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게임 부정적 인식 '제자리'... 업계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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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8-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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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게임’은 대표적인 비대면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일본 닌텐도의 휴대용 콘솔 ‘닌텐도 스위치’에서 구동하는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을 만나지 못해 발생한 우울증)’ 극복을 돕는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동물의 숲은 1941만장(2020년 4월~12월)이 팔려 지난해 닌텐도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게임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국내 여러 게임사도 작년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려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게임 이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모처럼 국내외 게임업계에 훈풍이 불었다.

그러다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경제참고보가 지난 3월 게임을 ‘정신적 아편’, ‘전자 헤로인’이라고 칭했다. 경제참고보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 문제를 언급하며 당국이 더 강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의 주가가 하락해 시가총액이 69조원가량 증발했고, 텐센트와 연관이 있는 한국, 일본 게임사들의 주가도 떨어졌다.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의 반발이 컸는지, 경제참고보는 문제가 된 표현을 수정했다. 이틀 후엔 다른 중국 관영언론인 증권시보가 게임업계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업계를 보는 시선은 늘 곱지 않았다. 2011년 심야에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된 것도, 2019년 WHO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블스튜디오의 인기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동료를 잃어 슬픔에 잠긴 ‘토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모습으로 콘솔 게임을 붙들고 있는 모습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는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작동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는 게임을 직접 하거나 보는 게 자연스럽다. 게임은 영화, 드라마 시청과 같이 문화·여가생활로 여긴다. 즐기고 소비하는 방식이 각자 다를 뿐이다. 게임을 접해보지 않거나 잘 모르는 일부 기성세대는 게임을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이 우려하는 ‘게임 중독’은 우리나라 청소년 100명 중 1.6명(과몰입위험군, 2020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해당한다. 이 정도의 과몰입 수준은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게임 중독이라고 해서 유별나게 볼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게임업계가 노력할 필요는 있다. 지금껏 게임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다룬 수많은 연구와 논문이 발표됐다. 이를 발굴하고 알리는 건 업계가 할 일이다. 레이첼 코어트 박사는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2021 GDC’에서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제가 되며, 좌절감을 없앨 수 있다”며 “게임업계 내에서 연구자들과 협업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전히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 게임업계가 미래를 위해 유망 IP(지식재산권) 발굴, 장르·플랫폼 다변화, 글로벌 진출 확대를 외치고 있다. 게임 인식 개선도 우선 과제로 고려해야 할 때다.
 

[IT모바일부 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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