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도마의 신' 신재환이 말하는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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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1-08-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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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조계에 양학선을 뒤이을 도마의 신이 탄생했다. 바로 신재환이다. 그는 2020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역사상 두 번째로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획득해 러시아 선수 데니스 아블랴진과 동점을 이뤄 “축하한다”고 말하고 점수판을 봤는데 아블랴진보다 훨씬 높은 6.0점짜리 기술을 펼친 덕에 신재환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신재환이 금메달을 획득하기 전날 여서정이 여자 도마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후 신재환이 여서정과 주먹을 맞대어 여서정의 기를 받았다고 하기도 했다. 금메달을 딴 신재환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신재환 선수 제공/ 도마의 신 신재환 선수]


Q. 이번 올림픽 어땠나요?
A.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많이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어요.

Q. 뭐가 가장 힘들던가요?
A. 4년의 준비기간 자체를 다 통틀어서 봤을 때 준비기간 자체가 힘들었어요.

Q. 올림픽이 1년 연기됐는데 선수 개인에게 도움이 됐나요?
A. 저는 도움이 안됐다고 생각해요. 1년 미뤄졌을 때 왕창 놀았거든요(웃음).

Q. 뭘 하면서 놀았나요?
A.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놀고 술도 한잔 하고요.

Q. 올림픽이 1년 미뤄지지 않았다면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있었나요?
A. 2020년에 월드컵을 하고나서 올림픽 까지 그 기량 그대로 유지를 해서 결승 때 했던 올림픽 무대보다는 훨씬 더 좋은 모습으로 시합에 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는데도 아쉬움이 남나요?
A. 연습한 것만큼 못해서 상당히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Q. 금메달 확정이 된 순간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A. 처음에는 그냥 좋았는데 시상대에서 메달을 받고 ‘이게 진짜 끝인가’라는 아쉬움과 허무함이 크게 들었어요.

 

[사진= 연합뉴스 제공]


Q. 그래도 파리올림픽에 출전 할 거잖아요.
A. 그걸 생각하면서 계획을 하고 있어요.

Q. 올림픽 경기를 마치고 쉬면서 많이 먹고 많이 자고 싶다고 했었는데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A. 인터뷰 하러 서울도 갔다오고 제천시장님도 만나 뵙고 그러다 보니까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어요.

Q. 많은 분들이 신재환 선수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데요. 어디서 신재환 선수를 볼 수 있을까요?
A. 앞으로는 청주나 제천 오시면 볼 수 있어요.

Q. 방송 출연은 어떤 게 예정 되어 있나요?
A. 유퀴즈랑 타 방송국에서 하는 인터뷰가 예정 되어 있어요.

Q. 러시아 선수와 동점이 나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고 러시아 선수가 어떤 말을 해주던가요?
A. 러시아 선수와 동점이 나왔을 때 제가 먼저 축하한다고 얘기를 했어요. 근데 러시아 선수가 “You too”라고 해주더라고요. 그러고서 점수판을 확인했는데 제가 이겨서 난감하더라고요.

 

[사진= 신재환 선수 제공/ 신재환 선수가 받은 금메달]


Q. 이긴 이후에는 러시아 선수가 뭐라고 하던가요?
A. 계속 축하한다고 해줬어요.

Q. KBS에서 해설위원 소개란에 처음에는 여서정 선수의 아빠라고 써있다가 신재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순간 신재환 선수의 선배로 소개가 바뀌었어요.
A. 보고 나서는 별 생각이 들진 않았고요. KBS 자막을 담당 하시는 분들의 센스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KBS 중계 화면캡쳐/ 신재환 선수가 출전할 때는 여서정 아빠라고 써있다가 신재환이 금메달을 딴 순간 신재환 선배 여홍철 해설로 바뀌었다. ]



Q. 처음 기계체조를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초등학교 5학년 때 한학년 선배가 단상 위에서 상을 받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 찾아 뵙고 운동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Q. 초등학교 선배도 기계체조 선수였나요?
A. 기계체조를 했다가 지금은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어요.

Q. 그 선배는 신재환 선수에게 뭐라고 하던가요?
A. 연락이 오기 왔는데 시합 보면서 감격스럽다고 울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Q. 올림픽 짧은 4초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셨나요?
A. 4초를 뛰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게 뛰기 위해서 한 동작 때문에 도마를 하루에 수십번씩 뛰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Q. 기계체조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A. 새마을체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체조에도 기계체조, 리듬체조, 에어로빅 체조 세종류로 나눠져 있어서 체조 기구들을 이용해서 몸을 써서 예술점수를 기리는 게 기계체조라고 생각하고요. 생활체조는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생활체조라고 생각해요.

Q. 신재환 선수는 학교에서 하는 국민체조를 좋아하셨나요?
A. 저도 사람인지라 아침에 이걸 왜 하는지 귀찮아했던 경향이 있었어요. 지금도 하라고 하면 귀찮아서 안할 것 같아요(웃음).

Q.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요?
A. 욜로 선수라는 8번에서 했던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가 했던 동작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욜로 선수의 동작 하나로 메달 색이 결정되기 때문에 좀 더 유심히 지켜봤어요.

 

[사진= 연합뉴스 제공]


Q. 자신만의 기술을 어떻게 연마를 했나요?
A. 별 생각 안하고 당연하게 해야 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면서 훈련에만 매진했어요.

Q. 재밌는 올림픽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저는 국내에서 해주는 도시락이 아니라 식당에서 밥을 먹었어요. 도시락 하나를 신청하면 4일을 기다려야 되고 훈련시간이 저녁 늦게인데 음식이 상하면 안 되니까, 식당에 있는 걸 먹었는데 이틀차 까지만 맛있고 그 이후로는 너무 질렸어요.

Q. 식단이 어떻게 다른가요?
A. 국내에서 해주는 건 조리사 분들이 요리를 해서 직접 만들어주시고 일본선수촌에서 먹는 건 식당에서 해주는 거예요.

Q. 방사능 우려 때문에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제공해주는 식단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A. 저도 그것 때문에 처음에는 도시락을 먹으려고 했었는데 도시락 먹다가 탈 나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아서 탈 나서 금메달 못 딸 바에는 조금이라고 피폭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Q. 지금은 후회가 안 되나요?
A. 후회가 돼요. 도시락을 한번이라도 먹어 볼 걸

Q. 코로나 때문에 밖에 못 돌아다녀서 아쉬울 것 같기도 해요.
A. 진짜 너무 아쉽습니다.

Q. 다른 종목 선수들과 인연을 맺은 부분이 있나요?
A. 아니요. 인연을 맺은 건 없고요. 코로나 시국인 만큼 저희끼리 똘똘 뭉쳐 다녔지 외국선수와 왕례하거나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저희도 코로나를 조심해야 되니까. 그리고 제가 붙임성이 좋지 않아서 친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Q. 양궁에서 금메달을 딴 안산 선수나 김제덕 선수의 경우 좋아했던 선수들한테 연락이 오는등 성덕이 되기도 했는데 신재환 선수도 성덕이 된 경험이 있나요?
A, 저는 그런 건 없어요.

Q. 상당한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나 연습을 하는 편인가요?
A. 지칠 때까지 성에 찰 때까지 연습을 해요. 개수를 정해 놓고 하는 건 아니고요.

Q. 성에 차는 건 어느정도 인가요?
A.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다른데 기술이 잘 될 때는 빨리 끝나는 거고, 안되면 될 때 까지 하고요.

Q. 올림픽 이후에 달라진 게 있나요?
A. 사진 찍고 싸인을 한다 정도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요.

Q.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게 해준 건 뭔가요?
A. 대학은 가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재활치료 했어요.

Q. 금메달을 따고 그려왔던 이미지는 뭔가요?
A. 아직 금메달을 딴 게 실감이 잘 안나요. 그려왔던 이미지와 다르거든요. 그려왔던 이미지는 하루하루가 맨날 행복할 것 같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무덤덤 하거든요.

Q. 다음에도 금메달을 따야 된다는 부담감은 없나요?
A. 아직은 그런 건 없어요. 나중에 시간 지나면 생길 것 같긴한데 감독님도 그렇고 다들 이 순간만 즐기라고 하셨거든요.

Q.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세요? 아쉬운 부분은 뭔가요?
A. 연습했던 것만큼의 결과는 솔직히 안 나왔고요.
50% 정도 했다고 생각해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더 완벽하게 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면 후회가 남는 거잖아요. 그래서 ‘연습이 부족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러모로 아쉬워요.

Q. 어느정도 해야 만족할 수 있었을까요?
A. 예선처럼만 했어도 만족스러웠을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나요?
A. 계획도 단계별로 밟아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있을 전국체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고요. 그 이후에는 내년의 제가 정하지 않을까 싶어요.

Q. 한국 체조 사상 남녀 첫 동반 메달인데요. 여서정 선수와 한국 오면서 어떤 대화들을 나눴나요?
A. 별 얘기는 안 하고 서로 축하한다는 얘기해줬어요.

Q. 여서정 선수의 기를 받았다고 들었어요. 그건 어떤 얘기인가요?
A. 서정이가 전날에 동메달을 땄으니까 ‘서정아 나 너의 기를 받아갈게’라고 하고 주먹을 맞댔는데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심적으로 안정이 됐어요.

Q. 여서정 선수에게 고마운 게 있다고 들었는데요. 고마웠던 이유가 뭔가요?
A. 서정이의 기를 받아서 메달을 딴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것만으로도 고마워요.

Q, 여서정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서정아 다음주 수요일날 보자!

Q. 양학선 선수와 여홍철 해설위원이 어떤 조언들을 해주던가요?
A. 하던대로만 하라고 다왔다는 조언들을 해줬어요.

Q. 신재환 선수가 생각하는 체조란 뭔가요?
A. 하나의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살 날이 많기 때문에.

Q.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싶나요?
A. 제 꿈은 교수였거든요. 공부해서 교수가 되고 싶어요.

 

[사진= 신재환 선수 제공/ 신재환 선수의 싸인]



Q.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욱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저를 챙겨주시고 응원이 됐던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게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Q. 상금으로 빛을 갚고 뭘 하고 싶나요?
A. 개인적으로 차를 바꾸고 싶어요, 지금은 그랜져 HD타고 있는데 바꾸게 되면 가성비가 좋은 외제차로 바꾸고 싶어요.

Q. 앞으로 꿈과 목표는 뭔가요?
A. 올해 끝맺음 잘 맺어야 되기 떄문에 올해 있을 전국체전과 세계선수권 대회를 잘 마무리 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고요. 내년 목표는 내년의 신재환이 알아서 정해줄 거니까 올해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걸어가고 뛰어가면서 살고 계신 와중에 이 길이 맞는지 불안해 하실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일단은 부딪혀 봤으면 깨질 때까지 덤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의심을 하기 보다는 좀 더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신재환 선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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