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음식점 총량제 4不可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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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1-11-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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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음식점의 총량을 통제하자는 얘기가 집권당 대통령후보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10월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도 식당이 문 열었다 망하고 문 열었다 망하고, 이게 무슨 개미지옥도 아니고, 그래서 음식점이나 대중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 볼까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선량한 국가에 의한 선량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폭탄 발언으로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난리가 났다. 연일 굵직한 정책 어젠다로 이목을 끌었다느니, 상대당 경선에 관심이 쏠린 기간 동안 강력한 논쟁거리를 던지는 '이슈 파이팅'을 했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대단히 우호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제학계 반응은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다.


<1> 진입을 막으면 누구에게 도움이 되나 ?

먼저 음식점 총량제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당사자의 발언을 보면 음식점 총량제로 기존의 음식점 주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는 듯하다. 일단 음식점 진입을 차단하면 경쟁이 줄어들어 ‘떡’의 크기가 덜 줄어든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이 생각은 음식점 시장의 ‘떡’의 크기가 고정되어있다는 전제하에서만 맞는 말이다. 만약 새로 들어오는 음식점이 새로운 메뉴로 새로운 ‘떡을 만들어내는 경우라면 얘기는 틀린다. 진입을 막음으로써 오히려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정 카스테라 붐이라든가 특정 찻집의 유행으로 시장이 커지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이들 특정 상품 음식점 진입을 사전에 막는 것이 오히려 업계에 손해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욱이 여러 음식점이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먹거리 단지를 만드는 경우에는 클러스터 규모가 커질수록 음식점의 공동이익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거꾸로 진입을 막으면 기존 음식점들의 경영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상권이 쇠락하거나 기존 음식점이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면 신규 입점이 없다고 하더라도 영업환경이 계속 추락할 수도 있다. 음식업을 스스로의 자생력에 따라 발전하거나 쇠락하는 동태적 시장으로 보지 않고 항상 고객이 정해진 정체된 시장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음식점 총량제를 주장하면서 가장 흔하게 드는 예가 담배 가게다. 소상공인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담배 가게는 지자체별로 50미터 혹은 100미터 거리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제도가 있듯이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점 총량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담배 가게 거리제한이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거리제한 제도와 음식점 총량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음식점 총량제는 음식점 숫자를 통제하자는 것이고 담배소매점 거리 제한은 담배 가게의 총량은 건드리지 않고 다만 그 거리만 적용하자는 말이다.

음식점 총량제를 주장하면서 예시하는 또 다른 예가 택시총량제이다. 택시총량제는 택시 공급과잉 방지를 위해 지역별로 택시총량을 설정해 총량을 넘지 않도록 택시 대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지자체들은 일단 올 연말 기준 지역별 택시 등록대수를 해당 지역의 총량으로 잠정 설정해 운영하고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별로 교통량 정밀조사를 거쳐 택시총량 5개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모두 '총량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근무 조건이 열악하고 수입이 적은 법인택시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반면 근무 조건이나 환경이 나은 '개인택시'는 진입이 어렵다. 총량제로 개인택시 숫자를 묶어 놓으니 개인 택시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사고 경력 등 자격을 갖춘 후, 지역에 따라 5천만에서 7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기존 사업자의 면허를 사야만 하는 구조가 되었다. 자동차값 외에 별도로 면허비용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자격을 갖춰도 개인택시 영업을 못 하는 것이다. 음식점 총량제도 기존업자의 배만 불려주고 신규진입자의 기회는 박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 그러면 진입규제가 필요 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수도 없이 많은 진입규제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변호사나 의사 자격이다. 아무나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수 없고 아무나 의사를 시킬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법관이나 의사의 전문성과 자격을 엄격히 통제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대학교 설립이나 학생 모집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교육의 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목사나 종교인의 자격도 엄격한 자체적인 통제하에 있다. 그 모든 진입규제는 특별한 원칙, 즉 제공 서비스의 질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기 위해 설정해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의 질을 최소한으로 유지한다는 그런 원칙을 음식점에 적용하는 것은 왜 안 되는가? 그것은 서비스의 특징 때문이다. 법률서비스나 의료서비스는 매우 복잡하고 특정하며 오랜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만 습득되는 전문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런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업자는 진입을 허용할 수가 없다. 반면에 음식업서비스는 종류도 다양하고 또 기본적으로 수요자의 취향에 맞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이므로 위생 및 건강질병에 관한 기본 요건만 갖추면 되고 별달리 갖추어야 할 전문지식이 없는 범용 서비스업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비슷한 범용 서비스업종으로 이미용원, 서점, 철물점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자영업이 있다. 이런 자영업은 일반적으로 진입장벽을 두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3> 총량제를 도입하는 것의 현실적인 어려움

논란 끝에 백보 양보하여 음식점 총량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첫째로 총량을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는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당경쟁‘의 정도를 측정해야 할 텐데 과당경쟁을 어느 음식점에 적용할지, 무슨 기준으로 정할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가 놓여있다.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할지 휴게음식점이나 단란주점을 포함할지 말지 정하기 쉽지 않다. 또 인구 당으로 설정할지, 일정 면적 당 몇 개로 할지, 평균 매출로 정할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결정할 주체가 누구가 될지도 어려운 문제다.지자체가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업계 자체의 의견도 매우 중요하다.


<4> 더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

우리 헌법 전문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15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했다. 119조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다.

음식점 총량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음식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불나방, 무턱대고 뛰어드는 무모한 진입자라고 폄하하지만 그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평가다. 나름대로 모두 부푼 꿈을 가지고 진지한 결의를 가지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음식업에 진입하는 결사대 같은 사람들이다. 여건이 부족하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실패를 가지고 음식점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판하면 안 된다. 국민이 각인의 기회와 능력을 좇아 행복을 추구하고 직업을 선택하며 자신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음식점 총량제는 지극히 위헌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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