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사 전쟁... 시장 승기 잡은 LG화학 vs 주주 마음 달랜 SK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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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1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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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속도전' 중 GM 리콜에 일격…투심도 악화

  • SK온, 상장 '신중론'으로 투심 달래…모회사 직접사업 없는 건 리스크

[Ảnh=Internet]


재계의 라이벌로 급부상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끈다. 두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대결구도를 형성하며 최근 몇년간 크고 작은 경쟁을 벌였다.

비슷한 길을 걷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느끼는 양사의 행보에는 차이가 있다. LG화학이 선구자로서 다소 투박하게 주주들과 소통하고 있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로서 보다 안정적으로 투심을 달래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1위 꿈꾸는 LG에너지솔루션
우선 승기는 LG화학이 잡았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인력을 유출해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같은 해 9월 "우리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LG화학이 미국에서 팔고 있다"며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LG화학의 승리다. 양사의 합의 결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의 합의금을 받기로 했다.

소송이 벌어지는 동안 LG화학은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파트너로 삼으며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노리는 회사가 됐다. 글로벌 점유율은 26~27%를 오간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조달 부담을 지게 됐다.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은 5% 수준으로 삼성SDI에 이서 세계 6위 수준이다.
 
분사에 이어 상장까지…주주들은 불만 가득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른 게 보인다. LG화학이 잘나가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회사인지는 의문이 드는 포인트가 있다.

우선 LG화학은 배터리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분사를 진행하면서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큰 원망을 샀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의 분사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물적분할'을 택했다.

물적분할은 분사한 회사의 지분을 모회사가 100% 가진다. 반면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에게 분사한 회사의 지분을 똑같이 나눠준다.

물적분할을 택하면 새로운 자금조달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장을 할 경우 인적분할보다 더 많은 주식을 시장에 내놓기도 편하다. 제3자를 새로운 주주로 맞이하기에도 유리하다.

새로운 투자자들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편하다. 일반 주주가 섞여 있다면 반발이 크겠지만 지분 100%를 LG화학이 가지고 있어 결정만 하면 추진할 수 있다.

기존 LG화학의 주주들로서는 혜택이 없다는 게 아쉽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이라도 할 경우 LG화학은 지주사로서 상장 자회사의 가치가 빠져나가는 '지주할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민연금조차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분사와 상장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주들의 우려처럼 한때 100만원을 넘보던 LG화학의 주가는 70만원대까지 주저앉아있다.

이런 결과는 LG화학이 분사와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속도전'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상장도 이른 시일 내에 추진하기로 했었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은 빠르면 연내에 상장도 할 참이었지만 최근 GM의 전기차 리콜에 대한 책임문제가 불거지면서 상장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래저래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셈이다.
 
SK온, 분사는 했지만 상장은 신중
SK이노베이션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배터리 사업의 분사에 나서는 것은 LG화학과 비슷하지만 이후 상장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LG화학에 지급해야 할 합의금이 아직 1조원이나 남아있는 등 자금사정이 더 급한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좀 더 섬세하게 달래고 있는 모양새다.

일단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분사했다.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출범했다. LG화학과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을 통해 떨어져 나온 곳이다.

이로서 SK이노베이션은 모든 사업부를 분사하며 명백한 지주사가 됐다. 아직 화학분야를 가지고 있는 LG화학과는 다른 점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모든 사업부를 분사해 지주할인에 대해서는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상장 시기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SK온 분할 결정 임시 주주총회에서 "(상장 시기가) 2022년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SK온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을 제시하면서 2030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가 목표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을 서두르기보다는 회사의 역량을 더 키우겠다는 설명에 투심도 LG화학 때보다 안정적이다. LG화학은 분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틀 동안 10% 넘게 주가하락을 겪었지만, SK이노베이션은 8%가량 떨어진 뒤 바로 회복했다.

대신 다른 자회사의 상장에는 적극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자회사 SKIET를 상장시킨 바 있다. 배터리의 분리막을 만드는 곳으로 SK의 배터리 사업이 성장할수록 수혜를 입는 핵심 자회사 중 하나다.
 
"지주할인보다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을 봐달라"
한편 양사의 배터리 자회사가 모두 상장한 이후라면 LG화학이 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아직 화학사업부를 온전히 직접사업영역으로 가지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모든 사업부를 분사시켜 지주사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상장할수록 모회사는 지주할인 이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우려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 측은 더 큰 그림을 봐달라는 설명을 전했다.

한 SK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배터리와 환경, 바이오, 디지털 등 4대 영역으로 재편하고 2025년까지 각 분야에서 각자의 비전을 달성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SK의 각 계열사 투자자들의 주주가치를 함께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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