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 기세를 몰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재계가 오는 8·15 광복절 가석방을 유력하게 보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가 현실화하면 이 시나리오는 한층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반도체 매출 197억 달러(22조 7000억원)를 기록해 인텔의 매출액 196억 달러(22조 6000억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텔은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가 호황이던 2017년과 2018년을 제외하곤 30년간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의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통해 2018년 이후 3년 만에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기세를 몰아 최근 인텔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기술 설명회에서 파운드리 사업 확장 로드맵을 공개하고 2025년까지 업계 선두 자리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2019년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공언한 ‘반도체 비전 2030’ 추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반도체 비전 2030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기술 확충에 133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분야뿐만 아니라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대만 TSMC에 이어 세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건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여부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18일 이후 ‘총수 부재’ 상황에 따른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도 숫자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부지와 투자 시기는 미정이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되면 파운드리 투자 계획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TSMC를 넘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려면 이 부회장의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가석방을 둘러싼 반대 여론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국내 재계 1위 위상을 넘어 ‘K-반도체’ 브랜드를 키워온 세계적 기업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총수 부재 상황은 하루빨리 타개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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