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시바견에 BTS‧오징어 게임까지...‘밈 코인’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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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1-0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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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호화폐 시장 '밈' 열풍... 시총 10위 내 2개가 '밈 코인'

  • 아미·스퀴드 코인 등장... K콘텐츠도 '밈' 열풍에 희생돼

  • 전문가 "밈 코인은 극도로 위험...투자 가치도 없을 수도"

온라인상에서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 유행을 의미하는 밈(meme)이 암호화폐 시장에 등장했다. 소위 ‘밈 코인’으로 불리는 이 암호화폐들은 투자자들 관심을 받고 단기간에 급등락을 거듭하지만, 명확한 실체가 없어 신뢰도가 낮고 보안도 취약해 사기극으로까지 이어져 관련 투자에 경고음이 커지는 중이다.
 
암호화폐 시가 총액 10위 중 2개가 '밈 코인'

[사진=로이터]
 

2일 미국 매체 CNBC는 “시바견에서 영감을 받은 두 개의 ‘밈 코인’이 현재 암호화폐 시가 총액 10위 안에 들어있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암호화폐는 도지코인과 시바이누 토큰이다. 도지코인은 2013년 IBM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매커스와 잭슨 팔마가 ‘재미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도지코인 상징인 시바견은 온라인에서 밈으로 유행하던 사진이다. 이름인 ‘도지(Doge)'도 개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Dog'의 오타다.

다른 암호화폐가 발행량을 조절해 희소가치를 유지하는 반면 도지코인은 발행 한도에 제한이 없다. 가격대도 발행 초기 개당 5~6원대로 가볍게 지인들과 주고받을 수 있는 ‘장난감’ 수준이었다.

하지만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잦은 언급 때문에 ‘밈 코인'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머스크가 본인의 SNS를 통해 도지코인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가격은 요동쳤다. 도지코인은 한때 상장 초기 가격보다 100배 이상 올랐으며 최근까지 40배 이상 가격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발행된 시바이누는 도지코인의 마스코트와 같은 시바견을 사용한다. 시바이누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시바이누가 도지코인을 넘어설 것이라며 일종의 ‘밈’을 만들었다.

최근 이 밈은 시바이누가 도지코인 시가 총액을 넘어서면서 현실화됐다.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도지코인 시가 총액 규모는 약 420억원으로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10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시바이누 시총 규모는 약 460억원에 달하며 9위로 올라섰다.

시바이누는 시가 총액 규모 2위인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사용된 사례는 전무하다. 또한 발행량은 1000조개에 달해 사실상 희소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정부의 도청‧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 요원은 “힘들게 번 돈을 '도그 머니(dog money)'뿐만 아니라 '도그 머니의 복제품(clone of dog money)'에도 투자하지 말라. 밈 코인 시바이누가 당신을 부자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트 러빈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머스크의 힘, 밈 주식의 제왕(The Power of Elon Musk, the Meme-Stock Lord)'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현재 금융이 작동하는 방식에 따르면 사물의 가치는 그것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정해진다'고 일전에 쓴 적이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맞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아미·스퀴드 코인... '밈' 열풍에 희생된 K콘텐츠

[사진=스퀴드 코인]

K콘텐츠도 밈 코인 열풍에 희생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싱가포르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겟에 ‘아미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상장됐다. 아미코인은 상장 하루 만에 첫 가격 대비 130배가 넘는 개당 7.8달러까지 오르며 폭등세를 보였다.

암호화폐 이름에 담긴 아미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이름이다. 팬 굿즈 관련 사업을 했었다는 아미코인 개발자는 코인 발행 목적에 대해 BTS를 평생 보살피는 것이며 전체 물량의 50%는 BTS 몫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실들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BTS 소속사 하이브는 지난 2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이 암호화폐와 전혀 관계가 없으며 당사와 어떠한 논의도 없이 발행된 것이다”라며 BTS 초상권 침해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또한, “현재 해당 코인은 '방탄소년단을 위해 만들어졌다', '방탄소년단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존재' 한다는 허위 내용을 단톡방에서 유포하며 거래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오니,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 바란다”라며 아미코인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이브가 공식 입장을 밝히자 아미코인 가격은 곧바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비트겟은 공지를 통해 “BTS 소속사에게 BTS와 아미코인이 관련 없다는 공문을 받았다. 코인 개발사가 밝힌 계획은 거래소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 우리 거래소는 아미 코인 활동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발을 뺐다.

최근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콘텐츠 ‘오징어 게임’은 아예 밈 코인 관련 ‘사기’에 악용됐다.

이날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와 CNN 등은 “오징어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가격이 0달러 가까이 추락한 이후 도주했다”고 전했다. 개발자들이 암호화폐를 모두 현금화해 가치를 떨어뜨리며 ‘러그풀’ 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러그풀이란 양탄자를 당겨 위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을 쓰러뜨리는 행위로 최근 암호화폐 개발자가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 자금을 갖고 사라지는 일종의 투자 회수 사기를 의미한다.

오징어 게임 관련 암호화폐 이름은 ‘스퀴드’(SQUID·오징어)다. 개발자들은 해당 토큰을 오징어게임 온라인 게임 버전인 ‘오징어게임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개당 0.01달러에 출시된 스퀴드는 상장 3일 만에 3만5000배 이상 오르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이후 지난 1일 개발자들은 공식 SNS를 통해 “해킹 등 사기꾼을 상대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프로젝트를 계속 운영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뒤 잠적했다.

CNN 등은 해당 개발자들이 210만 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CNN은 홈페이지에 등록된 정보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오징어 게임 토큰 관련 프로젝트 공식 사이트, 커뮤니티는 접속이 불가능하며, 공식 SNS 계정은 사용 정지 상태다.

앞서 코인마켓캡은 투자자들에게 오징어 게임 토큰에 대해 ‘사기’를 경고하며 “극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는 관련 홈페이지에 오탈자가 많은 점과 투자자들이 매수만 가능하고 매도는 할 수 없다는 점을 사기 신호로 내다봤다.
 
전문가 "밈 코인은 극도로 위험...가치도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는 밈 코인 투자를 엄중히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시바이누 토큰 등 밈 코인에 대해 “금세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와 주요 투자 중개업체 사용 가능성 등 소문이 가격 상승 원인이지만, 실제 사용처가 전혀 없어서 가격 폭등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NBC는 “일반적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할 때도 잃을 수 있는 만큼 투자를 권장하지만,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은 구조, 공급 등 차이점을 고려해 더 주의해야 한다. 알트코인 대부분은 커뮤니티가 강점이지만 기술 개발이 부족하고 공급 한도가 없다”고 전했다.

암호화 자산 관리 기술 회사 온램프 인베스트(Onramp Invest)의 커뮤니티 책임자인 케이틀린 쿡은 “대부분 사람에게는 (밈 코인이) 장기 투자가 아니고, 장기간 보유해야 할 이유도 갖고 있지 않다. 자본이 없는 투자자가 변동성이 높은 코인에 투자하면 성공 가능성은 더 낮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FTX US의 사장 브렛 해리슨은 “많은 알트코인은 극도로 위험할 수 있으며 내재적 투자가치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개인 투자자는 조사나 정밀한 실사 없이 이런 자산을 거래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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