이 치명적인 전염병을 은폐하려 할 때 WHO가 그들을 불러낼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WHO 정책을 비판했다.

조나단 털리 조지워싱턴대 법대 교수는 “WHO가 다시 중국 정부에 대한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뉴 다음 크시를 건너뛰고 오미크론을 사용하는 것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본인의 SNS를 통해 “내가 아는 한 새 변이 바이러스 기본 명칭은 ‘Xi' 바이러스다”라고 말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반면, WHO는 팬데믹 이래로 지역 낙인 효과를 막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코로나19를 설명하기 위해 ‘우한 바이러스’와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사용되자 일부 사람들이 아시아계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박해한 바 있다. 이후 WHO는 ‘COVID-19'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각 지역에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자 언론이나 학계는 해당 지역 이름을 따 변이 바이러스를 명시했다. 가령 영국에서 발견된 ‘B.1.1.7’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B.1.351'을 각각 ‘영국발 변이’, ‘남아공발 변이’ 등으로 불렀다.

이에 WHO는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그리스 알파벳을 붙여 왔다. WHO는 “질병 명명에 대한 모범 사례를 보이기 위해 문화적, 국가적, 지역적, 직업적 또는 민족적 그룹에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피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역 이름을 붙여 부르면 해당 국가나 도시가 낙인이 찍혀 차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WHO는 그리스 문자 24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새로운 이름 체계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다음 글자는 원주율을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되는 '파이(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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