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병영환경' 바뀌었다? D.P. 조 일병은 여전히 복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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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9-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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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 가혹행위 드러낸 드라마 'D.P.' 인기에...국방부 "병영 환경 바뀌었다"

  • 하지만 국방부 자료서는 폭행·가혹행위 증가...누리꾼 "D.P.는 현실" 지적

  • 대선 '핫이슈' 된 드라마…대선 공약으로 '군대 개혁' 내건 대선주자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디피)'가 군대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현실 같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자 군 당국은 최근 병영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드라마 같은 현실'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군대에서 발생하는 가혹행위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어 현실이 더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디피를 본 군필자 시청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불러일으킨다는 시청 소감을 남겼다. 디피가 군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폭행을 여과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2014년 강원도의 한 육군 헌병 부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디피는 군무이탈 체포조가 탈영병을 쫓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 누리꾼은 "전역한 지 수 년이 지났지만, 드라마를 보니 군대에서 겪었던 신체·언어적 폭력이 떠오른다. 드라마가 옛 군 시절을 생각나게 해 힘들다"고도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컷[사진=넷플릭스 제공]


디피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오늘 한국의 Top 콘텐츠' 1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국방부는 난처한 입장이다. 디피를 계기로 군대 내 악습 경험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6일 "병영 환경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국방부와 각 군에서는 폭행과 가혹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근절하도록 지속적인 병영 혁신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 해명이 무색하게 여전히 군부대에는 디피 속 조석봉 일병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일병은 극 중 선임에게 가혹행위를 당하는 인물이다. 국방부가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폭행 및 가혹행위 입건 추이' 자료를 보면 작년 전군에서 집계된 폭행·가혹행위 입건 건수는 1010건이다. 2016년 820건과 비교했을 때 약 23% 늘어난 셈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관련 질문에 답하는 서욱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군내 인권 침해와 범죄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군인들도 매년 증가 추세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작년에 접수된 1710건의 상담 신청 중 상해·폭행 등 구타와 모욕·폭언 등 언어폭력 피해를 호소한 상담은 각 96건과 273건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각 11.6%, 12.8% 늘어난 수치다. 또 강간과 준강간 등 성폭력 피해는 모두 16건으로, 전년(3건)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성희롱 피해 역시 55건으로 2019년 11건에서 25% 증가했다.

특히 국방부가 '병영 혁신'을 말한 다음 날 해군 3함대 강감찬함 소속 일병이 선임병들의 구타와 폭언, 집단 따돌림을 신고한 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이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드라마 폭발적 인기에 '군대 개혁' 공약 내건 대선주자들

디피가 2030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대선주자들은 대선 공약으로 '군대 개혁'을 내걸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 남성 표심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재로 군에 가진 못했지만 수십 년 전 공장에서 매일 겪던 일과 다르지 않다. 청년을 절망시키는 야만의 역사를 끝내는 것이 MZ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청년들에게 미안하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디피 시청 후기를 남겼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당시에도 고참들의 가혹행위는 참 심했다. 나라 지키러 간 군대에서 젊은이들이 그런 일을 당한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라며
모병제와 지원병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국민의힘 대선주자 유승민 전 의원은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는 것은 완전히 별개 문제다. 모병제를 해도 군대 내 부조리와 폭행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논산 육군훈련소 [사진=연합뉴스]


한편 군 관계자가 한 언론에 "(드라마는)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고 하자 디피 원작 만화를 그린 김보통 작가는 최근 군 자살사고 기사들을 올린 뒤 "디피 고증 엉망"이라는 글을 남겼다. 드라마 속 가혹행위가 과거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평을 비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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