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중독(中讀)] 중국판 ‘KFC’ 라오샹지 본토 증시 상장 도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곽예지 기자
입력 2021-11-28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중국식 '치킨스프'로 KFC·맥도날드·버커킹에 이어 업계 4위

  • 18년간 꾸준히 사랑받은 중국 본토 패스트푸드 업체

  • 자본시장 진출에는 기대와 우려 엇갈려

[사진=라오샹지]

중국식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라오샹지(老鄉雞)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요식업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라오샹지의 도전이 패스트푸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라오샹지, 선정증시 상장 준비

중국 진룽제에 따르면 최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안후이성 지국은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라오샹지가 선전증권거래소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9월 말 증권사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상장을 위한 채비를 갖춘 뒤 본격적으로 자본시장 진출에 시동을 건 셈이다.  

라오샹지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중국판 ‘KFC’로 불리는 업체다. 만약 라오샹지가 계획대로 선전증시에 상장한다면, 중국 토종 패스트푸드 업체로는 처음 상장사 타이틀을 얻는 것이다.

중국 증권시장에서 예상하는 라오샹지의 기업가치는 200억 위안(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KFC, 맥도날드 버거킹에 이어 중국 패스트푸드 업체 인기 순위에서 4등을 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설립 후 20년 가까이되는 시간 동안 탄탄한 성장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0월 22일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시작한 라오샹지는 지난 18년간 매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현재 안후이, 난징, 우한, 상하이, 선전, 베이징, 항저우, 쑤저우 등 지역에서만 각각 1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40% 수준이다. 이 기간 동안 매출은 32배, 순익은 33배 늘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2019년 10월 라오샹지는 상하이에서 2023년까지 매장을 1500개로 늘리고, 5년까지 100억 위안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겪으며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지만, 8000억 위안 중국 패스트푸드 시장을 등에 업은 라오샹지의 기세는 다른 중국 패스트푸드 업체에 비해 남다르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양계 사업 성공한 수충쉬안이 2003년 설립 

사실 라오샹지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수충쉬안(束從軒) 창립자 겸 회장이다. 수 회장은 1982년 군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허페이로 돌아와 부모님이 주신 1800위안의 결혼 자금으로 양계 사업을 시작했다.

특유의 사업가 기질과 성실함으로 그가 시작한 사업은 10년도 안 되어 크게 번창했다. 당시 그가 닭의 습성을 이해하기 위해 7년간 닭과 함께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수 회장은 자주 “눈을 감고 냄새와 소리만으로도 닭의 크기나 질병의 유무, 배고픔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양계 업계의 공급 과잉으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수충쉬안은 외식 프랜차이즈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간 양계 업계에 몸을 담았던 경험을 살려 중국식 치킨스프 업체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낸다는 그의 집념은 이때 다시 한번 발휘됐다. 그는 1000여 마리 닭의 목숨을 희생한 끝에 현재의 치킨스프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아울러 수 회장은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운영을 위해 매일 빠짐없이 오전 2시가 넘도록 매뉴얼 제작에 몰두했다. 그 결과 6권의 매뉴얼을 완성했고, 2003년 라오샹지의 전신인 ‘페이시라오무지’라는 이름의 치킨스프 패스트푸드 업체를 설립했다.

다만 설립 당시 중국에는 이미 1987년부터 패스트푸드 시장을 점령한 KFC와 맥도날드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시장에서는 수 회장의 도전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수 회장은 중국식 패스트푸드가 결국 소비자에게 먹힐 것이란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초반 계획했던 매뉴얼 대로 차근차근 매장을 운영해 나갔다.

약 100개의 매장이 문을 연 2011년 수 회장은 가게 이름을 ‘라오샹지’로 변경하고, 그 때부터 2016년까지 본거지인 안후이성에만 400개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라오샹지는 중국 패스트푸드업체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전문가 평가 엇갈려... 최근 외식 업계 상황 나빠

라오샹지가 이처럼 눈부신 성장을 거뒀지만, IPO 도전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물론 큰 무리 없이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치고, 중국 패스트푸드 업계의 새 역사를 세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라오샹지의 상장에는 어려움이 크고, 설사 상장되더라도 우려가 크다고 진단한다.

일단 최근 중국 외식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고 중국증권시보는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외식업계는 다소 침체됐다.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하이디라오의 위기가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하이디라오는 2019년까지 빠른 성장을 이루며 승승장구한 중국 최대 훠궈 업체다. 그런데 최근 연말까지 매장 300개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조치다. 2019년과 2020년 무리하게 매장 수를 확대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중국 외식업계 포화상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증시에 상장한 하이디라오 주가도 올해 최고점 대비 75%나 미끄러졌다. 10개월 만에 증발한 시가총액(시총)만 무려 3300억 위안에 달한다.

증권시보는 “하이디라오뿐 아니라 샤부샤부 등 외식 업체들이 파산직전의 위기에 몰려 있다”며 “업계가 전반적으로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라오샹지의 부정적인 미래를 전망했다.

라오샹지의 치명적인 약점도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중국 제일재경은 “중국은 지역마다 음식 풍습이 다르기 때문에 전통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전국적으로 뻗어나가기 어려운 나라”라며 “라오샹지는 안후이성 등 남부지방의 입맛에 맞춘 음식이 대부분인데 이를 어떻게 전국화시키느냐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일재경은 “기업이 상장되면 대중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지는데, 객관적으로 라오샹지는 이 부분에서 성숙하지 못한 기업”이라며 “특히 라오샹지는 베이징의 높은 ‘식품 안전’ 요구를 넘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