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가장 큰 숙제는 뭐니 뭐니 해도 ‘반도체 초격차’다. 초격차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끝없는 조직 혁신에 따른 구성원의 격(格)을 말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저서 <초격차>를 집필하면서 경영자들은 새로운 혁신 비전을 제시할 때 유행처럼 이 말을 사용하곤 했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전자와 초격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처럼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 초격차를 따진다면,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따라올 기업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반도체 혹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견고하지 못하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대만 TSMC의 세계 점유율 55%(올해 1분기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에 그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ASML 관계자 2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2020.10.13.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2년 만에 투자액↑...삼성전자  ‘위기감 고조’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24일 발표한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계획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강하게 담겨있다. 삼성전자는 발표 당시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사실상 ‘생존 전략’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는 이 부회장의 복귀 이후 그가 지난 2019년 4월 직접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추진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더는 삼성전자 브랜드가 흥행 보증 수표가 아님을 인지한 탓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2019년 당시 발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제시하며 총 133조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지난 5월에는 시스템반도체 리더십 조기 확보와 종합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 38조원을 추가, 총 171조원 투자 프로젝트로 확대한 바 있다.

계속되는 투자 계획에도 삼성전자는 안심하지 못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복귀한 지 불과 11일 만에 삼성전자는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국내에서만 180조원 투자를 공언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170억 달러(약 20조원) 투자를 확언한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을 비롯해 파운드리 부문에 3년간 최소 50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시장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2019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비전 2030'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향후 3년간 4만명 고용…핵심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

삼성전자는 이번 240조 투자 계획에서 비단 반도체 설비 투자만을 예고하지 않았다. 인재 양성, 협력사와의 상생 등 반도체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단단히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을 밝혔는데, 통상적인 채용 계획상 3년간 고용 규모는 약 3만명인데, 여기 1만명을 더한 것은 매해 3000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하겠다는 것이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는 고용에 대한 적잖은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사회적 책무에서 눈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국내 투자 180조원을 포함해 3년 동안 240조원에 투입하기로 한 방안까지 고려하면 고용유발 효과가 56만명에 달한 것으로 삼성그룹은 추산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위주로 채용이 집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고용인원이 총 11만1683면으로 1년 전보다 5609명 늘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서만 올해 들어 2400명가량이 순증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핵심 전략 부문에서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해 산학협력과 기초과학·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확대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삼성은 이미 그룹 차원에서 지난 2013년부터 기초과학과 소재, ICT(정보통신기술) 등 분야에서 1조5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을 운영해왔다. 이를 위해 최근 3년 동안 기초과학·원천기술 R&D에 지원한 3000억원을, 향후 3년간 35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을 확정했다.

또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산학과제와 박사급 인력 양성 지원에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 반도체 및 차세대 통신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주요 대학과 반도체 및 통신 분야에 계약학과와 연합 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등 협력사와의 상생도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의 동행 비전에 따라 대기업·중소기업과의 상생 체계 구축에 힘써온 것을 지속해서 이어가는 플랜이 이번 240조 투자 계획에 구체적으로 담겼다. 협력사 안정화 지원을 위한 상생펀드와 물대펀드는 규모를 유지하고, 우수협력사에 대한 안전·생산성 격려금은 3년 동안 2400억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스마트공장 프로그램 등 효과가 입증된 프로젝트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 반도체 투자, 조만간 결실…하반기 야심작 ‘엑시노스 2200’에 쏠린 눈

삼성전자가 그간 대규모 설비와 인력에 투자한 노력은 조만간 신기술 제품으로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TSMC가 5나노에 이어 3나노 파운드리도 삼성보다 먼저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선보일 차세대 GAA(Gate-All-Around) 공정을 통해 기술 격차를 만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AA 공정은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기술로, TSMC는 3나노의 경우 기존 핀펫 공정으로 제조하고 2나노부터 GAA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면서, 수율까지 높인다면 TSMC의 3나노보다 앞선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야심작은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이다. 앞서 '엑시노스 2100'은 성능과 발열 등의 문제로 한국과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갤럭시 시리즈에는 탑재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늦어도 연내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엑시노스 2200'은 퀄컴보다 열세로 지적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엑시노스 중앙처리장치(CPU)를 기존 삼성에서 ARM으로 바꾼 데 이어 GPU 또한 ARM에서 AMD로 변경을 꾀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엑시노스 2200에 장착될 AMD의 GPU는 퀄컴의 최신 GPU인 '아드레노 650'보다 13% 이상 뛰어나고, 아이폰12의 자체 개발 AP인 A14보다도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복귀 이후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4만명 고용 및 인재 양성 계획이 나온 가운데 혁신의 좌표는 시스템반도체로 향하고 있다”라면서 “엑시노스2200 출격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새로운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5G 통합 프리미엄 모바일 AP '엑시노스 2100'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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