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이 연 新한류] 한국, 만화 불모지에서 종주국으로

정명섭 기자입력 : 2021-09-13 00:10
네이버·카카오 웹툰 플랫폼, 일본 매출 나란히 1·2위에 네이버웹툰, 프랑스 앱마켓서 매출·다운로드 수 1위 카카오 인기작 '나혼레', 높은 인기에 만화책 3권째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작가로... 도제식 시스템 깨뜨려 플랫폼-창작자 상생 유튜브식 모델... 억대 연봉 작가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에서 탄생한 디지털 만화 ‘웹툰’이 전 세계를 홀렸다. 만화 종주국인 미국·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앱마켓에서 매출 최상위권에 오르고, 주요 인기작을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제작해 달라는 해외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 웹툰은 종이 중심의 기존 만화시장의 제작·유통·소비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유튜브처럼 실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콘텐츠를 올려 독자들의 평가를 받아 정식 작가로 데뷔할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른 수익 배분으로 억대 연봉을 버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는 더 우수한 작가와 작품을 끌어모으는 선순환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유명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국내외 콘텐츠사들과 협업하는 넷플릭스식 성장 모델도 도입됐다. 웹툰은 우수 작품을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카카오 웹툰 플랫폼 주요국서 매출 상위권
12일 기준, 카카오와 네이버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와 ‘라인망가’는 일본 양대 앱마켓에서 유튜브를 제치고 비게임 앱 매출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미국과 함께 만화 종주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한국 웹툰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한국 만화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만화 대국이다.

유럽에서도 한국 웹툰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프랑스 구글플레이 만화 부문에서 매출과 다운로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12월, 프랑스에 진출한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11월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 이후 선두권에 올랐다. 인기작 ‘여신강림’과 ‘재혼황후’의 현지 구독자 수가 각각 62만명, 34만명에 달한다.

카카오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프랑스에서 성공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올해 1월부터 연재된 이 작품은 높은 인기로 단행본이 세 권 발행됐다. 글로벌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는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달라는 청원이 올랐고, 현재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지난 6월 태국에 상륙한 카카오웹툰은 현지 웹툰 플랫폼에서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한국 웹툰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전 세계 월 이용자 수는 1억6700만명이다. 한국 인구보다 3배 이상 많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사업(웹툰·웹소설 등) 매출은 2017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후 2019년 2571억원, 2020년 3591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63%에 달한다.

강정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웹툰글로벌 본부장은 “웹툰은 K팝과 드라마, 영화에 이어 차세대 한류를 이끌어갈 콘텐츠”라고 말했다.
 

글로벌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 올라온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제작 청원. 12일 기준 20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체인지닷오알지 갈무리]

만화 시장 침체기에 웹툰 탄생··· 누구나 웹툰 올리게 하자 우수 작품들 우르르
포털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웹툰 서비스가 시작되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국내 만화책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도입돼 만화 심의가 강화된 탓이다. 이 법은 만화가 불량 콘텐츠라고 낙인찍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웹툰은 출시 초기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네이버가 처음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2004년만 해도, 사내 개발자들이 가기를 꺼린 분야였을 정도다. 당시 네이버웹툰 서비스 담당자였던 김준구 대표(현 네이버웹툰 대표)는 작품 확보를 위해 발품을 팔았다. 출판사와 작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얼마 못 가서 서비스 종료할 거잖아요”라는 냉소적인 시선과도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작품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자, 아마추어라도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는 2006년에 시작된 ‘도전 만화’로, 아이디어와 실력만 있으면 독자들의 평가를 받아 정식 작가가 될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당시 만화 시장이 너무 어려워서 오프라인 콘텐츠 자체가 굉장히 부족했다”며 “어떻게 제작 자체가 어려운 만화 시장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고, 도전 만화를 출시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도전 만화 제도가 도입되자, ‘재야의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내 최장수 웹툰인 ‘마음의 소리(작가 조석)’의 시작도 도전 만화였다. 마음의 소리의 가능성을 본 김 대표는 당시 상사의 만류에도 “제가 책임질 테니 정식 연재하겠다”고 밀어붙였다. 마음의 소리는 일상·군대 소재의 코믹 웹툰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4년간 1229화를 연재하는 동안 누적 조회수 70억건을 기록, 지금의 네이버웹툰을 있게 한 대표작으로 남았다. 네이버웹툰은 미국에서도 도전 만화와 유사한 ‘캔버스’ 제도를 도입해 창작자, 작품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 중 작가 레이첼 스마이스의 ‘로어 올림푸스’는 국내에도 연재되고 있다. 이 작품은 2019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이즈너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카카오도 이와 비슷한 ‘웹툰 리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소설 자유연재 플랫폼도 출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규모 상금을 걸고 공모전을 열기도 한다. 이 같은 방식은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배우는 기존 만화계의 도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더 많은 창작자에게 성공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장수 웹툰 '마음의 소리'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창작자와 상생하는 유튜브식 모델 도입··· 연 100억원 버는 작가 탄생
창작자와 상생 생태계를 구축한 점도 한국 웹툰의 성공 비결로 손꼽힌다. 이는 유튜브식 성공 방식이다. 유튜버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광고 수익을 배분받듯이, 네이버와 카카오도 작가와 수익을 나눈다. 네이버의 경우 50%에서 최대 70%까지 작가에게 수익을 배분한다. 웹툰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거나,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수록 수익이 급격히 늘어난다. 네이버웹툰 작가들은 지난 1년간 연평균 2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작가는 124억원을 가져갔다. 수익 배분은 양질의 작가와 콘텐츠를 끌어모으는 요소로, 웹툰 생태계의 핵심 가치다. 네이버웹툰이 작가들의 수익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만화의 소비 패턴이 종이 만화책에서 디지털 만화로 바뀌고 있는 흐름을 한국 기업이 재빨리 포착한 것도 웹툰 세계화의 성공 요인으로 언급된다. 특히 2010년을 전후로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웹툰은 시간, 장소 제약 없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처’로 주목받았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새로운 콘텐츠 형태인 웹툰은 한국이 처음 만들어낸 것으로, 한국 웹툰 기업은 세로 스크롤에 대한 만화 연출 기법이나 시간과 공간, 시선의 이동 방식 등에 대한 노하우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또한 웹툰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해외에서 더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하는 넷플릭스식 성장 모델도 적용
앞으로도 웹툰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기 작품은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2차 저작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작품이 영상화됐다. 네이버웹툰 인기작 ‘스위트홈’은 지난해 12월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돼 전 세계 39개국에서 인기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한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10개국에선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 드라마가 출시되자마자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은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검증된 IP를 영상화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IP 사업 기금을 조성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웹툰을 미국에서 영상화하기 위해 국내외 영상 제작 유명 스튜디오 3곳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자회사 스튜디오N은 ‘연의 편지’, ‘유미의 세포들’, ‘알고 있지만’ 같은 인기 웹툰 원작 콘텐츠를 영상화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인기작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등도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이에 웹툰 기업들은 자체 IP를 발굴할 뿐만 아니라 유망 IP를 보유한 회사들과 손잡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식 성장 모델이다. 네이버웹툰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만화 배트맨·슈퍼맨으로 유명한 미국 DC코믹스와 손잡고 오리지널 웹툰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 또한 국내외 IP 확보를 위해 지난 수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카카오는 현재 1300여개 콘텐츠사 8만개의 IP를 수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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