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기획-2022 리스타트 원년] 반도체·AI·배터리···미래기술 패권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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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장문기 기자
입력 2021-11-1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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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기술 확보가 미래 경쟁력 좌우

  • 국내 배터리 中보다 기술력 5년 앞서

  • 현대차·기아, 전기·수소차 등 개발 박차

글로벌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미래기술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각국 정부에서도 온 힘을 다해 자국 기업의 기술 패권을 지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기술 경쟁이 첨예한 분야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미래차,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분야다. 이들 산업이 향후 미래를 이끌어갈 패권이 되는 동시에 국가 간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미래 패권을 만들어낼 신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겹치면서 하루하루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래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다시 한 번 글로벌 산업의 변방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자료=아주경제 그래픽팀]

◆반도체 시장서 기술 전쟁 가장 치열···AI 기능 갖춘 미래 반도체 눈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국가 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치열한 전쟁터로 반도체 부문을 꼽는다. 미국이 반도체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고, 중국 역시 그에 못지않게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최근 산업권의 미래가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과 연관이 깊다. 자율주행과 AI, 로봇 등 디지털 전환(DX)의 핵심이 되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이 전송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들어내는지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도체 기술 확보에 힘쓰는 글로벌 주요국의 대표기업들은 데이터 처리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초미세 공정이나 고단 적층 등 획기적인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전보다도 더 얇고, 더 높게 쌓아 올리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내년 3㎚(나노미터·1㎚=10억분의1m) 공정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보다 더 미세한 영역인 2나노 공정에는 인텔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 All Around)' 기술 기반의 2나노 공정을 오는 2025년께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인텔은 앞서 2나노 수준에 해당하는 '20A' 공정을 2024년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TSMC도 같은 해에 2나노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돼 반도체 3사의 '초미세화 전쟁'은 해마다 격화할 전망이다.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더 미세한 공정을 확보해 정보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전략도 숨가쁘다.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10나노급 D램에 극자외선(EUV) 공정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양산에 돌입하는 등 초미세 공정 영역에 발을 디뎠다. SK하이닉스는 향후 4세대(1a) D램의 모든 제품을 EUV 공정으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초미세화 전쟁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물밑에서는 초미세 공정 이후의 경쟁마저 시작됐다. 반도체 업계는 초미세 공정 이후 서로 다른 기능의 반도체를 결합하는 게 성능 개선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갖춘 반도체가 차세대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산 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서 기능을 탑재한 메모리반도체인 PIM(Processing-in-Memory), 인간의 신경망과 유사한 방식으로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메모리·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모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삼성전자는△D램 모듈에 AI 엔진을 탑재한 AXDIMM △모바일 D램과 AI 기능을 결합한 LPDDR5-PIM △초고성능 인공지능 메모리 솔루션 HBM-PIM 등을 통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의 융·복합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컴퓨터 구조를 탈피해 인간 두뇌에 가까운 '뉴모로픽 반도체'에 대한 논의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뉴로모픽 반도체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 논문을 발표했다. 해외에서도 인텔의 로이히(Loihi), IBM의 트루노스(TrueNorth) 등 뉴로모픽 반도체가 소개되고 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뉴로모픽은 인간의 신경계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해 크기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시도"라며 "인간의 뇌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아직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복잡한 작동 원리를 하나의 통일된 체계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뉴로모드 반도체 [사진=삼성전자 제공]

◆배터리, 외형 확장 경쟁 배후에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

국내에서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도 신기술 경쟁이 뜨거운 주요 미래 산업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겉보기에 배터리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형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지난해 193GWh에서 2030년 3555GWh로 18배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형 확장 경쟁에서 'K-배터리'는 글로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경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2위를, SK온과 삼성SDI는 4~6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자인 중국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K-배터리의 진정한 강점은 기술력 부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기술력은 경쟁국 중국보다 3~5년 정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이지만, 에너지밀도가 낮고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집중돼 있다. 국내 기업들은 LFP보다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기업은 차세대 기술을 통해 배터리 용량·수명·에너지 밀도·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고체·리튬황·리튬메탈·나트륨이온 배터리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채택한 배터리로 발화·폭발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오는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 검증을 마치고 오는 2027년 본격적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확정했다.

리튬황·리튬메탈·나트륨이온 배터리도 전고체 배터리 못지 않은 주목을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1'에서 리튬황 배터리를 공개했다. 리튬황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가볍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SK온은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재 소재인 흑연·실리콘을 금속물질로 대체한 리튬메탈 배터리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크게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 판도는 결국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신기술 개발에 누가 먼저 도달하는지에 달렸다"며 "국내 3사가 기술력에서 다소 유리하지만 글로벌에서 어느 기업이 이를 먼저 실현할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회사인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래 모빌리티도 글로벌 패권 열쇠···"다양한 방면 기술 개발 필요"

배터리와 떼어놓을 수 없는 모빌리티도 미래 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수소차 나아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등이 미래 모빌리티 패권의 핵심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최근 몇 년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저마다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먼저 미래차로 꼽히는 전기·수소차 부문에서 국내 주요 기업인 현대차·기아는 제조 역량과 성능 강화, 충전 인프라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차량 플랫폼과 전기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영역에 대한 기술을 99%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충전소 구축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글로벌에서 가장 빠른 충전 인프라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중에서도 반도체를 기반한 기술을 빠르게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보다는 한 발 느린 것으로 평가받는 AI와 소프트웨어(SW) 역시 글로벌 협력으로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의 신기술은 다소 방향성이 정해진 것과 달리 모빌리티 분야는 어떤 신기술이 나타날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며 "갑작스레 나타난 신기술이 시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정석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 여러 분야에 걸쳐 꾸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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