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들이받은 '習 경제책사'…"한국은 선진국" 호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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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11-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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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커창, 공동부유·전력대란 작심 비판

  • 류허 부총리, 언론기고 통해 정면반박

  • 시장규제·탄소중립 등 역사결의 핵심

  • "시진핑 불쾌감 반영된 조치" 분석도

  • 경제·기술 자립 강조 속 韓 언급 눈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24일자 6면 톱에 실린 류허 부총리의 기고문[사진=인민일보]


최근 중국 내 과도한 시장 규제와 경직된 에너지 정책에 대해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가운데 하급자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인물이라 시 주석의 핵심 국정 어젠다인 '공동부유(共同富裕)' 엄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의 대중 압박에 맞서기 위한 경제적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공동부유' 손상 용납 못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자 6면 톱으로 류 부총리가 직접 쓴 '고품질 발전을 반드시 실현하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6600여자 분량의 기고문에서 류 부총리는 성장률 중심의 고속 성장 단계를 벗어나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고품질 발전 단계로 전환하는 게 최근 공개된 세 번째 역사결의의 주요 내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1일 폐막한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에서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라는 긴 이름의 역사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번 기고문에 이목이 쏠리는 건 일부 내용이 리 총리의 정세 판단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 22~23일 중국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 시찰에 나선 리 총리는 주요 지방정부 지도부가 참석한 좌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시장 주체는 이미 1억5000만을 넘는다"며 "각 지방정부와 관계 부처는 시장 주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양호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정책과 관련된 조치는 실사구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과도하거나, 분별없이 무모하거나, 칼로 벤 듯 일률적이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부유라는 명목으로 기업과 시장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리 총리는 에너지 확보에 주력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의 과도기를 잘 넘겨야 한다고도 했다. 경직된 탄소배출 저감 정책이 전력 대란으로 이어진 데 대한 반성이자 비판이다.

이에 대해 류 부총리는 기고문에서 "자원과 환경의 제약이 갈수록 상한에 근접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은 우리나라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중요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탄소중립을 질서 있게 실행하고 에너지 소비 통제 기제를 완비해 낙후한 업종의 도태를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력난이 재연되는 건 피해야 하지만 시 주석이 전 세계에 공언한 탄소중립 약속 역시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공동부유와 관련해서도 "시장 감독·관리와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아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특히 플랫폼 경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영 대기업 견제와 빈부격차 해소, 부동산·사교육 시장 규제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부유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장 주체를 배려해야 한다는 리 총리의 지적을 류 부총리가 반박한 모양새"라며 "공동부유 어젠다를 향한 비판이라고 여긴 시 주석의 불쾌감이 반영된 대응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22일 상하이의 한 산업단지를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외자기업 관계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민간 부문에 당근도, 한국 호평 눈길 

다만 과도한 '좌클릭'을 바라보는 각계의 불안한 시선을 의식한 듯한 반응도 있었다.

류 부총리는 "부자를 죽여 빈민을 구제하는 평균주의는 안 된다"며 "복지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14억 인민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과 관련해서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아지는 건 고품질 발전의 미시적 기초"라며 "기업이 좋으면 경제도 좋아지는 법"이라고 표현했다.

류 부총리는 민영기업과 중소기업, 외자기업을 골고루 지원하겠다며 "기업가는 물고기와 같아 수질과 수온이 적당해야 헤엄을 칠 수 있다. 그들을 위해 양호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노골적인 대중 압박에 맞선 자력갱생과 핵심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재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세계 500대 기업 중 우리 기업이 가장 많았지만 규모에 의존할 뿐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에서는 세계 일류 수준과 격차가 있다"며 "세계 및 국내 정세에 심각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혁신은 발전과 관련된 문제일 뿐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몇 나라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류 부총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어 진정한 선진국이 된 건 한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들 국가는 글로벌 혁신과 산업사슬 분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는 산업·노동 생산성 및 과학기술 공헌도 제고, 누적된 인력 자원 등의 결과라고 부연했다.

그는 "역사결의 역시 국가 전략적 기술 역량 강화와 기초 연구 심화, 주요 분야의 핵심 기술 정복 등을 강조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버팀목 역할을 하며 중소기업이 혁신의 중요한 발원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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