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푸른호수' 저스틴 전 감독이 말하는 가족의 가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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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1-10-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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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입양인들이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입양이 보내진다. 어린 나이에 입양이 보내진 아이들이 커서 “왜 날 버린 거야? 왜 나만 낳아준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라야 하는 거야?” 라며 고통에 빠진다.

저스틴 전 감독의 영화 ‘푸른호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안토니오와 백인 아내 캐시, 의붓딸 제시와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중 안토니오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 때문에 가족을 두고 한국으로 추방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선택한 가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만든 저스틴 전 감독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 그가 생각하는 가족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저스틴 전 감독]


Q. 감독님의 삶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A. 대본을 썼을 때 아내가 딸을 임신 중이었는데 그때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리고 촬영 중에도 인간으로서 더 많은 생각들을 가지게 됐고요. 아버지로서의 역할, 선택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는데 딸을 키우면서 저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제 모든 영화에는 그런 것들의 영향이에요. 딸이 있다는 것이 저한테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제공/ 푸른호수]


Q.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삶은 어떤가요?

A.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다루는 영화들이 한국계 미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 일본계 미국인 등 한 민족성을 가진 인물로만 그려져요. 그런 것을 보면서 왜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지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영화의 배경이 미국 남부인데 여기서 왜 백인들만 남부 사람으로서 영화에 등장할까 생각했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나는 '한국 사람이 남부사람으로 보여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아내가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에 저희 가족 역시도 다문화 가정이거든요. 아버지는 아시아인데 아이들은 백인인 모습을 왜 보여주면 안 될까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Q, 미국에서 추방된 입양인 안토니오(저스틴 전 분)의 삶에 대해 감독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시나요?

A. 영화를 찍기 전 조사를 하면서 이미 추방이 됐거나 추방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들의 이야기가 제 대본에 큰 영향을 줬는데요.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입양 관련 이슈가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 중 인물이 입양이 된 후 미국에서 살았지만 23년 뒤에 서류 하나 빠졌다고 해서 '너는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을 원하지 않아 입양을 보낸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또 이미 그들에게 거부가 돼서 미국에 왔는데 미국에서도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심적으로 엄청난 충격일 거예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이 이슈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현재의 미국 아동 시민권법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알리고 싶었어요.

Q.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의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은 어떤가요?

A. 아름다운 영화제에 초청돼 큰 영광이에요. 과거에도 부산영화제에 초청돼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아름답고 인상적인, '월드 클래스'라는 수식어에 걸 맞는 축제였거든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 뿐이에요(하하).

이 이야기에서 '내 자신'을 결코 분리할 수 없는 건 사실이에요. 한국 사람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백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아온 아시아 아메리칸으로서의 질문들이 작품 속에 녹아있거든요. 제 작품에는 그런 고민이 늘 담겨있어요. 심지어 자연을 담아낼 때마저. 미국 토양 안에서 나의 뿌리를 어떻게 내려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늘 구하려고 해요. 해당 주제는 나와 나의 작품과 결코 뗄 수 없죠.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제공]


Q. 유독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어요.

A.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한국의 콘텐츠가 정말 많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람들도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만 저의 경우는 감정적인 부분의 한국인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올해초 미국에서 입양인 시민권 관련 법이 새롭게 개정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는데요. 어떤 생각이 드나요?

A.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워요. 과거에는 모든 면에서 너무나 부당하고 열악했거든요. 모든 입양인들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11년 동안 같은 이야기, 문제의식을 제기해 이야기 해왔어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해요. 이민자 이슈라기 보단 인권에 대한 문제죠. 입양자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온 것이 아니잖아요. 가족의 가치에 대한 것이죠. 사람들이 이민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보단 인권 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주목을 많이 받고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져야 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잖아요. 그래서 이슈화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런 과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죠.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제공]


Q. 영화 속 캐릭터 및 이야기의 주요 플롯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요?

A. 각종 리서치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접했어요. 범죄의 경력이 계신 분들부터 공무원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추리고 추려 입양인 다섯 분들과 시나리오 집필 내내 계속 만나 소통했어요. 그러면서 캐릭터를 구체화 해갔어요. 가족과 연결된, '혈연'과 관계 됐을 때 이들은 굉장히 예민해지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그것에 주목했어요.

Q. 한국에서는 '제2의 미나리'라고도 불리고 있다. 차기작 ‘파친코’에서는 윤여정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잖아요.

A. 윤여정 선생님은 정말이지 최고예요(웃음). 돈을 잘 벌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변함없이 혼신을 다해 연기를 해온 분이잖아요.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타협하지 않고 문제나 궁금증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하고 수정하는 열정과 파워풀함이 있어요. 크고 정직하고 솔직한 내면에 엄청난 프로 정신을 가진 분인데 함께 작업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제공]


Q.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A. 부산에서 있었어요. 원 테이크로 감행한 아주 감정적인 신이었는데 석양이 내리쬐는 순간 촬영해야 했어요. 굉장히 어려운 촬영이었는데 전화가 오시더니 화를 내시더라고요. ‘왜 그렇게 찍었냐’고 물으셨어요. 결론은 제가 틀린 게 맞았어요(하하).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 주시고 온 몸을 사리지 않으시며 자신의 생각도 정확하게 표현해주세요. 어떤 이야기도 과감 없이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이었어요. 너무나 감사했고 소중한 경험이었죠. 놀라운 배우예요.

Q.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심플함이 아닐까 싶어요. 일찌감치 해외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늘 사랑받고 있었어요. 어떤 감정이든 아주 충실하게 담아내면서도 보편적인 정서와 문제를 공감하도록 그려내면서 혼신을 다 해요. 그 뜨거운 에너지가 음악이든 영화에든 드라마에든 담겨 있어요. 그 다양한 감정을 과장된 기교 없이 담백하게 이끌어 내는 힘이 있어요. 죽도록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사랑한달까?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 싫은데 너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징글징글한 감정들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요.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데 탁월하죠. 그런 공통점을 지닌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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