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알펜시아 매각 담합의혹 숨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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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9-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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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H강원개발 지난 5월 7100억원에 낙찰

  • 강원도의회·시민단체 "낙찰과정 의혹"

  • KH그룹서 리츠사 들러리로 활용 의심

  • 정보공개 요구에도 강원도 "자료 없다"

  • 강원도시개발공사 "매각 진행 중" 거절

[출처=알펜시아 홈페이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공개 매각 과정의 적법성을 조사 중인 가운데 매각 주체인 강원도개발공사는 의혹을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최근 강원경찰청과 공정위가 알펜시아 리조트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 등 불법이 있었는지 여부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공정위는 알펜시아의 소유주인 강원도개발공사와 공사의 지분 100%를 가진 강원도가 알펜시아 리조트의 최종 낙찰자인 KH강원개발 측과 입찰 가격과 방식 등을 사전에 협의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KH강원개발은 KH그룹이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OC)다. KH그룹은 KH 필룩스(코스피)와 KH 일렉트론(코스닥), KH E&T(코스닥), 장원테크(코스닥), 아이에이치큐(코스피) 등의 상장사를 거느린 곳이다. KH강원개발은 알펜시아 리조트의 지난 5차 매각 공고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낙찰에 성공했다.

지난 8월 20일 약 680억원 규모의 매각 계약금을 납부했으며, 오는 2022년 2월 중 잔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KH그룹이 유찰방지를 위해 들러리로 내세운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있다는 의혹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의 묵인에서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공고문에 따르면 인수의향서 접수자가 2인 미만인 경우 입찰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KH그룹 측이 계열사 한 곳을 더 입찰에 참가시켜 최종적으로 KH강원개발이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에 나서도록 지원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KH그룹 내 리츠사가 활용된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입찰이 취소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9조와 동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동일한 사항에 동일인이 2통 이상 입찰서를 제출한 입찰은 무효다.

이미 강원도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 강원도의회에서 심상화 국민의힘 강원도의회 원내대표는 "최종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 두 곳이 사실 모두 KH그룹 관계사라는 의혹이 있다"며 "사실이라면 사안의 위법성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만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이어 7월 13일 열린 강원도의회에서 'KH 관련사 두 곳이 입찰에 참여한 것이 맞느냐'는 심 의원의 질문에 박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이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급기관인 강원도에서 인정한 내용이지만 강원도개발공사 측은 관련 의혹을 해소하지 않으면서 의혹만 키우고 있다. 강원도도 의회 발언 이후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 외에는 밝히지 않는 중이다.

이에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가 알펜시아 매각 입찰 과정에서 담합 및 입찰 방해죄, 업무상 배임 등의 문제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고, 8월에는 강원경찰청에 수사를 추가로 의뢰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도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 측에 입찰에 참가한 업체 이름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최근 모두 거절당했다.

강원도 측은 해당 계약이 강원도가 아니라 강원도개발공사가 진행한 것으로 공식적인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으며, 강원도개발공사 측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를 공개 거부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문은 '입찰계약 등이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강원도개발공사 미래전략팀 관계자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은 아직 전 과정이 완료되지 않아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입찰이 위법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명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시간끌기라는 게 이 이슈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의 나철성 소장은 "당초 알펜시아 리조트는 네 차례의 공개입찰에서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결국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던 상태였지만 갑자기 공개입찰로 다시 방식을 전환한 뒤 KH그룹의 낙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강원도 측과 KH그룹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알펜시아 리조트는 지난 2009년 강원도 평창 대관령면 일대 491만㎡ 부지에 1조6000억원을 들여 조성한 종합리조트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시설로 고급빌라와 골프장, 호텔, 콘도, 워터파크 등이 함께 지어졌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시설 분양이 부진하면서 부채에 따른 이자와 유지관리 비용이 고스란히 강원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7733억원 규모의 부채가 쌓이면서 결국 강원도개발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공개매각을 진행했다.

결국 지난 5월 KH그룹의 KH강원개발공사가 약 7100억원에 낙찰받아 새 주인이 될 예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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