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교수]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정상이 지난 16일 첫 정상회담을 했다. 비록 화상회담이었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올해 취임한 이후 처음 가진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이라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 언론 보도는 시 주석의  대만에 대한 강경 발언만을 대부분 부각시켰다. 그가 대만 독립에 관련된 시도를 ‘불장난'으로 표현하며 "불장난을 하면  타죽을 것’이라는, 정상회담에서 보기도, 듣기도 힘든, 극단적인 언어로 중국의 강경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분석가들은 미·중 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속단해버렸다. 이도 그럴 것이 회담 3일 후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유인즉슨 중국 인권문제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도대체 미·중 양국 정상 간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기에 미국이 곧바로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까지 언급하는 강경한 자세를 밝혔는지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우린 무려 3시간 18분 동안 진행된 회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미·중 정상회담이 3시간 이상 진행된 적이 거의 없었던 전력에 회담 내내 설전이 오고갔으면 미중 갈등관계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단할 수 있겠다.

필자는 미국 측에서 공개된 3개의 문서와 중국 측의 1개 문서를 통해 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모두 발언, 대통령 발언의 해독본(readout)과 “고위관계자”의 언론브리핑 및 질의응답 자료 등을 공개했다. 중국 측은 신화사를 통해 미·중 정상회담의 내용을 보도했다. 이들 자료가 3시간 이상의 대화 내용은 물론 회담의 분위기까지 담아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서들을 통해 확실하게 읽어낼 수 있었던 점은 정상간 여느 첫 회담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서로가 당면한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이른바 ‘간보기’ 성격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그 다음, 미·중 양국 지도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점을 전했다.

우선 미·중 두 정상은 첫 회담인 만큼 미·중 양국이 당면한 현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 화두를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나라의 경쟁이 갈등으로 빠져들지 않게끔 양국 지도자들이 책임을 지어야 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미·중 양국이 상식선에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이른바 ‘가드레일(보호벽)’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나라 모두가 같은 룰과 규칙을 따라야 하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미국이 현재 미국과 동맹이 행동을 같이하는 것이 국익과 가치를 수호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포위망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중국의 비난을 의식한 선제공격을 한 셈이었다. 그러면서 그가 인권, 경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 등을 의제로 상정한 이유를 암시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한 솔직 담백한 대화와 소통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한다. 

이에 시 주석은 미·중 양국이 세계 양대 경제대국이자 유엔의 상임안전보장국으로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를 위해 각자가 국내 문제를 먼저 잘 해결하고, 국제적인 책임을 지면서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촉진시켜야 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국내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각자의 발전이 있을 수 있고 국제환경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의 발언을 부연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팬데믹 문제가 세계적인 도전과제인 상황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미·중관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그는 미·중 양국이 상호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윈-윈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시 주석은 양국관계가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는 궤도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이성을 회복해 실무에 집중할 것을 기대하는 입장을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향후 미·중관계에서 세 가지 점을 견지할 것을 주장했다. 첫째, 상호존중이다. 이는 각국이 선택한 사회제도와 발전모델을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 문제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각자의 발전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 가운데 이견을 관리하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 같음을 추구하나 다름도 인정함)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 평화공존이다. 서로의 마지노선을 지킬 때 충돌과 대결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윈-윈’을 위한 협력이다. 세계는 중·미 양국의 발전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상호이익과 상호호혜를 견지하면서 제로섬 게임만 피하면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뜻을 전한 대목이다. 


이의 달성을 위해 시 주석은 미국 측에 네 가지 충족해야 할 선행 사항을 전했다. 첫째, 대국으로서 양국이 국제사회 협력을 견인하면서 돌발적인 도전에 대담하게 응대하는 것이다. 그는 중·미협력이 만능적인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미협력의 부재가 더더욱 없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중국이 전지구적으로 주창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 또한 이런 자세로 중국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둘째, 상호평등, 상호호혜의 정신을 견지하는 것이다. 중·미협력이 상호보완하는 구조를 갖출 수 있을 때 서로가 국제문제 해결을 통해 먹을 수 있는 ‘파이(pie)’가 커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셋째, 건설적인 방식으로 이견과 민감한 문제를 관리통제할 것을 촉구했다. 넷째, 중대한 세계와 지역 문제에 있어 서로 협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두 나라가 세계에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고, 세계의 평화와 발전은 물론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중 양국 정상은 서로에 대한 기대를 피력하면서도 입장 차이를 보이는 문제에 대해 서로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선 대만문제에서 있어 두 나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일방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것을 밝힌 가운데 중국의 행위가 평화와 안정에 배치되는 양상을 보여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대만이 ‘미국에 기승해 독립을 모색’하고 미국이 ‘대만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그러면서 회담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불장난하면 타죽을 것’이라는 엄중 경고가 나왔다. 여기서 그가 의미한 불장난하는 자는 대만과 미국 모두를 포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미·중 양국이 2020년 1월에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의 이행을 중국에 촉구했다. 이는 지적재산권의 보호 강화 조치에 대한 약속뿐 아니라 미국 제품의 추가 구매를 포함했다. 중국이 미국의 에너지, 농업 제품과 공산품을 2017년 대비 연 2000억 달러 이상 추가 구매하기로 한 약속을 상기시키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의 구매 수준이 약속한 2000억 달러의 57%에 불과했다. 올해도 60%선을 상회하고 있어 약속한 수준을 충당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중국이 2년 연속 약속 이행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미국의 불만을 표한 것이다. 그러자 시 주석은 중·미 경제무역문제의 정치화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 재계와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면서도 협력을 당부했다. 그래야만 양국이 이익 ‘파이’를 더 크게 만들어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양국의 무역 촉진을 위한 ‘패스트 트랙’과 같은 특혜조치를 견지하고 있음을 다시 상기시켰다. 즉 중국 측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 강화되는 측면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양국 정상은 회담 말미에 양국의 협력 분야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 문제에서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지구적인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양국의 협력이 문제 해결에 관건이라는 공통된 의식을 공유하는 사실을 입증한 대목이었다. 게다가 미국은 양국의 1단계 무역합의가 올해 말에 종결됨에 따라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 조건을 만들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이에 시 주석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와 관련된 문제에서 중·미 양국이 거시경제정책 차원에서 소통을 강화하고 세계 경제의 회복과 경제 리스크의 감축을 위한 협력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 대목은 2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중국도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중관계는 갈등과 협력이 병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미·중 양국은 최대한 갈등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접촉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전통을 견지해왔다. 이것이 공식화된 채널이든 물밑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든, 미·중 양국관계에서 협상과 협력이 지배적이라는 반증이다. 또한 협상과 협력이 대결과 충돌을 능가한다는 현실적 의미를 방증한다. 비록 이번 첫 정상회담에 미·중 양국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직접 확인하는 ‘간보기’에 불과했지만 소통과 협력의 여지를 열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첫 단추를 꿰기 위한 양국 정상의 노력은 호평받기에 충분하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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