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 연내 상장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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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9-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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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기업공개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LG 배터리를 사용하던 미국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에서 대규모 리콜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몸값은 최대 100조원에 달하리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장이 계속 연기되면서 시장의 기대치도 낮아지는 중입니다.

GM이 처음 배터리 문제로 리콜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11월입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이 문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에 차질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연이은 GM 볼트 리콜사태…"LG 배터리 때문"
GM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10억 달러(약 1조1835억원)를 들여 쉐보레 볼트 전기차(EV) 7만3000대를 추가 리콜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에 이어 3번째 리콜입니다. 이번 추가 리콜 조치도 볼트EV에 탑재된 LG 배터리의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GM은 LG가 결함이 없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볼트 신차 생산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리콜 결정으로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실적에 각각 2346억원과 910억원 등 총 3256억원의 리콜 충당금을 반영한 상태입니다. 이번 추가 리콜로 양사는 추가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고객사의 리콜과 이에 따른 충당금 부담은 오히려 상장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 같습니다. 회사에 돈이 필요한데 상장에 성공한다면 대규모 자금이 들어올 테니까요.

하지만 상장은 만만한 게 아닙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상황이 어느 정도 '고정'돼야 합니다. 현재 재무상태와 미래의 재무상태가 예측가능해야 상장으로 조달할 자금의 규모도 정해집니다. 투자자들도 이 수치를 본 다음에야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죠.
 
GM에 보상할 분담금 규모 확정되지 않아
바로 이게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을 어렵게 하는 이유입니다. GM 리콜사태로 LG에너지솔루션이 부담해야 할 충당금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충당금이 결정되려면 먼저 GM이 LG 측에 보낼 청구서 규모가 예상돼야 합니다. 실제 청구서가 온다면 더 좋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GM이 밝힌 리콜비용은 이번 8월 발표를 포함해 총 18억 달러(약 2조979억원) 규모입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리콜 대상으로 결정된 6만9000대에 대한 리콜 비용 충당금을 지난 2분기 재무제표에 각각 2346억원과 910억원씩 반영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는 실제 LG 측이 지출할 비용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재무제표 당시 GM 측이 아직 리콜비용을 확정하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최소한의 분담금을 예상해 적었습니다. 결과적으로 LG 측의 예상수치는 GM이 인식한 비용의 약 38%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8월에 결정된 리콜비용이 추가돼야 합니다. GM 측은 약 1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LG 내부 분담비율 결정도 과제
이를 감안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이제 상장에 문제가 없을까요? 아닙니다. 우선 GM이 LG 측에 리콜비용 중 얼마를 내놓으라고 할지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 전부 내놓으라고 할 수 있고, 향후 관계를 고려해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만약 GM이 LG에 청구서를 서둘러 보내더라도 문제가 남습니다. 막대한 규모가 예상되는 만큼 LG 내부에서 비용을 나눠야 하는 문제가 걸립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가 분할해 생긴 회사입니다. GM에 납품된 배터리는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이 모두 얽혀 있습니다. LG화학이 만든 '셀'로 LG전자가 '모듈'과 '팩'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LG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을 나눠야 합니다. 물론 돈 이야기입니다.

리콜 비용 부담이 적다면 몰라도 조 단위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니 세 회사의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LG그룹 안의 계열사지만 부담을 떠안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세 회사 모두 상장사라 주주들의 눈치도 보입니다.

이런 모든 과정이 LG에너지솔루션이 연내 상장 여부를 밝히겠다고 한 시한인 10월까지 결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GM 상황…LG 측 불확실성 가중
10일(현지시간) GM은 지난달 23일부터 이어진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의 가동중단을 2주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오리온 공장은 LG 배터리 문제로 멈춰 있습니다. 가동중단 연장은 LG 측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GM 측의 상황이 이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니 최악의 경우 GM이 10월까지 LG 측에 청구서를 보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처럼 최소한의 부담을 가정해 재무제표를 만들기도 애매합니다. 이미 조 단위 청구서가 오리라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회사의 실적과 전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상장을 합니다. 그래야 최대한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연이은 악재 발생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장에 큰 부담입니다.
 
LG엔솔 상장 연기에 中 CATL 웃는다
상장이 늦어지면서 웃는 경쟁사가 있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의 CATL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CATL은 꾸준히 증설에 나서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30%)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점유율 1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7월 24.2%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려났습니다. CATL은 지난 2018년 일찌감치 상장도 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150조원대입니다.

CATL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투자가 시급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국 등에 증설 계획을 세워뒀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연 120GWh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까지 연 260GWh로 늘린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기약 없는 상장이 야속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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