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설' 中헝다의 모럴해저드…"직원에겐 강매, 오너·임원은 돈 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9-16 18:2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구이저우성 GDP 넘는 부채, 자금난 심각

  • 투자금 지급불능 "미완공 아파트 받아라"

  • 수십억씩 투자한 헝다 고위층 몰래 환매

  • 쉬자인 회장 "특별 대접은 없다" 딴소리

  • 직원에 부동산·금융상품 강제할당 정황도

[사진=바이두]


유동성 위기로 파산설까지 나돌고 있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자회사의 금융상품에 수십억원씩 투자했던 창업주 부인과 고위 임원 등이 지급 불능 사태가 우려되자 몰래 환매에 나선 게 드러난 것이다.

앞서 헝다가 직원들에게 부동산과 금융상품을 강매했던 사실까지 더해져 비난 여론이 폭주하고 있다.

◆지급 불능에 '배 째라' 행태

16일 펑파이와 차핑 등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헝다의 금융 자회사인 헝다자산관리는 지난 8일부터 만기 도래 중인 재테크 상품의 원금 및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고객의 돈을 끌어다 쓴 데 따른 후폭풍이다. 헝다그룹의 총 부채는 1조9700억 위안(약 358조원)에 달한다.

인구 3600만명이 넘는 구이저우성의 국내총생산(GDP·1조7826억 위안)을 웃도는 규모다.

지난 5년간 400억 위안어치의 금융상품을 판매한 헝다자산관리는 투자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분할 지급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3개월에 10%씩 3년에 걸쳐 돌려받거나 △아파트·오피스텔·상가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거나 △이미 구입한 부동산 가격 중 잔금을 내지 않는 세 가지 안 중에서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분할 지급의 경우 시일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현물로 대체하더라도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곳이 많아 완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급 불능을 이유로 부동산 재고를 털어내려는 꼼수 아닌가"라며 "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헝다그룹 창업주인 쉬자인 회장(오른쪽)과 부인 딩위메이. [사진=바이두]


◆투자자 몰래 미리 발 뺀 고위층

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같은 상품에 투자했던 그룹 고위층은 이미 출구 전략을 완료했다.

헝다 창업주인 쉬자인(許家印) 회장의 부인 딩위메이(丁玉梅)는 지난 7월 8일 2300만 위안(약 42억원)의 투자금을 몰래 빼 갔다.

두량(杜亮) 헝다자산관리 대표도 지난 5월 자신과 부친이 투자한 990만 위안(약 18억원)을 전액 환매했다. 그가 밝힌 환매 사유는 '집에 긴급한 일이 생겨서'였다.

이 밖에 다수의 헝다 임원들이 100만 위안과 50만 위안, 30만 위안 등 투자금을 사전에 돌려받았다.

여기에 쉬자인 회장의 지난 발언까지 회자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쉬 회장은 지난 10일 헝다자산관리의 지급 불능 사태와 관련해 "나는 아무것도 없어도 되지만 투자자들은 절대 그럴 수 없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전부 상환하라. 한푼도 모자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환 과정은 반드시 공평·공정해야 하고 어떤 이도 특수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며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더욱 격분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완성차도 못 만드는 헝다자동차가 보유한 땅이라도 팔아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비난했다.

헝다의 전기차 사업 부문인 헝다자동차는 지난 1년간 중국 내 10개 성에 걸쳐 1133만㎡ 면적의 토지를 사들였다.

◆회사 강압에 빚더미 떠안은 직원들

특히 헝다가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부동산과 금융상품을 강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중국 언론들은 헝다자동차가 지난해 국경절 연휴 기간 중 직원 3000여명에게 300채의 아파트 판매 할당량을 제시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생산 직군은 8명당 1채, 연구개발 직군은 26명당 1채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하달했다.

아울러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상품에도 강제로 가입하게 했다.

일인당 최소 5만 위안 이상씩, 직원 15명당 1400만 위안의 투자금을 모으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한 헝다자동차 직원은 인터뷰에서 "회의 때 임원이 회사로부터 최저 심사 기준을 받았다며 일반 직원과 중간 간부들은 재테크 상품에 가입하라고 지시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친척들의 재산까지 투자했다"고 전했다.

대출을 받아 구매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융상품 투자금 상환까지 지연되면서 수많은 직원이 빚더미에 올라앉았지만 실직자가 될까 두려워 냉가슴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헝다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워낙 상징성이 큰 기업인 데다 쉬자인 회장이 공산당에 충성해 온 '홍색 자본가'라 실제 파산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개인 투자자와 헝다 직원들이 입은 피해는 온전히 복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