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지역에서 신축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는 강동구 고덕동 일대 중개업소를 찾았다. 이 일대는 고덕그라시움, 고덕아르테온,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 고덕자이, 고덕아이파크, 고덕센트럴푸르지오 등 약 1만6000여가구가 밀집해 있다.
일대 중개업소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집값 고점론이 힘을 얻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집주인들이 최근 거래가보다 2000만~3000만원 금액을 낮췄지만 사겠다는 문의는 뚝 끊겼다.
고덕동 K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부담감에 대출까지 더 막는다고 하니 매수자들이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는 것 같다"며 "집주인들이 최근 거래가보다 1000만~3000만원 금액을 낮춰 매물을 내놔도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권 일대 분위기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잠실·대치·삼성·압구정·여의도·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민들은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가뜩이나 거래도 어려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난달 말부터 하루에 문의가 한 건도 안 온다"면서 "예전에는 타 지역이나 지방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세금도 문제지만 대출중단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면서 "금리가 4~5%인데 앞으로 더 오르면 부동산 경기도 장기적으로는 침체될 수밖에 없지 않나"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J중개업소 대표는 "6개월에 한 건 거래하기도 쉽지 않다. 굶어죽기 직전"이라면서 "중개업자들도 힘들지만 집이 안 팔려서 힘들어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대는 원래 대출이 안 되기도 하지만 집값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반면 아직 부동산 경기하락을 예측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잠실 등 일부 대장 아파트들은 실거래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 강남구 도곡동 상지리츠빌카일룸 전용 210㎡는 지난 9월 52억3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7일 61억8000만원에 거래돼 한달 만에 9억7700만원이나 올랐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는 9월 31억원 거래에 이어 지난달 36억6000만원으로 한달 만에 3억원 상승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 역시 지난 9월 24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18일 27억원으로 최고가에 거래가 이뤄졌고,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 역시 지난 9월 25억원에서 지난달 18일 26억2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한 달 만에 실거래가를 경신했다.
서초동 인근 중개업소는 "반포 아파트 가격이 오른 걸 생각하면 서초는 아직 가격이 덜 오른 곳이 많다"면서 "일대 호재가 많기 때문에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남은 결국 시세가 다 연동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10% 이상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동구 K 중개업소 대표는 "수도권 일부 지역은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서울은 워낙 공급물량이 적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매물이 나와도 실거래가보다 낮은 매물은 없고, 일부 급매는 저층이거나 상태가 형편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정상적인 가격대의 물건이 드물다"면서 "지금은 전세 물건이 소진되지 않는 분위기기 때문에 갭투자로 무리하게 매수하기는 위험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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