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좀 팔아줘요” 500명 부동산중개업자에 '읍소'한 中 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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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8-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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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선전 집값 몇 달새 ㎡당 4000만원 하락···주택경매도 유찰

  • 선전 중고주택 거래량 17개월래 최저치···집값도 석달째 하락

중국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가 효과를 내며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쉐취팡(學區房)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시세보다 500만 위안 저렴한 가격에 경매 매물로 나온 쉐취팡 아파트. 하지만 결국 유찰됐다. [사진=징둥부동산경매 플랫폼] 


쉐취팡, 명문학교 인근에 위치한 주택, 이른바 '학세권 주택'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초·중·고 입학시 학생들을 주거지 인근의 학교로 배정하는 학군제를 채택하고 있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중국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열과 이를 악용한 투기꾼들이 활개를 치며 중국 쉐취팡 가격은 그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값 몇 달새 ㎡당 4000만원 하락···주택경매도 유찰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속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 '중국 부동산 바로미터'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 부동산 시장이 그 대표적 예다. 

24일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최근 선전시 한 부동산 경매 플랫폼에 매물로 올라온 쉐취팡이 2차 경매에서 1035만 위안(약 18억6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앞서 1차 경매에서는 매입 희망자가 없어 유찰됐었다.

해당 주택면적이 104.7㎡이니, ㎡당 거래가는 약 9만8900위안이다. 올 초만 해도 같은 학군에 묶여있는 다른 아파트단지 쉐취팡이 ㎡당 32만2700위안에 매매가 성사됐었다. 8개월 만에 가격이 ㎡당 22만3800위안, 우리 돈으로 4000만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이달 초에도 징둥 부동산 경매 플랫폼에 선전시 푸톈구 강중뤼화위안 아파트단지의 쉐취팡이 매물로 올라왔는데, 시세(2500만~3000만 위안)보다 500만 위안 저렴한 1969만 위안 가격에 내놓았는데도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거래는 결국 유찰됐다. 보통 중국에서 경매로 올라온 주택 매물은 인기가 많아 유찰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선전시의 한 쉐취팡 집주인은 아파트가 좀처럼 팔리지 않자 500여명의 부동산 중개사를 한데 모아 SNS 단체채팅방까지 만들고 내집 좀 팔아달라고 읍소했다고 중국기금보는 최근 보도했다. 이 집주인은 거래만 잘 성사되면 2% 중개수수료는 물론, 보너스까지 두둑이 얹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선전 중고주택 거래량 17개월래 최저치···집값도 석달째 하락
이는 최근 중국이 쉐취팡 투기 단속에 나서면서 인기가 식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5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쉐취팡 투기를 막으라고 언급한 이후 각 지방정부는 학세권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학군제에 손을 대는 등 본격적인 쉐취팡 투기 억제에 나섰다. 

특히 일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다교학군(多校劃片)제를 도입한 게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교학군제는 한 구역 내 3~4곳 학교를 묶어 하나의 학군을 만들고, 구역내 학생들을 무작위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과거에 학교마다 학군을 개별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의 1교학군(單校劃片)제와 비교된다. 1교학군제는 명문학교 주변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었다. 

최근 선전 부동산 시장 과열도 서서히 걷히는 분위기다.  특히 전체 거래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고주택 거래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선전시주택건설국에 따르면 7월 선전시 중고주택 거래량은 2557채로 17개월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간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하면 80% 넘게 거래가 위축된 것이다. 

선전시 중고주택 거래가도 하락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선전시 중고주택 매매가는 전달보다 0.4% 하락했다. 5월 0.1%, 6월 0.2%에 이어 석달째 하락한 것이다. 
 

선전시 중고주택 시장 거래면적 및 거래량 동향. [사진=선전시주택건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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