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빈틈 보인 '펜타닐'... 처방은 진통제, 용도는 마약?

정석준 기자입력 : 2021-09-27 16:43
패치 형식으로 쉽게 처방받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오남용 늘어 헤로인보다 강한 중독성 띠는 펜타닐, 금단증상 등 주의해야 빅데이터·처방기준 등 관리체계 마련됐지만 권고 수준 한계 보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통제로 쓰이는 펜타닐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펜타닐은 마약류로 분류되는 만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간단한 처방 절차를 악용해 오남용하는 환자가 발생해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펜타닐 패치 오남용을 두고 경각심이 커지는 중이다. ‘펜타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아편계, 오피오이드계 마약으로 지정된 약물이다. 오피오이드란 양귀비인 아편에서 유래하거나 합성된 진통제다.

펜타닐은 통증 제거나 완화가 목적인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로 쓰인다. 펜타닐 효과는 다른 오피오이드 계열보다 더 강하지만, 중독성도 헤로인의 1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취를 위해 주사 형식으로 환자에게 펜타닐을 주입할 수 있으며 처방은 주로 패치 형식으로 받는다. 펜타닐 성분이 담긴 패치 1매는 3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펜타닐에 대해 중독성을 보이며 오남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펜타닐 패치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처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44곳을 적발했다.

앞서 3월에는 식약처가 펜타닐 패치를 대량으로 처방받은 환자와 관련 병원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환자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동안 의원 16곳을 134회 방문해 펜타닐 패치 1227매(약 10년분)를 처방받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펜타닐 오남용은 10대에게까지 퍼졌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5월 10대 42명을 마약류 투약‧매매‧수수 혐의로 검거했다. 이 중 14명은 부산‧경남지역 병원 25곳에서 본인 또는 타인 명의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고 다시 유통했다.

이들은 ‘펜타닐 패치를 투약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문이나 권유를 듣고 마약류에 손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학교에서도 펜타닐 패치를 라이터로 가열해 흡입했다.

해외에서도 펜타닐 오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는 9만3331명이다. 이 중 60% 이상은 펜타닐 관련 사망이다.

펜타닐은 코카인, 필로폰 등 다른 마약과 혼합해 불법적으로 유통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처방전을 받은 진통제가 과다복용의 주요 원인이었다. 헤로인을 거쳐 지금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현저히 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펜타닐 확산이 그 이유다”라고 보도했다.
 

펜타닐 패치 [사진=명문제약]

펜타닐 패치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의존성이 발생해 더 많은 용량을 갈망하게 되거나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금단증상은 하품, 재채기, 눈물 흘림, 땀 흘림, 구역, 구토, 설사, 복통, 동공 확대, 두통, 불면, 불안, 헛소리, 경련, 떨림, 전신 근육과 관절 통증, 호흡 촉박, 가슴 두근거림 등 다양하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식약처는 “다른 마약성 진통제, 수면제, 알코올 등 중추신경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면 호흡 억제, 혼수 및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임의로 한 번에 더 많은 패치를 붙이거나 사용 간격을 줄여서 사용해서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의사는 환자에게 비약물적 치료 또는 비마약류 진통제 사용을 우선시해야 하고 마약류 진통제를 처방할 때는 가장 낮은 용량부터 사용해야 한다. 처방 전에는 ‘의료용 마약류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의료용 마약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환자에 대해 마약류의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 우려가 확인된 경우에는 처방 및 투약을 중단할 수 있다.

또한 식약처는 10대 청소년 오남용 및 불법 사례를 막기 위해 만 18세 미만 비암성 통증에 처벌하지 않도록 일선 의료원장에 협조를 재요청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이러한 시스템 마련에도 불구하고 결국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면 처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식약처가 마련한 관리 체계도 아직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이다. 한 의료 관계자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진통제를 원하면 안 줄 이유는 없다.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돼 찾아온 환자를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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