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CBDC 상용화 급물살...국경 없는 화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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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0-0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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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연준, CBDC 도입 검토... 선발주자 중국은 내년 상용화 앞둬

  • 한국은행, 민간과 CBDC 모의실험 중... 내년 상반기 결과 발표

  • 전문가 "안전한 CBDC는 새 결제 수단... 불안 요인도 대비해야"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개발을 두고 고심 중이다. CBDC는 중앙은행을 뜻하는 'Central Bank'와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를 합친 단어로 민간이 만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CBDC 상용화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지만 이미 상용화를 앞둔 나라도 있다. 국경을 뛰어넘는 화폐가 현실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도 CBDC 도입 검토... 중국은 내년 상용화 앞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CBDC 도입을 두고 회의적인 태도에서 긍정적으로 선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미 연준이 이르면 이번 주 CBDC 도입의 이점과 리스크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CBDC를 도입하게 된다면 디지털 달러를 통해 금융 시스템에서 돈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이동시켜 은행 계좌가 없어도 이용 가능하게 만들고 정부가 재정 지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WSJ은 “미 연준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므로 결정이 빨리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달러의 글로벌 역할을 고려하면 디지털 달러가 시장에 올바르게 정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CBDC 개발을 검토 중이다. 영란은행은 지난달 CBDC 설계와 구현, 운영의 기술적 과제를 조언할 제3자 워킹그룹을 설립했다. 워킹그룹에는 페이팔, 마스터카드, 콘센시스 등 글로벌 결제업체와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미 중국 등 일부 국가는 CBDC 상용화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2014년부터 CBDC 도입을 준비한 중국은 오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 통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는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 중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인 뉴질랜드 준비제도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뉴질랜드 내 현금 사용이 감소하는 대신 스테이블 코인(가치변동이 없는 암호화폐) 등이 혁신으로 등장해 중앙은행이 CBDC를 고려할 적절한 시기다. 디지털 통화는 국내 지불의 효율성과 탄력성을 개선하고 뉴질랜드가 CBDC를 사용해 국경 간 지불을 개선하는 주도권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고 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DC 도입은 현금 수요가 급격히 축소돼 실물 명목 화폐가 사라질 상황에 처한 국가의 경우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이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금 없는 경제에서 민간이 제공하는 전자적 지급 수단에 시스템상의 장애 또는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CBDC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및 복원성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CBDC 도입 연구 중... 전문가 "부작용도 조심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가 간 CBDC 융통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신용카드 업체 비자(VISA)는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이 CBDC 간 호환이 가능한 허브 시스템 ‘UPC(Universal Payments Channel)'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UPC는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국가 간에도 디지털 통화를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어댑터’ 역할이다. 비자는 “디지털화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화폐 종류나 채널에 상관없이 결제하고 돈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자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서 개발된 암호화폐를 서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도 CBDC 도입을 두고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사업 기간 10개월에 걸쳐 CBDC 모의실험 연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해당 실험에는 삼성전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등 민간 기업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는 1단계 실험에서는 모의실험 수행환경 조성과 CBDC 기본 기능에 대한 실험이 진행된다. 내년 6월까지 진행되는 2단계 실험에선 1단계에서 조성한 실험환경을 토대로 CBDC 확장기능 실험,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적용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CBDC 시스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이 화폐를 사용한 사람들이 돈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은 개인 정보 보호 문제와 연관 있다. 정보 공개 의사를 두고 기술과 공공 정책에 대한 작업도 수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외 은행의 운영 약화도 단점으로 꼽힌다. 은행 예금 일부가 CBDC로 대체되면 은행은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 그 결과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자금 중개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 연구위원은 “은행 예금이 감소해서 은행 대출이 축소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출 등을 통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경우 CBDC 도입 이전보다 중앙은행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이버 공격, 디지털 뱅크런 등 잠재적 금융 불안 요인에 대해서는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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