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도 넘은 성희롱에 당할 수밖에 없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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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9-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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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6 남학생, 2개월 차 여교사에게 "XX 넣어도 돼요?" 성희롱 메시지 논란

  • 학생에게 성희롱당하는 교사들...학교에 알려도 답변은 "참을 줄도 알아야"

  • 20~30대 여교사 절반 이상이 성희롱 경험…'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가장 많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생이 여교사에게 메시지로 도 넘은 성희롱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교사가 발령받은 지 2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한 교사는 교내 성희롱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교사의 글이 주목받고 있다. "6학년 저희 반 남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했는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교사 A씨는 "발령 2개월 차 신규라 어찌해야 할지 몰라 글을 올리게 됐다. 일단 부장, 교감 선생님에게 말했고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받은 메시지 내용을 첨부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A씨가 받은 메시지를 보면, 학생 B군은 "휴 힘들었다. 선생님 XX에 XX 넣어도 돼요?"라며 A씨에게 성희롱을 서슴없이 했다. A씨는 "학생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친구와 카카오톡 하다가 실수로 보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교사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남자애 3명이 '선생님도 남편과 XX하죠?'라는 말을 해 황당했다. 이번 (A씨) 사례는 더 심하다. 초등학생 담임은 극한직업"이라고 했다.

최근 상담을 시작한 교사라고 밝힌 누리꾼도 "우리 반에도 저런 애가 있어 여름에 긴 팔, 긴 바지만 입고 다녔다. 나도 저런 성희롱을 당했지만, 구두 사과로만 끝났다. 그 사과를 받는 데도 1시간이 걸렸다. 당시 학생은 '자신은 말할 권리가 있다'고 하다가 부모님께 연락한다고 하니 그제야 사과했다"고 전했다.
 
일상화된 학생들의 여교사 성희롱···학교는 수수방관
연령이 낮은 여교사의 절반 이상이 학교에서 학생에게 성희롱을 겪는 등 교내 성폭력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학교 측이 이를 외면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묵살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호소했다. 오히려 교장은 "일 크게 만들지 말아라. 교사가 참고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며 2차 피해를 자행했고, 교사가 신청한 '교권보호위원회'도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측의 방관 속에 성희롱 피해를 겪는 여교사들은 매년 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9일 발표한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교사는 41.3%에 달했다.

특히 20~30대 여교사는 66.0%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겪었다고 했으며 가장 많은 피해 경험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학생(55.8%), 동료 교사(49.1%), 학교 관리자(24.7%) 순으로 성희롱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학생들의 성희롱은 유독 상습적이고 대범해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생이 교사를 성희롱한 건수는 △2016년 112건 △2017년 141건 △2018년 180건 △2019년 229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학생이 교사에게 섹시하다고 표현한 뒤 눈으로 윙크를 하거나, 교사 사진을 도용해 음란한 문구를 써 SNS에 올리고, 교사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뒤 친구들과 공유하는 사례 등이 있다.
 
교원지위법 강화했지만, 초등·중학생은 '전학' 처분이 전부
교권 침해를 우려한 교육부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을 통해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생이 교사에게 폭행과 성희롱 등으로 교육 활동을 침해할 경우 퇴학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의무교육대상자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전학 처분에 불과하다. 이에 국민청원을 올린 교사의 사례처럼 학교 측이 성희롱 피해를 수수방관하면 가해 학생과 피해 교사가 한 교실에서 얼굴을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는 "학교 내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육부와 교육청은 젠더 권력 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특히 여교사에 대한 교권 침해 사안은 반드시 젠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편 교사에게 성희롱 메시지를 보낸 B군은 촉법소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처벌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인 이들로,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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