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스트리밍 생태계와 이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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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
입력 2021-11-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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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

2021년 11월은 디즈니와 애플이 새로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장에 출시한 지 만2년이 되는 시점이다. 2년 사이의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였다. OTT 이용량과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경쟁 심화보다는 OTT 서비스가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이후 OTT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리고 2021년을 맞이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OTT 이용률과 가입자 성장 폭은 둔화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한 성장세가 조정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21년 11월 드디어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가 국내에 상륙했다. 전통적인 방송시장의 강자 HBO맥스의 국내 진출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HBO맥스는 삼화네트웍스의 자회사인 스튜디오아이콘과 <멘탈리스트>를 함께 제작했다. 국내 진출을 위해 오리지널을 제작한 것이다. 국내 사업자인 웨이브, 티빙, 왓챠 등과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OTT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무슨 기준으로 OTT를 선택해야 하는지, 기존에 이용하던 OTT 서비스 구독을 해지하고 다른 OTT를 이용해야 하는지 등 생각할 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마냥 축복은 아니다. 비용, 시간 등 개인이 미디어 소비를 하는데 주어진 자원에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OTT 서비스들은 핵심적인 콘텐츠와 서비스 특성이 상이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추가적인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여러 개의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요금을 인상하는 선택을 단행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요금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는 베이식 요금은 9,500원으로 동결하고, 기존에 12,000원이었던 스탠다드 요금은 13,500원으로, 14,500원이었던 프리미엄 요금은 17,000원으로 인상했다. 더욱이 망이용대가 문제와 <오징어게임>으로 붉어진 IP 독점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왜 요금을 인상했는지에 대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금 인상 이유는 당사자인 넷플릭스만이 알겠지만 OTT 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요 플레이어들의 판단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금 인상이나 사업자 간 대가를 둘러싼 분쟁은 사업자의 독단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제3자 입장에서 명확한 동기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테이셰이라가 『디커플링』(김인수 옮김, 서울: 인플루엔셜)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용자는 비용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이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간과 노력이라는 기회비용을 감당하고 플랫폼을 선택해야 한다. 이용자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결정에 대해서는 이용자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또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이용자의 선택에 따른 책임은 이용자 본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경우 자막 문제와 서비스 편의성 문제로 인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가입자가 런칭 시점 보다 감소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위에 언급한 문제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국내 OTT 시장의 특성은 아무리 글로벌 OTT 사업자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는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나 애플TV 플러스와 달리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오리지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이 디즈니 플러스가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는 이유일 수도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국내 스트리밍 시장 경쟁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서비스의 불만족이 이용자의 선택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는 이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도 많다.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 요금 인상과 망이용대가 사이의 관계만 해도 사업자 간 이뤄지는 거래 관계를 이용자가 이해하기는 너무 버겁다. 요금 인상과 망이용대가 분쟁의 상관관계를 따지기 전에 이슈 자체에 접근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의 시장 변화는 사업자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도전적이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과 현실적인 한계가 공존하기 쉬운 스트리밍 환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가 생활인 미디어 소비에까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여러 개의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이용자라면 내가 이용하는 플랫폼의 특성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현재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해지하고 다른 플랫폼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전적인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가 현명한 선택을 하면 콘텐츠 품질과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전적인 미디어 환경이지만 도전을 극복해 내면 주도권은 이용자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스트리밍 생태계다. 여가 생활인 미디어 소비에 이용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노창희 필자 주요 이력 

▷중앙대 신문방송학 박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디지털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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