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틀어막아도 풍선효과 여전…저축은행 빌린 돈 한 달 새 1조5000억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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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10-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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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이 여전한 폭증세를 이어갔다. 앞선 금융당국의 고강도 총량 규제에도 쉽사리 속도 제어가 되지 않는 양상이다. 그 사이, 업체별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며 실수요자들의 대출 보릿고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순 숫자 측면의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취약차주 중심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 대출, 당국 고강도 규제에도 ‘고공행진’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8월 말 기준 여신 잔액은 91조7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90조2482억원에 비해 1조4550억원 불어난 수치다. 전월 대비 증가 폭은 1.6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대출 증가율(0.65%)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올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섰지만, 증가세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1금융권 대출길이 막혀 저축은행으로 흘러내려 온 고신용자에 집중됐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일부 고신용자들이 규제 수준이 낮은 저축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미 은행대출을 보유한 차주가 추가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 점이 문제다. 해당 규모는 2018년 8조5000억원에서 작년 13조4000억원까지 팽창했다. 이 경우, 향후 건전성 문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갈 수 있다. 현재의 연체율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추정 손실’ 채권 규모는 작년 6월 6483억4900만원에서 올 6월 7882억원으로 1398억5100만원(22%)이나 불었다.

다만 점진적으로 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3개월간 대출 증가 폭이 3조235억원→2조1133억원→1조4550억원으로 차츰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9월 셋째 주 기준으로 저축은행이 당국의 연간 증가율 목표치인 21.1%를 맞추려면, 연말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9000억원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고신용자 영업 펼치는 저축은행…갈곳 잃은 중·저신용자

문제는 저신용자들이다. 풍선효과가 팽창하며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정작 본인 몫은 없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로 인해 실수요자가 벼랑 끝에 몰리게 된 경우도 다반사다. 저축은행의 본질 중 하나인 ‘서민금융 공급’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소액 신용대출 취급량도 꾸준히 줄고 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 상반기 말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9004억원으로, 작년 동기(9080억원)보다 76억원(0.83%) 감소했다. 5년 전인 2016년 6월(1조1015억원)과 비교하면 18%나 줄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선 당연히 고신용 차주 중심의 대출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저신용자 관련 취급 규모는 자연스레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21.1% 이내 관리’라는 일괄적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을 이끌 보다 고차원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달 중 나올 가계부채 추가 대책과 관련해 “2금융권 대출 관리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 실수요자를 보호할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이런 부분들이 포괄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 논리로 제2금융권 대출을 틀어막으면 결국 피해는 취약차주인 서민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을 이끌 보다 세부적인 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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