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17일(현지시간)자 온라인판에서 “지난 8월 가석방 출소로 자유로워진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지배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이 있다”며 “이 계획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의 출소가 국익에 부합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공언했다.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7일에는 3㎚(나노미터·10억분의1m) 공정에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도입하는 등 초미세 공정 로드맵을 선언했다. 내년 상반기 3나노 양산에 들어가면 세계 최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비전 2030이 성공하려면 이 부회장이 ‘거침없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예의 바르고 영리하지만,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회장보다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성향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신규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가운데 '파운드리' 섹터에서 시장 점유율을 약 40%에 맞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경쟁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부회장이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의 재무 성과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빅딜'을 시도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선호도를 고려하면 인수합병 등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부상하는 자동차 반도체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소재 NXP반도체 잠재적인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해석했다. 세트 사업과 부품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성향으로는 과격한 옵션을 채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TSMC와 대적하려면 이 부회장이 이른 시일 내에 나서야 한다"며 "지난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상당 기간 최대 주주로서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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