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기금이 달라졌어요…대장주 팔고 새내기주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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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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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뱅ㆍ크래프톤 사고, 삼성전자ㆍ현대차 팔고

  • 전체적으론 매도 하반기 2.6조 사고 4.7조 팔아

[자료=한국거래소 제공]


연기금이 달라졌습니다. 보수적인 투자집행이 특징이던 연기금이 증시에 새로 입성한 새내기주 투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대형 우량주는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가 있을까요?

연기금은 대표적인 기관수급주체 중 하나입니다. 연기금에서 가장 덩치가 큰 곳은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투자 무대에서도 큰손입니다. 일본의 공적연금펀드와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에 이어 세 번째로 자산규모가 큽니다. 그 밖에 공무원연금기금과 정보통신부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이 연기금에 속합니다.

이런 연기금은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거나 특정 공공사업을 위해 조성된 자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주로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에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연기금의 투자성향이 최근 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3일까지 총 7761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뒤를 이은 종목은 SK하이닉스입니다. 총 320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최근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글로벌 투심이 식어가면서 연기금도 냉정한 투자판단을 내리는 모양새입니다.

그렇다면 반도체 업종에 대한 마음만 변할 걸까요. 아닙니다. 하반기 연기금의 순매도 상위에는 그간 연기금의 사랑을 받아온 대형주가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현대차는 2755억원, SK텔레콤은 1512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실적이 개선 중인 화장품주도 예외 없습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1350억원, LG생활건강에서 988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뒤이어 카카오(964억원)와 SK이노베이션(935억원) 등이 순매도 상위에 있습니다. 모두 대형 우량주입니다. 연기금의 투자가 이어온 종목들이지만 최근에는 순매도 대상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연기금은 무슨 종목을 사들였을까요. 의외로 새내기주가 많습니다. 증시에 입성한 지 얼마되지 않은 종목을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자주 있던 상황이 아닙니다.

하반기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카카오뱅크입니다. 지난 6일 상장돼 단 5거래일 거래됐을 뿐이지만 그 사이에 연기금은 무려 2915억원 규모의 카카오뱅크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3위에도 깜짝 놀랄만한 종목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바로 크래프톤입니다. 1652억원 규모의 순매수가 연기금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10일 상장돼 지금까지 단 3일 동안 거래됐습니다.

올해 3월 증시에 입성한 SK바이오사이언스(718억원)도 연기금 순매수 7위를 기록했고, 뒤이어 지난 7월 상장한 에스디바이오센서(575억원)가 8위입니다. 5월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503억원)는 13위입니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새내기주가 5개 종목이나 포함된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특히 거래일이 극히 짧은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 등이 담겨 있다는 것은 상장 직후 연기금의 집중적인 매수가 이뤄졌다는 얘기입니다.

새내기주가 아닌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2317억원)과, 삼성SDI(1497억원), 고려아연(965억원), 하이브(890억원), 포스코케미칼(569억원)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연기금이 전통적인 대형주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새내기주 등 다른 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2026년까지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기존 15%에서 14.5%로 0.5%포인트 낮추기로 지난 5월 결정했습니다.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려면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마침 삼성전자에 대한 투심도 악화되는 중입니다. 팔아치울 명분은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보유 종목 전체에 대해 순매도 포지션을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운용해 수익을 내려면 국내 주식에 대한 비중을 줄이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 결과 새로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에 대한 비중이 늘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입니다.

한편 종목별로 순매수와 순매도가 엇갈리더라도 연기금의 전체적인 투자기조는 '매도'입니다. 하반기 들어 연기금의 순매도 순위 100개 종목의 전체 순매수 규모는 2조6360억원 규모지만, 순매도 상위 100개 종목의 전체 순매도 규모는 4조7040억원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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