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라이더 피해에 눈 감은 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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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1-08-0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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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사진=아주경제 DB]

“B마트 도봉쌍문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25일 배달의민족이 라이더(배달기사)와 커넥터(부업 라이더)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다. 일주일 사이 해당 점포 방문 이력이 있는 라이더들은 곧장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이들은 이튿날 음성 판정을 받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애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심정이 어땠을까.

7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당초 B마트 도봉쌍문점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의 안내 오류로 벌어진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본지 보도 전까지 라이더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배달의민족이 라이더들에게 정정 안내를 하지 않은 탓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정)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외부적인 요인이 촉발한 해프닝이다”, “당사도 한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 등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도 덧붙였다.

이번 일의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검사 결과를 잘못 안내한 방역 당국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역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의민족의 태도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의 정보 독점 폐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종사자인 라이더에게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물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라이더는 배달 플랫폼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업무 위탁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다. 하지만 정작 일할 땐 플랫폼의 안내에 따라, 플랫폼 속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라이더들의 주장이다. 사실상 라이더는 플랫폼에 종속된 채로 일하는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정보에 대해선 알 길이 없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들은 꾸준히 정보 공개를 요구해 왔으나 플랫폼 사업자는 영업 기밀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영업 기밀과 무관한 데다 ‘강제 휴무’로 인한 라이더들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다. 박정훈 위원장의 저서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에 기록된 문장에서 정보 비대칭에 대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불안한 심정을 짐작해본다. “플랫폼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사람의 마음을 긴장시키기도, 고조시키기도, 가라앉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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